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모임] 6월의 ‘녹색걷기’ 송미경 회원 후기

2025년 6월 23일 | 회원소식

걷기를 마친 날 저녁, 한 라디오 앵커가 “나는 나의 정신을 위해 운동한다”는 말에 저는 ‘아! 그래, 나도 나의 (좋은 상태의)정신을 위해 오늘 걸었구나’는 깨달음과 더불어 간식과 점심, 막걸리로 새삼 더 나온 두툼해진 허리를 내려다보았습니다.

 

6월 서울둘레길 4회차 모임은 화랑대역

공릉동근린공원 인증스템프함 앞에서 시작했습니다. 묵동천을 끼고 가다 신내어울공원, 신내역, 양원역, 중랑캠핑숲을 통과하고 망우역사문화공원에서 쉬다가 깔딱고개 앞 쉼터에서 폭우를 만나고 사가정역으로 해산했습니다.

오늘걷기활동은

“숲과 아스팔트와의 부조화 그리고 날씨 요정의 은혜와 변덕을 동시에 느낀 하루였네요. 모처럼 쾌속 걷기와 폭우 대피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라는 길잡이 소나무샘의 소감으로 딱 정리됩니다.

좀 더 사족을 붙이자면,

깔끔한 도시 외곽 신도시의 아스팔트 길을 걷다가 주변에 녹지 걷기를 반복하는 길이라 햇볕이 내리쬐었더라면 굉장히 힘든 길이었겠지만 다행히 구름이 잔뜩 낀 날이어서 도심을 걷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도심을 내려다보며 망우묘지공원을 통과하는 길은 좀처럼 혼자서는 걸을 수 없는 길이었습니다. 공동묘지를 지나가다 보니 저절로 주위 분들이나 주변의 죽음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여럿이 걸으니 무서울 게 없었습니다. 귀신이 무서운 게 아니라 ‘다가올 AI가 더 무섭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사는 것의 무게를 알고, 또 지금 사는 것의 소중함에 공감하며, 죽음마저도 일상의 일부라는 공감을 나누며 걸었습니다.

평소보다도 경쾌하게 걷다가 깔딱고개 앞 쉼터에서 잠시 쉬며 간식을 나누는 동안, 예보보다 이르고 세찬 폭우를 만나는 흔치 않은 경우를 만났습니다. 운 좋게도 많이 젖지 않고 앉아서 소낙비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너무 늦지 않게 내려오다 갑작스레 켜진 숲속 가로등의 신비한 불빛도 맞았습니다. 내려올 때는 날씨 요정의 섬세한 배려로 젖은 우의와 우산을 말렸습니다.

귀가 전 걷기 모임의 진짜배기, 우리의 사교의 장, 먹거리와 막걸리와 수다가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을 나눴습니다. 오늘은 길잡이 소나무샘의 현명한 선택, 메밀국수와 메밀전, 감자옹심이는 더 맛있었습니다.

함께 모여 수다를 떨며 새삼 놀랍니다. 어쩜 이리 관심이 비슷한지,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하다가도 공감이라는 기막힌 균형감을 만들어내는 이 놀라운 집단지성에 속으로 감탄하며 소중한 막걸리 한잔을 비워냅니다.

최선의 걷기 활동을 위해 조용히 그러나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신중하게 준비하신 소나무샘과 산새샘, 여러 좋은 동료 녹색걷기 샘들이 계셔서 오늘도 행복하게 함께 걸었습니다. 녹색걷기모임 포에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