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에필로그

2008년 1월 5일 | 녹색단식

보식 이틀째부터 정상적으로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단식을 했다고 하니 의외로 단식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사람들이 보식이 제일 힘들고 어렵다고 하도 겁을 주어서
정말 단단히 각오를 했는데 아직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다.
그동안 피치못할 식사 약속도 여러 번 있었는데
억눌러야할 식욕은 생기지 않았다.

단식으로 몸속에 있던 나쁜 것들과 함께 식욕이 배출된 게 아닐까.

몸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는 것 같다. 먹고, 소화하고, 배설하고
이모든 것들에 의식이 생겼다고 할까…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것이
이제는 직접 피부에 와 닿는다.

요 며칠 아주 잠깐씩 나를 목마르게 하는 것이 있었다.
그건 커피와 몇잔의 술.
카페인과 알콜이 가져다 주는 신경의 제어.
그렇다고 내가 하루종일 커피를 달고 살거나
노상 술을 마시는 건 아니었다.
커피는 원두로 한잔, 술은 와인이나 맥주 한잔.
내가 그것에 기대어 있었던 거다.

지금은 마실 수도 없지만
그것들 없이도 잘 살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