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설레임으로 간다.

2008년 8월 21일 | 야생동물길라잡이

엄마 품 같다는 지리산..
많이들 이야기하듯, 나도 그렇게 생각하며
지리산을 오르내렸다. 능선만 따라…..

여인네의 치마폭 같은 산줄기를 내려다보며
그저 걷기만 했다.

그러나 이번엔 그 치마폭 한 주름 속으로 들어갔다.
물기를 듬뿍 머금었다. 좁지만 넓었고 어둡지만 훤했다.
거칠었지만 편안했다..

지리산 속을 들어가 본 건 처음.. 가슴 벅찼고
그 순간 모든 것에 감사했다.
그 곳의 모든 생명들이 사랑스럽고 감동스러웠다.

교교한 달빛(그림샘의 표현)을 맞으며
즐길 비박의 꿈을 안고 달려온 설악산 탐사..
비가 와도 그대로 멋있을 설악산과 마주했다.

먹구름의 춤사위로 결국 설악산 깊숙한 곳을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길골 길목에서 만난 다람쥐들과의 만남,
숲을 구수하게 만들었던 멧돼지 똥냄새,
멧새소리 같았던 다람쥐의 경고음, 큰 풀들 옆에서 조록조록 오르고 있던 작은 풀들은 적당한 속도로 내 죽어있던 감각들을 깨워주었다.

숲속 생명들이 뿜어내고 있는 숨의 기운들을 느끼는 것만으로
나에게 이번 탐사의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

산양을 만나던 날,
까맣고 맑은 눈으로 우리들을 응시하던 산양..
그와 마주하고 있는데 왜그리도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맺히던지.. '미안하다..'

산양증식센터를 한바퀴 돌 때 만난 산양.
철망 안에서 우리쪽으로 뛰어오다 잠시 쳐다보고는
숲으로 달려간다.

“와~우리를 반기려고 왔나봐~”
우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산양은
'낯설다. 도망쳐야겠다' 생각하고
숲으로 몸을 피한 것이었다.

살면서 이런 오류들과 오해를 얼마나 많이 저지르고 사는가.
서로 다름도 모른 채,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은 채
자기 식대로 바라보고, 생각하고 내가 옳다고 믿으며 잘난듯 살아간다.
다시한번 나의 어리석은 모습들을 떠올리며 반성해보았다.

'왜 우리들은 살아있는 것에 열광하는가?'

증식센터 옆 숲에 다친 담비가 치료회복중이란 설명을 듣고
모두들 담비를 보러갔다. 모두들 얼굴을 보고 싶어했다.
그러나 담비는 쉬이 자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유가 있겠지..' 생각하며 돌아왔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담비가 얼굴을 보여준것이다. 살아숨쉬고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들은 열광했다.

살아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리도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과 환희를 주지 않는가..
그래서 생명이 아름답고 존귀하고 위대한 것인가보다..

탐사를 다니며 선생님들이 해주시는 귀한 말씀들은
귀담아 듣지 않고 내.. 이런 생각들만 했던 것 같다. ^^;

순간순간 무수히 일어났던 생각들과 그 때의 마음들..
중에서 제일 많았던 건..

'부끄러움.. 안타까움.. 미안함.. 답답함..' 이었다.

교육이 끝날 즈음 아마도 나는 이러한 감정들을
어느정도 정리해낼 것이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정리가 되는 만큼, 찾는만큼 행하며 살아보자고..
조심스럽게 약속해본다.

지금까지 같이 해준 많은 분들~ 고맙습니다!
백령도에서의 시간도 설레임으로 기다리겠습니다. ^^

풀냄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