교보다솜이 나무심기 후기-문학소녀의 일기(샘물가족)

2013년 4월 5일 | 가족 환경 자원봉사, 활동후기

 

오늘 남한산성에 가서 나무 심기도 하고 산성도 오른댔는데 너무 여유를 부려 (정확히 말하면 늑장을 부려) 우리가 꼴찌로 도착했다. 기다려 준 다른 참가가족들께 죄송한 마음에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왔는데 허,어,얼, 온통 어린애들 뿐이다. 봉사활동 시간 준다고 해서 주로 중,고등학생이 참여할 줄 알았는데 기껏해야 7,8살 처럼 보이는 애들이 와글와글 하니까 한숨부터 나왔다. 어린애들을 데리고 있으면 하루도 쉴 날이 없는 건 물론, 엄청나게 번거롭고 짜증난다는 걸 태권도 3년동안 온몸으로 체험한 나에게 어린애들과 나무를 심고 산을 탄다는 것은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급시큰둥 해져서 가족 이름 짓기도 대충~나무에게 해줄 말 쓰기도 대충~ 지금 생각하면 너무 성의없이 했나 싶지만 그땐 정말 싫은 건 싫은 거였다.
그렇게 대충 첫 활동을 마치고 다음 프로그램! 나무 의사 선생님께 설명 듣기다. 선생님께서 재미있게 이야기 해 주셔서 재밌게 듣긴 했는데 딴짓을 좀 했다. 가만히 앉아 들을려니 손이 심심해 명찰에 낙서도 좀 하고… 그래도 설명은 잘 들었다. 선생님께서 설명하시면서 질문을 많이 하셨는데 한번은 오래 사는 나무를 물어보셨다. 꼬맹이들이 신나 “느티나무!” “소나무” “은행나무?” 자신이 아는 나무들을 마구잡이로 외쳤다. 나도 메타세콰이아 나무가 500년 이상 살고 우리나라에서도 산다는 얘기를 책에서 봤었기 때문에 “메타세콰이아!”하고 소리쳤는데 내 목소리가 작았는지 선생님께서 못들으셨다. 질문에 많이 답은 못했지만 유익한 정보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설명을 다 듣고 찾아온 반가운 손님 점심시간! 두부전골인지 부대찌개인지 김치찌개 비슷한 국이 냄비에 가득 담겨져 버너 위에 올랐다. 부글부글 끓자 먹어보았는데 김치찌개 맛이 났다. 국에 말아 밥 한 그릇 뚝딱! 배를 든든하게 채우니 힘이 났다. 내 뱃속의 거지(난 항상 배고파서 뱃속에 거지가 있다고들 한다)가 배부른 날이었다.
점심시간이 끝나자 나무를 심으러 조금 올라갔다. 그 곳에서 땅을 파고 뿌리를 적시고(코팅하고) 흙 고르고 나무 심고 흙 덮고 밟아주고 화상입지 말라고 종이 감싸주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심는 순간순간에도 멍해져서 내가 뭘하고 있는지 감이 안잡혔다. 우리가 심는 건 산딸나무인데 나는 그냥 땅 파서 뿌리 넣고 흙 덮으면 끝인 줄 알았기에 더 복잡하고 힘들었다. 역시 무슨 일이든 얕잡아 보면 안된다. 산딸나무를 보호해 주는 조팝나무도 심었다. 덤불처럼 생긴 것이 두 배 높은 산딸나무를 지켜준다니 믿음직해 보이진 않았지만 조팝나무가 있다는 자체가 든든했다. 조팝나무는 내가 생각한 땅 파고 심고 흙 덮으면 끝이여서 쉬웠다. 한 가지 단점은 가지가 계속 내 눈을 찌르고 머리카락에 걸린다는 것. 다 심고 나니 어느 새 정원이 되어있었다. 우리가 심은 나무가 잘 자라주었으면 하고 소망하며 맨 처음 만든 띠를 가지에 조심스레 묶었다. 나무를 다 심고 나서 기념사진 찰칵!


기념사진을 찍은 뒤 후다닥 산을 탔다. 가면서 나무 의사 선생님께서 계속 설명을 해 주셨다. 딱따구리가 쫀 구멍, 나뭇가지가 떨어져 나간 특이한 자국, 햇빛(직사광선)에 의한 탄 자국… 보통 나는 산에 가면 나잇값을 못하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나무에 넋을 놓는데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 그냥 슥 보고만 지나쳤다. 나무들이 섭섭해하는 눈치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미안! 춥고 힘들었지만 산성에서 내려다 보는 서울 경치는 정말 아름다웠다. 날씨가 딱히 좋은 편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한강이 보였다.

힘들었지만 보람찼기에 온 것이 후회되지 않았다. 거기다 봉사활동 시간을 주니 더 좋았다. 봉사활동 시간도 채우고, 나무도 심고! 거기다 건빵이랑 액자랑 양갱도 받고… 일거양득이라 해야 하나? 우리가족이 심은 산딸나무가 잘 자라길 빌며, 일기 끋!

추신-산을 다 내려와서 시 쓰기를 했는데 쓰진 못했지만 쓰고 싶었던 시를 올린다.

<하여가>

산인들 어떠하리, 들인들 어떠하리
남한산성 산딸나무와 조팝나무가 얽혀진들 어떠하리
이처럼 우리도 얽혀져 100년까지 누리리라.

<단심가>

이 몸이 심고 심어, 일백번 나무 심어,
나무들이 성장하여, 넋이라도 있고 없고,
나무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줄이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