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죠자연보호구 소회(4)

2008년 11월 28일 | 야생동물길라잡이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노루궁뎅이 버섯의 그윽한 향기는 여전히 후각을 자극하는데, 보이지 않는 일행들은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저 만치 떨어져 쓰러진 나무둥치를 유심히 살피던 금강송 역시 일행을 시야에서 놓치고 말았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면서,  11시20분.. 그렇게 우리(금강송, 참새)는 이국의 낯선 땅, 호랑이가 살고 있는 라죠보호구 투만라야 깊은 산속에서 일행등과 떨어지고 말았다. 망연한 심정도 잠시.. 낱낱의 신경줄을 일으켜 세운 후, 여태 배운 흔적을 추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마음을 다 잡는다. 계곡방향 너덜지대로 들어섰다는 금강송의 말을 토대로 추적에 나서는데.. 처음엔 흔적이 보이는 듯싶더니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린다. 금강송과 번갈아 좌. 우로 다니며 흔적을 살펴보지만 쉽지 않다.

근처에 자리하고 있을 거라는 당위성은 소리쳐 불러 보고 싶은 충동을 자아내지만, 예민한 산양을 관측하기 위한 행보였다는 사실에 차마 그럴 순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산양을 관측하기위해 모두들 최대한 숨죽인 은신을  하고 있었다고 하니, 더더욱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신갈나무 숲 사이로 비춰 들어오는 정오의 강열한 태양빛.. 머릿속엔 쟈크린의 눈물, 그 아득한 첼로선율이 떠다니며 무언가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되뇌이고 있었고,  신갈나무숲을 일으키며 조용히 불어오는 바람속에 우리의 감각을 내맡기기로 한다. 너덜지대를 지나 조심스레 오른쪽 해안 절벽 쪽으로 발걸음을 내디딘다. 그렇게 해안절벽위의 암반으로 가는 산속에는 산양의 통로가 보이고, 산양의 발자국과 똥들은 절벽 끝에 다달을때 까지 이어졌다. 산양이 휴식을 취하는 해안절벽 끝에는 바람에 잔물결 일렁이는 짙푸른 수면위로 한낮의 태양빛이 내리비추어, 너무나 환상적인 바다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길 잃은 우리는 잠시 신분(?)을 망각한 채 눈을 멀게 만들 것 같은 풍광에 경탄을 마지않는다. ‘참새쌤, 우리가 이렇게 한가하게 앉아 있을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라는 금강송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다. ‘그렇지.. 지금쯤 우리가 대열에서 이탈된 것을 알 터인데, 이렇게 뽀시럽게 앉아 있을 상황이 아니지’ 엉덩이를 털고 일어서서 숲속을 돌아 나오면서 반대편 능선으로 가자는 말을 나눈다. 사실 지금에야 고백하지만 길동무들이 우리를 걱정하고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염려스러움에 미안한 마음 가득 했지만, 길을 잃어서 불안한 마음은 눈꼽(?)만치도 없었다. 그렇게 돌아 나오다 계곡사이로 바다로 흘러드는 작은 계류가 있어 목이라도 좀 축일 참으로 다가가니, 금강송의 밝은 눈에 까치살모사 한 마리가 넘어진 나무둥치 위 그늘사이에 느긋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둘이서 연신 사진을 찍어대는데도 달아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먹이를 먹고 소화시키고 있는 듯이 보인다. 배 쪽이 약간 불룩한 것이 추측에 신빙성을 실어 준다. 그렇게 까치살모사와 눈을 맞추고 돌아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직이 금강송을 부르는 작은뿔님의 목소리.. ㅎ ㅎ ㅎ..! 1150분. 그렇게 우리의 일탈은 30분의 작은 에피소드를 남기고 소멸되고 말았다. 우리가 길동무들과 다시 조우했을 때는 정확히 1200시였는데 모두들 그다지 걱정하지 않은 듯한 표정들에 금강송과 참새는 살짝 삐친다..ㅎ ㅎ. 일행과 합류하여 옆 봉우리 관측지점에 도착해서 숨소리조차 죽이며 절벽을 살펴보지만 산양의 형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헤매다 다 쫓아 버린 줄은 아무도 모르겠지..’  건너편 암벽사이사이를 살피는 알렉산더 박사의 눈매가 몹시 신중하다. 그때 바라본 햇살에 반짝이는 깊은 청록색의 바다는 무어라 형언하기 어려울 만치 강렬한 기운을 내 뿜으며 마음을 움켜잡는다.

