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입문학? 자전거 인문학?

2009년 4월 21일 | 녹색시민 강좌, 활동후기

나랏 탈 것이 지구 온난화와 달아 에너지 소비로 서로 사맛디 아니할쎄 이런 전차로 어린 백셩이 맘껏 타고자 홀배이셔도 마참내 제뜨들 실어 달리지 못하노미 하니라 내 이랄 어여삐녀겨 새로 자전거 입문학을 맹가노니 사람들마다 수비니겨 날로 타매 아름답고 편안케 오가게 할 따라미니라.

 

뭐 이런 거창한 선언문까지는 아니더라도…

'녹색자전거 입문학'이라? 어릴 때부터 자전거와 더불어 지낸 나에게도 과연 필요할까 싶더라구. 그런데… 어렵쇼? 얼라라요? 어쭈구리?? 시상에도 음써라!! 들을수록 맛있네. 이 거…

 

1강, 자전거 타는 호모 케이던스의 고백

스스로 판단력 멀쩡하다면서 자전거에 일생을 걸고 월간 <자전거생활>이라는 글 장사(?)까지 하는 김병훈님의 자전거 역사랑 변천사, 그리고 자전거 미학(美學)까지… 만만치 않은 내공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의 자전거 사랑은 이내 내 몸뚱이 구석구석으로 금새 옮더라구. 아, 이러다 김병훈님과 자전거를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로까지 번지는 건 아닌지… 암튼 저 김선생 조심해! 전염성 무쟈게 강하더라.

 



 

2강, 자전거 타는 검정 고무신의 나그네

생생한 자전거 출근이야기를 들려준 오마이뉴스 김대홍 기자… 일단 그의 첫인상이 날 우울하게 한 거 알아? 우이쒸, 사람의 탈을 쓰고 저토록 착하게 생길 수도 있는 거야? 나 같은 넘은 우찌 살라고… 어쨌든 그의 선하디 선한 외모와 걸맞게 이어진 소탈한 자전거 사랑 얘기를 듣자니 애인(레져용)보다는 역시 마눌님(생활용)과 알콩달콩 고락을 함께 하는 게 더 아름답지 않을까 싶더라구. 평소엔 자동차를 고집하면서 그저 시간 날 때만 자전거를 만지작거리지는 않았는지 나부터 반성하게 만들더라. 그래, 이젠 언제나 나와 함께 움직이도록 또 한 번 혼인신고 해보자구. 까짓거!!!

 

3강, 달려라 자전거

허거걱!!! 상하이에서 리스본까지 14200Km를 432일 동안 달렸다구? 무지막지 우락부락한 인간일 거라 생각했는데 수줍게 말문을 여는 김성만은… 어렵쇼? 완조오니 꽃남일세그려. 그가 쓴 책 ‘달려라 자전거’ 속의 진국을 뽑아 먹는 맛은 어찌나 기막히던지… 흐흐, 난 입 안의 혓바닥까지 삼킬 뻔 했지 뭐야. 얘기와 곁들인 김성만의 걸출한 사진들은 겸손한 시각이 뭔지를 알게 해주더구먼. 그러고 보니 이 친구 이 거 자전거를 타면서 비우고 겸손해지는 비법을 터득한 게 아닐까 몰러?

 



암튼 이렇게 촐랑대며 혜화동 녹색교육센터 강의실을 드나들었지 뭐야.

 

‘알게 되면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랑은 전과 다르다’고 했던가? 그동안 패달께나 밟았다고 생각하던 이 녀석에게 녹색교육센터의 이번 녹색시민강좌 ‘자전거 입문학(入門學)’은 단지 탈 것으로서의 자전거가 아니라 사람과 생명, 자전거와 사람의 소통을 다시금 들여다보게 만든 ’자전거 인문학(人文學)‘이라 말해도 좋겠더라구. 그 거 말 된다. 그치?

 

걷는 것보다 빠른 자전거의 편리함도 좋겠지만, 일단 세상에 널린 자동차를 마다하고 자전거를 선택한다는 것은 자동차의 편리함을 몰라서가 아니라 보다 느리게 살고자 하는 우리네의 또 다른 표현이면 어떨까 싶더라구. 그런 느림의 마음이라면 자동차 보다 자전거가 취약하고, 보행자는 자전거보다 또 취약하니까… 어쩌겠어? 안장에 걸터 앉은 우리가 통 크게 놀아야쥐. 아암! 그러니깐두루 앞에서 걸어가는 사람에게 벨을 울리며 비켜주길 강요하는 것보다 그의 걸음걸이에 맞춰 조용히 따라가다 충분히 앞지를 만한 공간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배려는 어때?

 


 

 

이렇게 자전거를 통해 느림과 기다림, 배려와 겸손을 내 안에 담을 수 있다면, 나아가 뭇생명과 더불어 살겠다는 마음으로 패달을 밟는다면… 거 뭐시냐? 응, 그래. 우리의 착한 자전거는 보다 아름다운 자전거로 보다 새롭게 빛날 수 있지 않을까?

어? 뭐라구? 으응, 맞아!! 나 요즘 녹색시민강좌 덕분에 자전거를 타는 게 아니라 자전도(自轉道)를 닦는다니까!!

            

                                              2009년 4월       박 경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