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에 반려동물을 데려가면 왜 안될까요?
이번 여름휴가 때 지리산에 가기로 했습니다. 2박 3일 일정이라 반려견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입니다. 국립공원에 반려동물을 데려가면 안 되는 걸 알고 있지만, 문득 ‘왜 안 되지?’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건강한 애완견이더라도 생태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나요? 그렇다면 애완견을 산책 시키려고 동네 뒷산에 데려가는 것도 안 좋은 건가요? 저에게 자연도 중요하지만, 가족 같은 반려견도 소중하기에 고민에 빠졌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소연 읽새)
저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제217호인 산양과 더불어 사는 일을 꿈꾸며 국립공원인 설악산에 드는 사람입니다. 질문을 보며 반려견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걱정이겠구나 싶었습니다. 저 역시 산양을 사랑하고 더불어 살고 싶은 마음에서 오래 전부터 산양조사를 해왔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정말 산양을 위한 일일까 늘 생각합니다. 산양이 쉬었다간 자리에서 산양의 눈으로 나를 보면 ‘산양지킴이’란 말이 얼마나 인간 중심 생각인지 깨닫습니다. 내가 어떻게 산양을 지킬 수 있다는 말인가. 산양을 위한 조사라지만 내 생각일 뿐 산양들에게는 나도 위험한 동물일 뿐이니까요.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삶을 산양이 덜 위험하다고 느끼도록 맞추기로 했습니다. 먹는 것부터 생식으로 바꿨습니다. 산양이 사는 곳에 들어가 냄새를 피우면서 밥을 해먹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니까요. 옷도 자연에서 크게 드러나지 않는 색만 입고, 산에서 잠을 잘 때는 침낭만 가지고 잠을 자고, 산양 흔적조사도 꼭 필요할 때만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누구의 간섭도 받아서는 안 되는, 산양들이 대를 이어 살아온 삶의 터전이기 때문입니다. 야생동물이 살아있음으로 산은 살아서 움직이고 자연이 살아있어야 우리들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오르내리는 뒷산이라 해도 그곳은 야생동물의 삶터이며, 국립공원은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야생동물들이 그나마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반려견을 데리고 들어갔을 때 야생동물의 삶을 간섭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은 늘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탓에 그들의 자리는 집과 도심지 공원일 겁니다. 불편을 참아내면 더불어 사는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자연공원법과 자연공원법 시행령(제26조 제45호)’에 따라 반려동물을 들이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생태계 보전가치가 높은 국립공원에 반려동물을 내버려두면 안정된 생태계 균형이 파괴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반려동물 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산에 드는 것 자체가 끊임없이 자연에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정한 기간마다 산도 쉴 수 있게 휴식년을 주는 것이지요. 공존하려면 서로의 삶터를 존중하고 지켜주고 배려해야 합니다. 반려견은 이웃이나 보호센터에 맡기시고 생명 넘치는 지리산 기운을 가득 담아 오시기 바랍니다.
– 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 설악산 산양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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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4년 7월호 <녹색상담소>의 글을 일부 정리해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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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월간 <작은것이 아름답다> http://jaga.or.kr/?p=58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