 

그 날 새벽.. 여전히 어둠이 사위에 가득한데 후드득 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어보니, 바람소리에 놀란 신갈나무 잎들이 서걱이며 우는소리.. 바람결에 도토리들 함석 지붕위로 후드득 떨어지는 소리.. 그 소리들은 정감 어린 빗소리마냥  부드러우면서 역동적이여서 마치 슈만의 환상곡을 듣는 듯하다.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단잠에 빠져있는 왕피천과 영준쌤을 뒤로하고 숙영지를 벗어난다. 0700분 어둠이 걷히고 푸름의 박명이 세상에 다가오는 타친코 해안의 그 황홀한 아름다움을 어찌 글로 옮길 수 있겠는가? 동트기 전의 그 푸름의 박명은 우리 영혼을 말끔히 씻기어 주는 마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길동무들이 하나둘 해안으로 모여들고 모두들 자연의 찬란한 위대함에 경건하게 경배한다.


 0805분 신갈나무 숲속 숙영지에서의 새날을 길라잡이 일행들은 고요히 숨을 죽인 채, 훼손되지 않은 타친코 해안의 그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맞이하였다. 광에너지의 위력은 어디에서나 대단하다. 떠오른 해가 형상을 채 갖추기도 전에, 길동무 모두를 들뜨게 만들고 부지런한 주행성 야생동물들로 돌아오게 한다. 여린 빛이 신갈나무숲 수관위로 촉촉이 스며드는 모습이 참으로 곱다.  ‘오늘 아침메뉴는 무얼까’ ‘뭐긴요.. 쏘시지와 빵 그리고 치즈 정도겠죠!’ tea가 같이 나왔을뿐 정확하다. 맛난 아침식사를 하고나서 모두들 산행준비로 부산하다. 그렇게 길동무들이 코르돈을 떠나 보무도 당당하게 햇살 좋은 신갈나무 숲속으로 스며든 시간은 0850분. 오늘 다녀올 산은 ‘투만라야산’. 산양의 주서식처인 절벽이 위치한 산이며, 꽃사슴의 흔적뿐만 아니라 다양한 야생동물의 삶을 살펴볼 수 있다고 하니 모두의 마음속엔 기대감이 가득하다.


쉬리의 카메라가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일렬종대로 초지를 지나 숲속으로 들어서니, 편안한 햇살이 신갈나무 숲속을 비집고 들어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모습이 황홀할 지경이다. 그런데 숲속 하부식생 중 관목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신갈나무 극상림이라고 하기엔 신갈나무들의 수령이 30~50년생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왜 하부식생들이 다양하지 않을까?? 산길을 가는 곳곳에 꽃사슴 똥이 지천이다. 5월에서 9월까지의 여름똥은 수분이 많아 무르고, 10월에서 4월사이의 겨울똥은 건조되어 딱딱한 형태를 유지한다. 풀의 수분함량이 얼마냐에 따라 초식동물의 장활동은 다르게 작동한다고 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숲속엔 노루도 적은 개체군이 살고 있고 말사슴도 서식하고 있지만 내륙 쪽으로 훨씬 더 들어가서 생활하고 있고, 북쪽의 침엽수림에는 사향노루가 지의류를 주식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알렉산더 박사가 설명한다. 0920분 숲속에서 꽃사슴의 턱뼈가 다리뼈와 같이 발견되었다. 호랑이의 이동 경로여서 호랑이의 먹이가 되었는것 같고, 어금니의 닳아있는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보아 나이는 5살 정도로 추정된다는 설명이 따라온다. ‘햐.. 대단하다' 다리뼈와 턱뼈를 자세히 살펴보니 잔잔한 이빨자국들이 무수히 많이 나있다. 설치류들이 갉아먹은 흔적들이다. 칼슘을 보충하면서 이빨까지 갈수 있는 꽃사슴의 뼈는 숲속 설치류들에게 있어 분명 귀한 먹이이리라. 한 마리의 꽃사슴에 얽혀 돌아가는 숲속 생태계의 모습이 머릿속에 선연히 그려진다. 가파른 숲속을 자유롭게 올라간다. 가쁜 숨소리들.. 그 숨소리에 화답이나 하듯 신갈나무 숲속을 흩고 지나가는 바람소리는 솔바람을 닮아있다. 오늘은 아마도 저 솔바람을 닮은 바람소리를 많이 듣게 될 것 같다.


