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생태학교 기행문

2008년 8월 30일 | 어린이 녹색학교

설악산 생태학교 기행문1

지리산 캠프를 갔다 온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데, 다시 2박3일 설악산 캠프를 가게 되었다. 녹색연합에서 주관하는 어린이 백두대간 생태학교를 신청했는데 당첨이 된 것이다. 당첨이 기쁘기도 했지만 아는 사람 없이 혼자 가야하는 길이라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지리산 5박6일에 비해서는 훨씬 짧은 2박3일이여서 나는 용기를 내기로 했다.
설악동 탐방 지원 센터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가방을 내려놓고 조를 짰다. 또 티셔츠와 여러 가지 물건들이 들어있는 가방도 받았다. 쉬엄쉬엄 많이 쉬던 지리산 캠프와는 많이 다른 것 같았다.
난 2조인 '반달가슴곰' 조에 배정받았다. 천만다행으로 우리 조가 자는 텐트는 큰 편이였다. 다른 조들의 두 배 정도는 되었다. '편안히 잘 수 있겠군.' 일단은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텐트를 구경할 틈도 없었다. 바로 입학식을 하고 '여는 마당놀이'를 해야 했던 것이다.
여는 마당놀이를 시작할 때 조 구호를 정하고 선생님이 예를 들어 “2조” 라고 부르면 정한 구호로 대답을 해야 했다. 우리 조는 구호를 판다로 했다. 선생님의 별명이 판다였기 때문이었다. 1조의 구호는 매미, 3조는 하다쥐(조의 이름인 하늘다람쥐를 줄여서), 4조의 구호는 고슴도(조의 이름인 고슴도치를 줄여서) 이었다.
그런데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다. 조별로 앞으로 나와서 한 사람씩 자기소개를 해야 할 때 선생님이 조 이름을 불러서 대답을 못 하면 벌칙을 준 것이다! 벌칙은 제일 나중에 불려서 대답을 하는 연습을 하고 있던 고슴도치 조만이 벌칙을 안 받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벌칙은 엉덩이로 이름쓰기, 코끼리 코를 하고 10바퀴씩 돌기 등이었는데 나도 엉덩이로 이름을 써야 했다. ???

설악산 국립공원 탐방 안내소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희귀한 여러 가지 동물들, 그러니까 여우, 멧돼지, 산양 등의 뼈와 가죽이 전시되어 있었고, 버튼을 누르면서 그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직접 들어 볼 수도 있었다. 설악산에서 자라는 희귀한 식물들도 살아있는 걸로 볼 수 있었다. 설악산에 이렇게 다양한 동식물들이 살고 있다니, 놀라웠다.
곧 저녁식사를 했다. 놀랍게도 우리가 저녁을 만들어 먹는 거였다! 메뉴는 맛있는 고기와 김치였다. 난 밥 당번을 맡았다. 쌀을 씻어서 안치고 밥이 되나 안 되나 보는 역할이었는데, 선생님이 요령을 알려 주셔서 밥을 잘 할 수 있었다. 밥은 뜸이 잘 들었다. 고기도 내가 구웠는데 의외로 기름 없이 잘 구워졌다. 내가 한 밥과 고기를 먹으니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내일 아침에는 무슨 메뉴일지 선생님께 물어보니 김치찌개를 만든다고 말씀하셨다. 우리 조가 만든 김치찌개는 무슨 맛이 날지 정말 궁금했다. 내일 정말 맛있는 김치찌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녁을 다 먹은 다음 조 상관없이 모두 모여서 설악산 이야기를 들었다. 설악산이 백두대간 정 가운데에 있다는 이야기, 울산바위 이야기, 비룡폭포 이야기, 또 누워서 자라는 나무, 눈잣나무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설악산도 알고 보면 신기한 이야기와 동식물들이 많구나!' 새로 알게 된 이야기가 설악산을 다시 보게 만들었따.
잘 시간이 되어서 반달가슴곰 텐트에 누웠다. 바깥에서 선생님들의 말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내일은 산양 발자국을 쫓아서 등산을 한다고 했는데…….내일 날씨가 좋기를 바라면서 잠에 들었다. ???

