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식 이틀째부터 정상적으로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단식을 했다고 하니 의외로 단식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사람들이 보식이 제일 힘들고 어렵다고 하도 겁을 주어서
정말 단단히 각오를 했는데 아직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다.
그동안 피치못할 식사 약속도 여러 번 있었는데
억눌러야할 식욕은 생기지 않았다.
단식으로 몸속에 있던 나쁜 것들과 함께 식욕이 배출된 게 아닐까.
몸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는 것 같다. 먹고, 소화하고, 배설하고
이모든 것들에 의식이 생겼다고 할까…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것이
이제는 직접 피부에 와 닿는다.
요 며칠 아주 잠깐씩 나를 목마르게 하는 것이 있었다.
그건 커피와 몇잔의 술.
카페인과 알콜이 가져다 주는 신경의 제어.
그렇다고 내가 하루종일 커피를 달고 살거나
노상 술을 마시는 건 아니었다.
커피는 원두로 한잔, 술은 와인이나 맥주 한잔.
내가 그것에 기대어 있었던 거다.
지금은 마실 수도 없지만
그것들 없이도 잘 살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