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교육 길라잡이 현장교육 지리산 – 둘째날1

2008년 8월 14일 | 야생동물길라잡이

이른 아침 산행을 위해 새벽밥을 먹습니다. 숨쉬는 지리산, 바로 이런 배경을 병풍처럼 두르고 말이지요.
 
산 위에서 먹을 동그란 주먹밥도 챙기고
 
성삼재까지 버스를 타고 산을 굽어굽어
 
79굽이를 돌아올라 구름바다를 내려다보며 외계인과의 교신을 시도해보는 권시은 샘. 실은 차멀미 때문에 심신을 달래시는 중.
 
산 아래서 봤던 숨쉬는 산이 피어올린 구름은 이렇게 산허리로 산머리로 구름바다를 일렁이게 하고 있었습니다.
 
코재가 보이는 노고단 부근에서 사진을 찍고 -사진에 못들어간 사람들은 그림자로 함께 찍습니다- (사진을 누르시면 얼굴들이 크게 보입니다) 여기서 두 모둠으로 나뉘어 탐사를 떠납니다.
 
마침 아침햇살이 숲사이로 쏟아지며 빛커튼을 드리웁니다. 
 
야생동물의 세계로 가까워져왔음을 알리는 숲길.
 
조심스레 빛커튼 들어올리며 동물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숲길. 한 사람씩 숲의 신비속으로. (앞사람이 빛에 가려 안보이는 현상도) 
 
이런 신비를 깨고 킁킁 무슨 냄새지? 화장실 냄새와 컵라면 냄새가 진동하자 바로 나타나는 사람들의 터. 
 
노고단 산장이 인간의 냄새로 먼저 다가오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겠지요.
 
흐드러지게 노고단 정상에 피어난 원추리꽃들이 대조적인 송신탑의 배경이 되기엔 아깝습니다. 
 
노고단 아래 흘러내리는 산줄기, 산줄기를 타고 오르는 구름들.
 
이렇게 산정상에 오르면, 우리가 올라왔던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갈길을 가늠해봅니다. 오른쪽 계곡부가 화엄사계곡.
 
가장먼저 우리에게 나타나 삵똥. 늘 환하게 잘 보이는 트인 곳에 똥을 누는 삵. 얼핏보면 그냥 트인 곳으로만 보이지만
 
이렇게 삵의 눈높이가 되어 살펴보면 돌을 등지고 자기 몸이 가려지는 것을 확인하고 똥을 누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앞은 트이고 뒤가 막힌 자리에 쭈그려 앉아야 편안하게 똥을 눌 수 있는 것이지요.
 
숲으로 접어들어 걷다 나타난 오소리똥. 숲길 식물에겐 좋은 거름이 되겠습니다. 이때만 해도 기쁘게 오소리 똥을 보았으나 앞으로 걸으면서 계속해서 나타나는 오소리똥똥똥…오소리가 활발히 움직일 때라고 하시더니 정말 그렇군요. 야생동물 흔적은 이렇게 길따라 걷다보면 계속 반복해서 같은 종류가 확인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걷는 숲길을 이용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오히려 야생동물들이 낸 길을 이용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사람의 눈높이로만 숲을 더듬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야생동물의 눈높이로 바라보면 나타나는 수많은 숲의 증거들.
앗, 무릎높이에 나타난 누군가의 뿔질흔적입니다.
 
가려운 뿔을 긁는 동물들의 습성은 자연스레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영역표시이자 숲생태계의 조절자 역할도 합니다. 인간이 개입하기 이전에, 숲이 밀식되는 것을 막아준다고 합니다. (어제 숲생태와 야생동물에 대한 관계를 탐구했던 우리의 질문이 현장에서 풀리는 순간입니다.)
 
나무 둘레를 재어보고 높이를 재어보니 이 뿔질은 다 큰 노루의 것이 맞겠군요. 뿔 사이 간격에 맞는 나무를 골라 자신의 키높이에 맞춰 뿔질을 했을 야생동물의 입장이 되어보면, 대입시킨 자아가 노루인지 아닌지 다 자란 성체인지 어린 개체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한참 숲을 헤매며 산줄기를 내려와 야생동물처럼 숲속에서 점심을 먹으며 쉬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