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길라잡이 8기 과정을 마치고

2017년 11월 7일 | 녹색소식, 참여

우리 곁의 생명을 대하는 시선과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준 녹색길라잡이 과정  

전은정(계수나무, 녹색길라잡이 8기 수료생)

 

DSC_0057식물과 여행을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태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좋아하면 더 알고 싶어지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알면 알수록 이 분야에 발을 더 깊숙하게 들여 놓는 것이 결코 즐겁기만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

워낙 주변에서 ‘강추’한 교육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바로 녹색길라잡이 양성과정을 신청했다. 박영신 교수님을 시작으로 함민복 시인의 강의로 끝날 때까지, 구체적인 주제는 달랐지만, 전체 수업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함께’와 ‘연결’이었다. 이런 수업을 듣는 이유는 하나다.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의 구성원들과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살아간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무엇보다 깨달은 것을 내 삶의 자리에서,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작은 일 한 가지라도 행동에 옮기기 위해서다.

사실 생태 공부는 굉장히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알면 알수록 죄의식도 생긴다. 지구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끼치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이랄까. 죄의식을 느끼게 하는 공부를 왜 시작하게 되었을까, 싶은 순간도 많다. 인간은 모두 같은 마음(양심)이 있기 때문에 결국 그 같은 것을 찾다 보면 세계는 하나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고, 공존할 수 있다, 라는 함민복 시인의 말을 듣고 불편하고 피하고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한 더 알아야 한다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 인간이라면 모두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같은 마음’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수업이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려는 것은 머릿속에 입력시켜야 할 ‘무엇’이 아니라 ‘왜’라고 질문하는 법,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다른 시각을 갖는 법이었던 것 같다. 이 수업은 나무 이름, 풀 이름 하나 더 외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곁의 생명을 대하는 시선과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자연을 경쟁이 아닌 협동과 공존의 패러다임으로 바라볼 것을 가르쳐 준 조홍범 교수님, 요즘 핫이슈였던 탈핵 문제를 관심 있게 지켜볼 수 있게 해 준 이유진 박사님, 숲과 나무를 인문학적으로 바라보게 해 준 우종영 선생님, 사람과 땅과 하늘을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비밀의 통로를 열어 준 김희동 소장님, 마지막으로 끊임없이 질문하며 새로운 것을 찾는 시인의 눈을 소망하게 해 준 함민복 시인의 수업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물론 함께 공부했던 분들과 울진 금강송숲길을 함께 걸었던 시간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앎’의 완성은 ‘실천’이라고 했다. 아마 이 수업을 함께 들었던 분들 모두 내 행동 하나가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주변에 조금은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해 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을 것이다. 아는 것이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도록 살면서 순간순간 이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을 계속 되새김질 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