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후기] 울진. 보부천01

2008년 11월 26일 | 야생동물길라잡이

울진으로 출발하는 맘은, 약간은 무거웠다.

일을 싹~ 끝내고 가리란 계획도, 울산에 들러가겠다는 계획도 무참히 깨져버린 후였기에..

 

하지만, 역시^^ 이노무 역마살기질은 서울을 뜨면 무조건 설레이나보다.

밤 9시 30분정도에 도착해 깜깜한 밤이지만, 콧속을 목욕시켜주는 공기에 역시나 잘했다싶다.

야밤에 팬더를 기다리며,왕피천의 브리핑이 시작되었고,

이번 탐사는 36번 국도 북쪽으로 자리한 보부천에 대한 탐사다.

울진에서 왕피천에 대한 탐사를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쌤이,

지난 번과 중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셨단다.

역시… 무뚝뚝한 갱상도 남자의 자상함이. ^^

내 집게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곳이 바로 오늘의 보부천, 오른쪽의 주황색 부분이 바로 울진 시내다. 차로 이동하면 1~1시간 30분 정도 소요. (맞나..-.-0)



 

 

 

 

 울진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오지이다. 국도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인접 도시에 비해 접근성이 용이치 않아 외부와의 접촉이 쉽지많은 상태이다. 이것은 지역 경제를 비롯하여 주민에게는 쌓이고 쌓인 불만요소이지만,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자연생태가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현재, 사진에서 보이는 동서로 놓인 붉은 국도가 바로 36번 국도이다.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듯이, 험한 지형을 그대로 안고 가는 도로때문에 자치단체들의 최우선 공약은 바로, 이곳에 직선의 고속도로를 내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추진될 계획에 있다.

이곳을 야생산양의 가장 최남단 서식지로 여기고 있기에, 더욱 이 36번 새로운 고속도로의 건설은 자연생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복원이라는 방안역시도 생태만을 고려했을 때는 최선의 선택은 아닌 것도 같고.  또, 접근통로도 내야하는 추가적인 개발들 역시 쉬운 문제는 아닐 것이고. 가치관이 없는 난개발…팬더말처럼 시화호꼴이 나게 되는 건 아닌지…

지역개발과 자연 보존, 그리고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주민들. 희망이 없는 아이들. 이러저러한 현지사정 이야기로 짧은 밤을 보냈다.

 

 

문을 열고 나오니,

하늘이 너무 맑다.

고마운 맘까지 들었다.

 

 

 

 

이날은 마침,울진의 장날이었다. 아침부터 일찍 서둘러 나와 장구경도 하고,

 


 


 

지난 번, 울진 시장에서 먹은 국수가 생각나 일행을 이끌고 그곳으로 향했다. 역시나 카리스마 사장님 계시고,

우리를 알아보신다.

나: 사장님~, 저희 지난 번 여름에 왔었는데..

사장님: 아~~, 그래 맞다. 여자 세 명. 반갑네~ . 근데 한 명은 바꿨구만.

 

 

와~ 사장님 역시, 기억력 장난 아니시다.

이번에도 팬더는 국수에 올인. 나는 지난 번 놓친 메밀묵밥이 생각나 그걸로 하고, 인심좋으신 사장님은 된장비빔밥을 서비스로 주신다. 모든 메뉴 3000원. 속이 든든하다.

역시 우리가 손님을 몰고 오나? 우리가 한 수저씩 뜨고 있으니, 주변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실은, 이분들도 여기 단골이시다. ^^

 


 

 

 

 

간식거리와 저녁거리를 사고 이제 본격적으로 출발한다.

우리에겐 익숙한, 친숙한.. 그리고.. 그렇지 않으면 탐사가 즐겁지 못한.

차에 찌부러져 타기. ㅎㅎ.

이제 고고!

 

사정으로 인해 차를 아래 두고, 차로 이동하려 했던 구간을 걸어서 출발했다.

잠시 기다리며 내려간 냇가에서 늘보는 수생생물을 하나 발견했다.

강도랜지 뭔지.

 


 

 

녀석들은 이렇게 물속 돌멩이 에 작은 돌들을 붙여 집을 짓는다고 한다.

자세히 보면 작은 돌 사이사이를 연결한 실이 보인다.

 


 

 

전 주만 해도, 이곳은 단풍이 곱게 들어있었는데, 며칠 전 큰 바람이 불었다고 한다. 그래서 단풍들을은 죄다 떨어지고.그래서인가 소나무의 힘은 더욱 더해 보였는데.. 소나무 사진은 별로 찍은 게 없다.

