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눈물’ PD에게 생긴 변화

2010년 5월 14일 | 녹색시민 강좌

‘아마존의 눈물’ PD에게 생긴 변화

공감코리아 정책기사

[서울] “기자들이 저를 보면 종이컵 쓰세요? 많이 물어봐서 부담스러워요. 아직 종이컵은 씁니다만, 아마존을 다녀온 후론 육식은 점점 피하게 됐어요.”

4월 28일 저녁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 프로듀서 김현철씨는 환경단체 ‘녹색연합’의 녹색교육센터(greenedu.or.kr)에서 ‘아마존의 눈물, 인간의 눈물’이란 주제로 특강을 했다. 프로그램을 찍으면서 느낀 점과 끝낸 후 생활의 작은 변화를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이날 강연엔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10대부터 60대까지 40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아마존의 눈물’ 프로듀서 김현철씨는 녹색교육센터에서 환경 특강을 했다.
‘아마존의 눈물’ 프로듀서 김현철씨는 녹색교육센터에서 환경 특강을 했다.

‘아마존의 눈물’은 국내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로 높은 시청률 26.1%를 기록했다. 또 최근에는 영화로도 선보여 5만명 이상의 관객을 끌었다. 지난 3월에는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교양작품상도 수상했다. 그러나 김현철 PD는 “프로그램이 사랑과 칭찬을 많이 받아 좋지만, 환경을 생각하면 갑갑하다”고 말했다.

숲을 파괴하는 육식 멀리 하게 돼
“숲을 불태우는 장면을 많이 담아 안타까웠습니다. 아마존에는 건기인 8~9월에 집중 방화가 일어나요. 헬기를 타고 내려다보니 정글 군데군데 칼로 자른 듯이 새까만 데가 정말 많았습니다. 모두 소 농장을 만들기 위한 불법방화이지요.”

아마존 파괴의 핵심은 소 농장이며, 육식을 하는 우리들도 생각해보길 권했다.
아마존 파괴의 핵심은 소 농장이며, 육식을 하는 우리들도 생각해보길 권했다.

그는 아마존에서 소 농장을 만들기 위해 숲을 없애는 과정을 설명했다. 숲에 불을 질러 숯덩이로 만들면, 1~2년 지나 초원이 된다고 한다. 여기에 소를 풀면 돈도 안 들이고 소를 키울 수 있다. 또 소가 다 자랄 때가 되면 도로가 생기는데, 이곳에 차가 다니기 시작하면 온갖 개발업자, 유통업자들이 몰려들어 밀림이 급속도로 사라진다. 요즘엔 소 농장 뿐 아니라 소 사료용 콩 농장까지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숲을 불태우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어 “한때 시청자 게시판에 소 도축장면이 ‘보기 불편했다’와 ‘실제 벌어지는 일이니 알아야 한다’ 두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적이 있다”며, “아마존 파괴의 핵심은 소목장 때문이고, 육식을 하는 우리들도 책임이 있으니,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해 도축장면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김 PD는 “ 아마존의 눈물 시청자 게시판을 보면서 가장 좋았던 후기는 ‘저는 이제 육식을 그만하려고 합니다’였다”며 “프로그램 하나 만들었다고 가치판단을 하고, 행동의 변화를 얘기하는 것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나 스스로도 숲을 파괴하는 육식을 점점 멀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운전할 때 화를 덜 내게 돼
한편 강연장에 모인 사람들은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었던 부족인 조에족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조에족은 언제 수치심을 느껴요?” “조에족은 기형아가 없어요?” “그들한테 뭘 기부했나요?” 같은 질문이 이어졌다.

시청자들의 인기가 가장 좋았던 조에족은 눈에 두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아마존의 눈물에 나온 원시부족 중 조에족 관련 내용은 시청자게시판, 블로그, 카페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처음 조에족 편집 필름을 봤는데, 그들의 눈은 달랐어요. 왜 다를까 생각해보니, 눈에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지금 우리 눈에는 두려움이 많아요. 가지려 하고, 이기려 하니까요.”

김 PD는 “조에족은 이웃 부족을 동료로 바라본다”면서, 야생동물이 침범했을 때 도와줄 동료이지, 이겨야 하는 혹은 싸워야 하는 상대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들에겐 화가 난 사람한테 간지럼을 태워서 푸는 오랜 전통이 있더군요. 조에족 사람들은 화가 계속 나 있는 경우가 없다는 얘기인데, 우리 사회에는 왜 화가 난 사람이 넘쳐날까 생각해보았습니다.우린 너무 쉽게, 또 세게 화를 내고 있는 걸 깨달았어요. 가끔 신문에 주차 때문에 말다툼하다 이웃사람을 칼로 찔렀다는 기사가 올라옵니다. 조에족은 간지럼을 태우면 화를 푸는데, 우린 칼까지 들고 있는 겁니다.”

그는 “이런 두려움이 어디서 생겨났는지, 문명사회에 살면서 많은 것을 얻었지만, 두려움이란 저주를 받은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됐다”며, “원시부족의 수치는 몸의 어느 곳을 노출했느냐가 아니라 평정을 잃은 마음을 드러냈을 때였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요즘 운전할 때 화 안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 돌아봤으면
무엇보다 그는 아마존에 사는 부족은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에 있어선, 우리들보다 훨씬 앞서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원시부족은 자연과 더불어 살지만, 우리는 자연을 경쟁상대로 보니까 부수고, 편리하고 입맛에 맞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데, 너무 폭력적”이라고 말했다.

 10대부터 60대까지 환경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이 모여 강연을 들었다.
10대부터 60대까지 환경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이 모여 강연을 들었다.

다만 그는 “브라질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고민하고 있는 ‘개발이냐 보존이냐’ 문제는 단순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며, “이 둘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것보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생물들의 목소리를 잘 반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 ‘아마존의 눈물’과 2003년 환경 다큐멘터리 ‘갯벌은 살아있다’를 찍으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점이라고 했다.

“개발하기 전에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토의하고, 원주민들의 목소리를 오랜 기간 듣고 반영하는 과정을 거쳐 자연과 관계를 맺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자연을 파괴하는 건 인간이지만 자연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것도 인간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됩니다. 결국 우리 손에 환경 문제가 달려 있는 겁니다.”

김 프로듀서는 자연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건 인간이라고 강조했다.
김 프로듀서는 자연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건 인간이라고 강조했다.

강연을 들은 최규연군(12)은강연 내용 중 숲이 없어진다는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저는 거미, 전갈, 귀뚜라미, 지렁이가 좋아서 집에서 키워요. 그 친구들이 모두 사는 곳이 숲이잖아요? 그런데 소고기를 얻기 위해 숲을 없애면 그들도 하나하나 사라질 테고…. 사람들이 참 이기적인 것 같아요.”

최군을 데려온 김영해씨(52·여)는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요즘 아이들이 자기 말고는 관심이 없다”면서, “아이가 서서히 자기 주변과 생명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생태계를 파괴가 결국 인간에게 눈물로 되돌아오지 않도록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환경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 PD의 이날 강연은 현대사회에서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했다. 아울러 평범한 우리들이 생활 속에서 바꿀 수 있는 작은 변화를 생각해보는 자리였다.

정책기자 이정임 (실용서 작가) jaado@naver.com

등록일:2010.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