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일기_마지막날

2008년 1월 4일 | 녹색단식

1월 1일 마지막 날

신륵사에서 붉게 타오르는 해를 맞으며 신년 예불을 드리는 것으로 한해를 시작했다. 우리들 말고도 동해로 해돋이를 보러갔던 사람들 때문에 길이 막힐 거라고 해서 일정은 오전에 서둘러 마쳤다.
처음 40여명의 사람들이 이곳에 올 때 서로 맹숭맹숭이었는데 떠날 때가 되자 가슴이 뭉클해졌다. 샤랄랄 선생님 말씀처럼 ‘한 솥밥’을 먹은 사람들의 정보다 더한 ‘함께 굶은 사람’으로서의 정이 쌓였던 것 같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성향이 비슷하기 때문에 더 잘 통한 것도 있겠지만.
떠날 때가 되어서 그런지 여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에 다시 올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집에 와보니 예상대로 보일러가 말썽이다. 도착했을 때 실내 온도가 9℃ 였다. 13℃까지 올리는데 4시간이나 걸렸다. 헉… 가자마자 씻지도 못하고 벌벌 떨었다. 미음을 끓여 먹었는데.. 넘 오랜만에 먹어서인지 머리가 좀 아팠다. 그리서 꿀물을 타 마시니 좀 나아졌다. 저녁 내내 누워 있었더니 잠잘 시간에는 얼굴이 붉게 상기되고 다시 머리가 아팠다.

몸무게는 3kg 정도 감량. 보식을 제페이스대로 하면 2kg 정도 더 감량된다고 한다. 지금의 목표는 총 5kg 감량. 배와 엉덩이, 허벅지의 살이 빠져나간 게 느껴진다. 그러니 허리가 한결 가볍다. 묵직한 허리띠를 하고 다니다가 벗어놓은 듯한 느낌이랄까…

집에 와서 샤워를 해보니 살결이 좀 거칠다. 그리고 머리카락도 푸석푸석.
기름기가 쏙 빠져나간 느낌. 낼은 날김을 좀 사서 그거라도 조금씩 먹어야겠다. 밀감도.

식욕이 생길 줄 알았는데 먹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현미가루 미음은……. 맛으로 치자면 제로에 가깝다.
받아온 현미가루를 미음으로 해서 다 먹으려면 한 달은 먹어야 할 것 같다. 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