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대에 누워

2008년 10월 14일 | 야생동물길라잡이

백운대에 누워

따수운 햇살 비치고 마른 바람이 부는 가을에
삼각산 백운대 너럭바위에 누워
고독과 애수에 젖은 몸을 널어 말리었다

먼저 몸을 말리던 뱀 한마리
사람냄새에 바위틈으로
신비로운 몸을 숨기었다 

신화처럼 또아리를 틀고 앉아
쇠리한 햇살에 빛났을
그 몸뚱아리를 상상한다

그리운 마음에
또 애처로운 마음에
서로 나란히 눕지 못한 것이
못내 서러워

그러나 사람들 모두 내려간 뒤
그 유연하고 힘찬 몸을 꼿꼿히 세우고
산 아래 우리를 내려다 볼 뱀을 생각하니
마음은 삼각산 능선을 따라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