설악산 생태학교 기행문2
제일 기대했던 설악산 캠프 두번째 날이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정말 난감했다. 곧 선생님이 오셔서 우비를 입으라고 말씀하셨다. 난 가방에서 '3회용' 우비를 꺼내 입고는 밖으로 나갔다. 비는 생각보다 많이 오고 있었다.
곧 우린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비가 와서 야외에서 만들지는 못하고 어제 설거지를 한 건물에서 아침을 만들기로 했다. 난 여전히 밥 당번을 맡았는데 이미 한 번 해본 터라 불을 적당히 조절하거나 냄비 뚜껑 위에 돌을 올려놓거나 하는 방법들로 맛있게 밥을 만들었다.
우리 조는 다른 조와 좀 더 다른 방식으로 김치찌개를 만들었다. 다른 조는 그냥 김치를 넣어서 요리를 했는데 우리는 먼저 김치를 볶은 다음 요리를 한 것이다. 덕분에 다른 조 선생님들이 우리 조 김치의 맛이 정말 색다르다고 말씀하셨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문제점이 한 개 있었다. 우리 조 선생님이 고기를 안 드셔서 김치찌개에 김치를 제외한 다른 것들이 몽땅 들어가지 않은 것 이였다. 우리 조원들은 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를 먹고 싶어 했기 때문에 난 고기를 엄청나게 많이 넣은 김치찌개를 만든 1조를 찾아가서 고기를 많이 받아왔다. 선생님이 드실 몫은 남겨두고 나머지 김치찌개에 1조의 고기와 김치 약간을 넣으니 훨씬 맛있는 김치찌개가 되었다. ???
그 다음 일정은 야생동물 친구들의 흔적을 따라서 등산을 하는 거였지만 비가 와서 우리 일행은 다른 곳으로 움직여야 했다. 어제 밤 내린 비로 산양의 흔적이 전부 사라졌기 때문에 우리는 할수 없이  '설악산 산양 증식 센터' 로 가서 산양을 직접 보기로 했다. 난 살아있는 산양을 본다는 사실에 정말 설렜다.  
  드디어 '박그림' 선생님과 같이 진짜 산양을 보러 갔다. 박그림 선생님이 산양은 높은 암벽을 좋아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원래는 초원에서 뛰어 놀았는데, 천적들을 피하기 위해서 암벽에서 생활하고 가끔씩 먹이를 찾으러 밑으로 내려온다고도 말씀해 주셨다. 그때 산양같이 생긴 형체가 바위 위에 가만히 있는 게 보였다. '뭐야. 박제잖아?'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 형체는 진짜 산양이었다. 네 다리를 움직이면서 진짜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진짜잖아?' 우리 일행은 좀 더 가까이 산양을 보러 갔는데 산양이 바로 앞에 있어서 깜짝 놀랐다. 그 산양은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돌아갔다. 나를 빤히 바라보는 산양의 눈은 정말 매혹적 이였다.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정말 안타까웠다. 정말 신나는 하루였다. ^^*    

설악산 생태학교 기행문 3
  벌써 설악산 캠프 마지막 날이 왔다. 오늘은 등산을 하는 날이다. 우린 아침부터 신발을 등산화로 갈아 신었다. 딱딱하고 큰 등산화를 신느라 좀 애를 먹었지만 집에서 연습을 엄청나게 많이 한 탓에 잘 신을 수 있었다.
물과 손수건 같은 간단 물품들만 챙기고 설악산으로 출발했다. 목적지는 비룡폭포였는데, 飛(날 비)자와 龍(용 룡) 자를 써서 飛龍폭포라고 부른다고 가이드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용이 날아간 폭포란 뜻인가?' 그런 전설이 담겨있나 보다 하고 짐작이 갔다.
산길은 생각보다 편했다. '이건 그냥 남한산성 수준이잖아!' 등산화를 신을 필요가 없는 것 같았다. 다른 친구들도 매우 여유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햇빛이 강하게 비치면서 점점 더워지고, 점점 가파른 계단이 나오면서 등산은 급속도로 어려워졌다. 하지만 나는 남한산성에서 산을 많이 타던 실력이 있어서 쉽게 산을 탔다. 하지만 쇠 계단은 정말 끝도 없었다. 잠시 평평해 졌다가 금세 가파르게 되고….. 등산화를 안 신었다면 벌써 발목이 삐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 무렵, 드디어 폭포가 보였다.
그런데 폭포의 길이가 엄청 짧았다. “이걸 보려고 여기까지 올라온 거야?” 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하지만 그 폭포는 비룡폭포가 만들어낸 웅덩이에서 만들어진 조그만 폭포였다. 진짜 비룡 폭포는 그 뒤에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함성이 절로 나왔다. 높이가 200m 정도나 될 것 같고 정말 용이 날아갈 것 같았다. 재작년에 가족들과 함께 보았던 금강산 구룡폭포를 다시 보는 듯 했다. 난 가족들을 위해 폭포 물을 물통에 담았다.
영원히 내려가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내려가야 했다.놀랍게도 올라갈 때는 2시간은 걸렸던 산이, 내려갈 때는 30분도 안 걸렸다. '워낙 가팔라서 내려가는 게 더 빠르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내려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점심을 먹고 '설악산 국립공원 탐방 안내소' 로 가서 설악산 캠프 졸업식을 했다. 2박 3일인데, 지리산 5박 6일 캠프만큼이나 힘든 것 같았다. 지리산 캠프는 휴식시간이 많았는데, 이 캠프는 쉴 틈 없이 많은 활동을 해서 그런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난 멋지게 백두대간 생태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
이번 설악산 캠프에 와서 백두대간의 한가운데에 있는 멋진 설악산을 가슴에 간직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살아있는 산양을 직접 본 일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