숨이 찰 만하면 알렉산더 박사의 설명이 들려온다. 이 곳 보호구역내에 살고 있는 산양들은 보통은 해안절벽에서 생활을 하고 있지만, 특별한 시기에는 잠깐 내륙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그때가 9~10월.. 신갈나무 열매인 도토리가 땅으로 떨어지는 시기라고 하니, 신갈나무 도토리에 기대어 살아가는 뭇생명들의 다양한 생활들을 생각해 보게 한다. 멧돼지와 산양..그리고 꽃사슴들이 도토리를 뽀도득 뽀도득 씹어 먹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기존의 서식처를 선점하고 있는 산양들에 비해서 이제 막 독립한 수컷산양들은 새로운 터전을 개척해야 하는데, 이것은 도토리를 먹고자 숲에 들어 올 때도 적용이 된다고 한다. ‘그렇겠지..그렇게 해서 강인한 투사로 성장하는 것이겠지’  해안 쪽으로 간간이 보이는 전나무 개체들을 바라보며 잠시 귀를 열고 바람소리를 마음에 담아 둔다. 알렉산더 박사의 설명은 계속 이어진다. 당신이 산양을 사냥하려는 호랑이를 몇 번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만 하였다고 한다. 암벽타기의 달인들인 산양을 놓치는 호랑이의 난처한 모습이 떠오르는 듯 박사의 표정엔 웃음이 묻어난다. 물론 어린개체나 늙어 허약한 개체들은 보지 못하는 사이에 호랑이의 먹이가 되었겠지만, 젊고 건강한 무리들은 사냥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으리라.. 포식과 피식자의 관계이면에 자리하는 먹이군의 건강성을 유지하게 하는 호랑이의 순기능을 잠시 생각해 본다.


가파른 산길은 계속 이어지고.. 길잡이 동무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땅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이끼들 속에는 꽃사슴의 똥들도 보이는데, 둥근 똥 위에 가득 덮고 있는 푸른 이끼들을 바라보니 아름다움과 함께 강인한 자연의 생명 고리를 보는 것 같아 심장이 벌렁거린다. 1030분 드디어 내리막길을 내려갈 수 있는 지점에 도착했다. 모두들 숨을 고르며 바람소리에 마음을 열고 언뜻언뜻 보이는 바다를 응시한다. 가파른 내리막 길이였다. 산양을 관측할 수 있는 곳까지의 이동은 만만치 않은 내리막을 내려가야만 했고, 돌아올 길을 염려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환상적인(?) 숲길 이였다. 낙엽 속으로 희미하지만 선명한 꽃사슴 산책길을 따라서 가다보니, 여기저기 쓰러진 나무와 나뭇가지 사이로 따사로운 햇살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똥이 가득한 양지바른 쉼터가 나타난다. 숨을 가다듬고 조용히 앉아 보니 탁 터인 시야에 넓고 푸른 바다가 들어오며 산새소리 자장가인양 부드럽다. 그렇게 눈을 감고 햇살 속에 얼마를 있었을까? 살며시 눈을 뜨니 저 만치 아래쪽에서 금강송이 쓰러진 나무둥치를 이리저리 살피는 모습이 보인다. 마음 가득 충만한 행복감을 안고 느긋하게 금강송에게 다가간다. ‘나머지 길동무 분들은 어디로 가시더노?’ ‘그건 잘 모르겠고.. 참새쌤이 위에 계셔서 같이 갈려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웃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 후 둘이서 능선을 돌아서는데  길동무들의 자취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아뿔사..!’ 짜릿한 현기증이 혈관을 타고 말초신경으로 내달리고 길게 드러누운 정오 무렵의 산등성이엔 망연한 표정의 산짐승 두 마리만이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산양은 관측되지 않는다. 장소를 옮겨 살펴보지만 그 많던 산양이 다 어디로 가 버렸을까? 정말 우리가 다 쫓아 버린 것일까? 아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편안한 휴식들을 취하고 있으리라.. 관측지점을 돌아서 나오며 편평한 곳에서 가져온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뭐 도시락이라고 해 봐야 빵조각과 쏘시지 몇 조각 그리고 물이 전부이지만 모두들 맛나게 먹는다. 식사가 끝나갈 즈음.. 알렉산더 박사가 일생일대 가장 아찔했던 시베리아 호랑이와의 조우 상황을 설명해 주겠다고 한다. ‘우와..!!’ 모두의 귀가 쫑긋거린다.


