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에 반려동물을 데려가면 왜 안될까요?/박그림

2015년 4월 29일 | 녹색소식

국립공원에 반려동물을 데려가면 왜 안될까요?

이번 여름휴가 때 지리산에 가기로 했습니다. 2박 3일 일정이라 반려견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입니다. 국립공원에 반려동물을 데려가면 안 되는 걸 알고 있지만, 문득 ‘왜 안 되지?’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건강한 애완견이더라도 생태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나요? 그렇다면 애완견을 산책 시키려고 동네 뒷산에 데려가는 것도 안 좋은 건가요? 저에게 자연도 중요하지만, 가족 같은 반려견도 소중하기에 고민에 빠졌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소연 읽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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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제217호인 산양과 더불어 사는 일을 꿈꾸며 국립공원인 설악산에 드는 사람입니다. 질문을 보며 반려견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걱정이겠구나 싶었습니다. 저 역시 산양을 사랑하고 더불어 살고 싶은 마음에서 오래 전부터 산양조사를 해왔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정말 산양을 위한 일일까 늘 생각합니다. 산양이 쉬었다간 자리에서 산양의 눈으로 나를 보면 ‘산양지킴이’란 말이 얼마나 인간 중심 생각인지 깨닫습니다. 내가 어떻게 산양을 지킬 수 있다는 말인가. 산양을 위한 조사라지만 내 생각일 뿐 산양들에게는 나도 위험한 동물일 뿐이니까요.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삶을 산양이 덜 위험하다고 느끼도록 맞추기로 했습니다. 먹는 것부터 생식으로 바꿨습니다. 산양이 사는 곳에 들어가 냄새를 피우면서 밥을 해먹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니까요. 옷도 자연에서 크게 드러나지 않는 색만 입고, 산에서 잠을 잘 때는 침낭만 가지고 잠을 자고, 산양 흔적조사도 꼭 필요할 때만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누구의 간섭도 받아서는 안 되는, 산양들이 대를 이어 살아온 삶의 터전이기 때문입니다. 야생동물이 살아있음으로 산은 살아서 움직이고 자연이 살아있어야 우리들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오르내리는 뒷산이라 해도 그곳은 야생동물의 삶터이며, 국립공원은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야생동물들이 그나마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반려견을 데리고 들어갔을 때 야생동물의 삶을 간섭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은 늘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탓에 그들의 자리는 집과 도심지 공원일 겁니다. 불편을 참아내면 더불어 사는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자연공원법과 자연공원법 시행령(제26조 제45호)’에 따라 반려동물을 들이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생태계 보전가치가 높은 국립공원에 반려동물을 내버려두면 안정된 생태계 균형이 파괴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반려동물 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산에 드는 것 자체가 끊임없이 자연에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정한 기간마다 산도 쉴 수 있게 휴식년을 주는 것이지요. 공존하려면 서로의 삶터를 존중하고 지켜주고 배려해야 합니다. 반려견은 이웃이나 보호센터에 맡기시고 생명 넘치는 지리산 기운을 가득 담아 오시기 바랍니다.

– 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 설악산 산양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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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4년 7월호 <녹색상담소>의 글을 일부 정리해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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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월간 <작은것이 아름답다> http://jaga.or.kr/?p=58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