소나무. 애국가에 나오는 <구비구비>가 소나무인 줄 알아던 나, 무식한 나… 이곳에서 진정 소나무의 기운을 알게 되었다. 너무나도 고운 모습, 곧은 모습, 기찬 모습.

 

 

 

 

+코스: 산양의 쉼터로 오르는 길. 팬더는 내내 벌벌 떨며..ㅎㅎ. 솔직히 경사가 심했다.

하지만, 러시아 라죠에서는 기본이 이런 길이었기에, 머.. 오랜만에 걷네. 하는 심정으로 올랐다.

 

 

 

역시, 역시, 역시.. 있었어.

요녀석들 아주 명당 자리를 차지하고, 쉬다 갔구먼. 하는 소리가 절로나왔다.

양쪽으로 뜨인 시야, 적당한 평지와 뒷벽.

요녀석들이 똥 눈 자리가 우리가 쉬기에도 안성맞춤이라는 사실.

몇일 지난 것 같은데, 언제 또 오실라나.

작은바람이 내려오던 그 시각,

 

 

 

 

삵. 또 표범의 것으로 추정한.^^ 배설물은 내 사진에 없다.

이번엔 역할분담을 했었기 때문에.

 만약 그것이 표범의 것이 확실하다면!!!!!!

우리나라 동물계에 큰 뉴스거리가 될 것이다!!!!!

우리를 인터뷰할지도 모르는디.ㅎㅎ

 

 

보부천의 강가에는 약간 보태자면 새삐까리로 녀석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나름 귀여운 수달의 똥.

잊을뻔했던 그 냄새를 맡는 순간, 음~~ 하고 반가움이 든다.

꽉 박혀있는 뼈를 보니, 녀석이 와작와작 씹는 장면이 떠오른다. 거참 신기해.. 이런 뼈를 먹어도 아프지 않단 말야?

 

 

 

 

 

계곡을 따라 걷다가 길이 없으면 다시 위로,

위에서 내려다 본 계곡.

참 참 참 참 예쁘다.

수면을 덮은 낙엽이 이렇게 예쁜 줄 몰랐다.

그리고 그 아래 물 속을 장식한 낙엽이 함께 그림이 되었다

그냥 사진으로 보기엔 머가 잔뜻 쌓인 것 같지만.

가만 보고있으면, 떠나기 싫다.

 

 

 

그런데, 과연 판다는 이것을 보기는 했을까나?

ㅎㅎ.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판다는, 완전 이 구간에서 질겁을 했다.

하긴, 폭이 좁고 바로 옆은 계곡으로 골로 가는 길이었는데,

계절상 낙엽이 잔뜩 쌓여있어서 솔직히 길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발로 더듬으면서 가야하는 상황.

옆에는 지지대가 되어 줄 것도 없고, 나뭇가지도 변변찮은 길이었다.

게다가 위에서 수루루, 수루루 하며 쓸려내려오는 낙엽들로

판다는 결국 주저앉고. 그것이 몸을 덮을 정도였다.

가을에 이 길을 탐사장소로 정할 때는 주의를 요한다. 겨울도 그렇겠구나..

 

 

 

하지만, 역시 보리장군께서 판다를 돌보사, 또 안개소년의 무한봉사로  무사히 점심 포인트에 도착.

작은바람을 기다리는데..

 

 

 

어렴풋한 사람의 형상이 나타나고,

드디어 작은바람 가족이 등장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쉬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출발. 이젠 하강길이다.






 

영광식 탈곡기.  서체가 북한이다.

 

 

보부천은 왕피천과 비교했을때,

천을 따라 다양한 느낌이 있었다.

왕피천에 비해서는 작고 아담한 규모였지만, 높은 산지와 편편한 곳이 함께 있어

진행할 때 다이다믹하다. 흔적도 역시 빈도가 높게 관찰되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지난 번 탐사의 시기를 고려해볼때, 좀더 긴 기간을 두고 판단해보아야 할 것이다.

군데군데 보이는, 소나무를 베어내어버린 흔적은 개발에 대한, 인간의 욕심에 화가 난다.

 

 

 

 

하지만, 텐트를 치고 일주일 정도 지내고 싶은 이곳의 자연에 나도 욕심이 난다.

이젠, 통나무집으로 고하는 거다.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