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철새 먹이주기 자원봉사에 함께 했던 소미네입니다.(가족 소개에서는 '싸돌아다니는 돌고래가족으로 이름을 붙였었는데 기억하세요? ㅎㅎ)
간사님께서 무려 11대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당첨되었다는 말씀을 하셔서 저도 깜짝 놀랐지만, 교보 나누미의 인기가 대단하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 뭔가 보람된 시간이 되어야겠다는 다짐도 했구요.
철원은 아이들이 어릴때 철새 탐조를 위한 체험학습을 함께 가본적이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달려 내린 [철원 자연 생태학교]의 김수호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단순히 철새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고 왔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더군요. 적어도 뭔가 어떤 행동을 할때는 그 전에 깊이 생각해봐야겠구나, 사전에 준비 작업과 공부가 정말 필요하겠구나 생각이 들고 그런 시간을 미리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귀기울여 강의를 들었습니다.
우선 두루미의 재 두루미등 철원을 찾는 귀한 철새들의 고운 자태와 특성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아름다운 모습을 지닌 두루미가 곡식을 한번에 딱 한알씩만 먹는다는 사실이 꽤 놀라웠습니다. 그래서 사람이나 차가 철새를 놀래켜서 몇번 날아오르게 되면 에너지소비가 많이 되서 그 만큼 많이 먹어야하니 꽤 오랜 시간을 먹이 먹는데만 집중해야한다고 말씀하실때 '아, 그래서 철새보러갈때는 정말 조용히 해야하는구나, 내가 내는 소음이 어떤 생물에게는 치열한 생존과도 연결이 되는구나 '하며 깨닫게 되었답니다. 세상에..1m40cm나 되는 두루미가 그 큰 부리로 겨우 한번에 한알씩만 먹는다니… 아이들도 그것에 적잖이 놀랬던것같아요. 그래서 정말 두루미 보면 조용 조용 걸어야되겠구나 생각하더군요.
또 철원 평야의 맛있는 쌀을 우리가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소비해야하는 이유로 철원에 평야가 없어지고 더이상 농사를 짓지 않게 되면 두루미들도 겨울의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일이 아니겠냐는 말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일이던지 그 원인과 결과가 사슬처럼 연결이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름다운 철원의 풍광과 철새들의 모습들을 슬라이드로 보고 나서 직접 철원의 최대 저수지중의 하나인 '토교 저수지'로 가서 철새들을 보기로 했습니다.


민통선지역의 넓은 평야를 갖고 있는 철원 지역의 명성답게 정말 넓은 토교 저수지는 강추위로 꽁꽁 얼어붙어있었지만, 그와중에도 철새들이 날아와서 떼를 지어 앉아 있는 모습도 보였고 철새보호 출입통제선 저편으로는 따뜻한 바람을 기다리는 독수리들이 떼지어 앉아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날 서울서 간 우리에게 날씨는 몹시 추웠는데 철원에서는 그나마 약간 풀린 날씨라고 하시더군요. 철새들을 보면서 고맙기도 하고 사람이나 동물이나 산다는게 그리 녹녹치는 않구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다시 자연학교로 내려와서 철원의 명물 오대쌀로 갓지은 점심밥을 먹었습니다. 이 쌀 한톨한톨을 농부의 정성을 음미하듯 두루미도 한톨한톨 먹는다는 생각을 하니 밥을 먹을때도 왠지 숙연해지고 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맛있는 밥을 먹고 나서 버스를 타고 본격적으로 두루미들을 만나러 나섰습니다. 기사분께서 경험이 많으신듯 아주 조용 조용 차를 움직이신 덕택에 두루미들이 행여 놀래서 날아갈까 조마조마하던 제 마음도 조금은 편안하게 철새들을 볼 수 있었던 것같습니다.
늘 가족끼리 다닌다는 두루미이야기를 들었기에 엄마, 아빠, 그리고 아기 두루미로 이루어진 두루미가족을 만날때마다 어찌나 반갑고 또 신기한지, 그리고 가족이라는게 사람뿐이 아니라 저 새들도 소중한 인연이구나 하는 생각도 해보구요. 행여 인기척에 새들이 날아가면 내내 미안하고 안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새들을 보고 나서 철새 먹이주는 논으로 이동하여 오늘의 본격적인 봉사활동인 [철새 먹이주기]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옥수수를 주기로 했는데 작은 자루에 행여라도 흘릴까 한주머니씩 옥수수를 담아서 아이들이 논으로 나갔습니다. 씨뿌리듯이 뿌리지말고 한곳에 모아서 주어야한다는 주의 사항도 들었어요. 아마도 공부를 미리 안했다면 왜? 했을테지만, 두루미들의 먹이 습성을 공부하고 나서는 에고..흩어진 먹이 주으러 다니는것도 고역이겠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한웅큼씩 옥수수를 모아서 놓아주면서 마음속으로 “찾아와주어서 고마워, 그래도 우리와 함께 해주어서 고마워, 내년에도 꼭 와라”이렇게 부탁의 기도도 해보았지요.


먹이를 주고 나서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철원 천연기념물 보호 센터로 이동하여 동물들을 아프게 하는 올무와 덫을 직접 보고 또 그렇게 다친 동물들을 찍은 사진과 박제, 그리고 실제 ㅂ호되어 살고 있는 동물들을 보면서 '인간이란 참 이기적인 동물이구나,자기 밖에 모르는 동물이구나'하는 생각에 맘이 아팠습니다. 옆에서 납중독된 어린 고라니와 살충제에 중독된 쇠기러기, 그리고 눈을 수술하는 부엉이의 사진을 보며 안스러워 하는 딸아이의 표정을 보며 저도 안타깝기만 하더군요. 자연은 언제든지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 말못하고 나보다 힘이 약한 것들에게 한껏 못되게 굴어도 반성조차 없는 인간의 잔인함이 무서워지기 까지 했답니다.
보호센터 밖에서 날개 한쪽을 잃은 독수리들이 날고 싶어 퍼드득 소리를 낼때마다 구경하던 둘째가 깜짝 놀라며 불쌍하다고 눈물이 글썽할때도요.
돌아오면서 단순히 자원봉사를 하러 간다는 생각으로 갔던 하루가 소중한 공부를 하는 기회가 된 것에 무엇보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평생 모르고 살수 있는 것들을 알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몰라서 자연에게 자칫 실수를 할 뻔 했던 행동들을 하지 않게 된 것또한 감사한 일이지요. 앞으로도 봉사하기 전에 미리 봉사지역이나 대상에 대한 공부를 먼저 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해봅니다.
아울러 김수호 선생님 말씀대로 철원에 전기줄이 모두 땅밑에 설치되어 전봇대와 전깃줄로 인해 철새들이 더 이상 다치지 않는 안전한 철새들의 쉼터로 철원이 철새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많이 많이 나서 우리나라에 매년 더 많은 철새들이 찾아드는 멋진 고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소중한 공부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교보나누미에도 깊은 감사 드립니다.^^

2010년 1월 교보 나누미 철새먹이주기 자원봉사 참가 가족 (홍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