2002년 어느 날.. 일단의 꽃사슴 무리들을 살펴보고 있었고 평화로운 모습에 별 다른 이상 징후를 포착할 수 없었는데, 방향을 틀어 흰꼬리수리가  날고 있는 쪽으로 약 30m 정도 전진했을 때 시베리아 호랑이가 습격을 해 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호랑이는 오전에 꽃사슴 한 마리를 사냥해서 포식한 상태였었고, 따라서 꽃사슴 무리들은 호랑이가 불과 100m 정도 떨어져 있었음에도 전혀 불안한 기색 없이 서성일 수 있었던 것이였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알렉산더 박사가 잡아놓은 먹이가 있는 방향으로 다가오자.. 호랑이는 눈에 불을 켜고 박사를 덮친 것이였다. 그때 호랑이와의 거리는 불과 70여 미터 였는데 한번에 3미터씩 도약해서 11번 만에 거리를 40여 미터로 줄였고, 급하게 나무뒤로 숨은 박사를 두고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 버렸다고 한다. 잡은 꽃사슴을 관목숲으로 끌고 온 호랑이가 10~15㎏ 정도 먹은 상태라서 위협하는 수준에서 그쳤을 것이라고  웃으면서 말하는 박사의 표정이 익살스럽다. 호랑이가 가고 난 다음 몽둥이를 든 이야기.. 발자국크기를 재어보니 숫놈 호랑이였다는 사실.. 꽃사슴을 잡았을 당시의 호랑이의 신중하고도 민첩함에 대한 설명들이 이어지고, 지금도 연해주에는 년간 평균 5~6건의 호환을 당한다고 하는 것까지.., 물론 호환의 당사자들은 모두 밀렵꾼들이라는 설명도 곁들인다. 흥미진진한 얘기를 혼을 빼고 경청하다 보니 시간이 벌써 1310분이 지나간다. 돌아서 오는 길은 급한 내리막길의 역순이라 모두들 헥헥거리는 것이 난리도 아니다. 겨우겨우 산등성이에 올라오니 시간은 1355분, 북사면에서 솔바람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신갈나무숲의 노래소리에 모두들 흘러내린 땀을 식히며 긴 호흡을 가다듬는다. 여전히 숲속은 근사하고 신갈나무 사이로 보이는 맑고 깊은 대해는 황홀하기 그지없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쇠살모사 한 마리가 길동무들의 등쌀에 몸살을 앓는다. 어느 틈엔가 길동무들 모두 두려움을 상실했다!! 어찌어찌 달아나서 바위틈사이로 들어가는 녀석의 몸통이 아름다우면서도 애잔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오두막..! 이 자리한 초지가 멀리에서 보이고, 숲 가장자리 전망 좋은 그곳에 길동무들은 자리한다. 시원하게 펼쳐진 자연그대로의 바다는 셀루리안 블루에서 에메랄드 색까지 다양하다. 그 바다.. 긴 해안선 뒤로 펼쳐진 초지의 갈색 향연이 햇살 받아 눈부시다. 1400분 초지를 가로지르던 발걸음을 해안 쪽으로 향한다. 오후의 햇살은 강렬하면서도 따사롭다.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듯한 나무더미들도 여기에선 그림이 되고, 그림속으로 스며든 길동무들 역시 그림이 된다. 신갈나무숲을 통과한 바람은 들풀을 살찌우고 들풀에 기대어 살아가는 생명들을 감싸 안는다. 한낮의 풀벌레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평온한 파도소리에 화답하듯 은은하게 초지를 울리는 풀벌레소리에 미약한 참새는 낯선 이국땅에서 해방구를 맛본다.


