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를 한다는 마음으로 후기를 대신합니다…

2008년 8월 21일 | 야생동물길라잡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숙제를 한다는 기분…ㅋㅋ

많이 내지는 않지만 일년에 한두번씩 숙제를 내는 사람의 입장에 있다가 숙제를 해야하는 입장이니 참 난감합니다.
이번 연수는 제 마음을 정리하기가 힘이 듭니다.
왕피천 생태조사 후기나 연수 후기를 곧장 쓰곤 하는데 이번은 참 힘이 드네요. 그래서 자꾸 숙제가 남아 있는 방학 마지막날 같은 기분입니다.

8월 2일 서울의 여는 마당에서 들었던 박그림선생님의 '모두 비어내고 다시 채우자.'라는 말씀에 울진으로 돌아오는 동안 이번 교육기간 동안 생명을 처음으로 접할 지리산으로 향하는 동안 '지금 나에게 차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번 교육기간 내내 제 자신을 비워내는 훈련기간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혼자 걷는 시간이 많았고 친구들을 사귀기가 더디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알게된 7년 전부터 지금까지 인간의 욕심으로 부터 잘 버텨준 과거의 왕피천과 굽이 굽이 유유히 흐르며 뭇 생명들의 젖줄이 되고 있는 여전한 지금의 왕피천과 다이너마이트와 굴삭기와 대형트럭의 요란한 소음을 이겨내며 지켜왔던 생명들을 꼭 품으며 아파할 미래의 왕피천이 서로 교차하는 시기입니다.

처음 속살을 밟으며 흥분되어 말을 이을 수 없었던 과거의 나와 여전히 평온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지금의 나와 그 속에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의 나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는 시기입니다.

그렇지만 지리산에서 설악산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알게된 생명들이 제 자신을 정리해 주는 듯 합니다. 쑥스럽게 처음 인사했던 서울로부터 지리산 그리고 실상사, 설악산과 왕피천에서 함께 하며 알게 된 생명 친구들이 왕피천을 지키게 될 현재와 미래의 큰 힘임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그곳의 생명 지키는 일과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 선생님들 만나는 것 또한 감동입니다.

지금의 제 심정으로 후기를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