인나박사의 소프라노 음성이 들린다. 알렉산더 박사와 얘기를 나누며 의견이 잘 맞지 않은 듯 연신 하이톤이다. 알렉산더 박사는 길동무를 데리고 동편 해안을 탐사하자는 주장이였던  반면에 인나박사는 러시아 사우나인 ‘반야’를 하면서 휴식하는 것이 더 났다는 의견이였다. 누가 승자가 되었겠는가? 헤헤.. 우리는 인나의 덕택으로 러시아 사우나를 할 수 있었다(물론 비용이 지불되었다고 하지만..) 뜨거운 물통은 사우나 내부에 있었고, 밖에서 장작을 피워 물을 가열하는 구조인데.. 물통속의 뜨거운 물을 바가지로 떠서 굴뚝으로 통해진 곳에 가열되어 진 자갈들에다 뿌리면 수증기가 사우나실 내부에 피어오르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었다. 여성분들이 먼저 '반야'를 한 후 머시마들이 알몸이 되었다. 냇가에서 물을 길어 물통을 채우고.. 뜨거운 물을 한껏 데워진 자갈에 연신 뿌리니 사우나실 내부는 이내 수증기로 자욱하다. 사우나 내벽에 걸려있던 자작나무 잎이 달린 안마기로 등을 두드리니 뜨거우면서도 시원하다. 그렇게 사우나를 한 후 모두들 밖으로 나와 개울물속으로 풍덩 뛰어든다. ‘아이고..시원하다’  단 한가지 흠이라면 흰눈이 없다는게 흠일뿐.. 그렇게 들락날락 거리는 알몸 모습들을 일찍 사우나를 마친 참새가 카메라에 담았다나 어쨌다나..!


빵, 치즈, 감자찌개, 아침에 먹다 남은 파스타 그리고 tea. 그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있었다. 이곳에서 먹는 먹거리는 아침마다 딱딱하고 굵은 간결한 배설물을 만들어 주어 뒤처리할 휴지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 랜턴불빛 아래서의 저녁식사를 끝내니 시간은 벌써 2000분이다. 사방은 캄캄하고 별무리들은 벌써 피어 올라있다. 한 가닥 밧줄만이 야생과의 경계를 지은 오두막내 작은 탁자위에는 정담어린 얘기들이 별빛을 받으며 두런두런 춤을 춘다.


2058분. 우선 굴뚝 연기통로를 열고 불문을 조정하였다. 말은 신문지 한 조각에 불을 붙여 빼치카에 들어있는 8개의 장작으로 옮겨 붙이는 광경은 참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불이 붙은 신문지를 손으로 좌우로 흔들어 산소를 공급하며 장작에 붙은 불티를 확장시킨 후 다시 불문을 조절한다. 이때 화구를 신속히 닫아 굴뚝으로 공기가 빠져나가게 하는 순환의 원리를 이용해서 불심을 완성시키는.., 주방 담당 러시아인의 물이 흐르는듯한 불붙이는 기술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신묘하다. 빼치카에서 탁탁.. 장작타는 소리가 정겹다. 금새 오두막내 공기가 데워지고 흐뭇한 듯 작은뿔님이 글을 적다 말고 안경 너머로 미소 짓는다. 러시안 불손은 정확히 15분이 지난 후 장작 4개를 화구에 더 넣은 다음 자기 방으로 말없이 들어간다. 불손의 장작은 화르르르.. 불소리를 내며 타 들어가고, 사람살이의 따뜻한 인정은 오두막 안의 심폐 때리는 소리.. 웃음소리와 함께 파랗고 붉은 불심으로 피어오른다. 그날.. 참새는 고소한 참새구이가 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