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네 발로 걸어라

2008년 8월 6일 | 야생동물길라잡이

내가 기억하는 가장 어린시절 꿈은 개가 되는 것이었다.
늘 개가 된 마냥 나는 파트라슈, 늑대왕 알랙산더라며 네발로 총총 뛰어다니며 왈왈 짖던 어린아이.
정말 개처럼 다리가 아프면 한 발 들고 세발로 쩔뚝쩔뚝. 물도 혓바닥으로 할짝할짝.
나이가 들어서도 학교 마치고 개들과 함께 잔디밭에 나가면 해질 때까지 무작정 달리던 아이.

하지만 자라나면서 아이는 네 발로 걷지 않게 되었고, 그 어린시절의 꿈은 다른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하는 우스갯소리가 되었다.
개들, 더 나아가 동물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은 점점 자라났지만,
무언가가 내가 그들이 되게 하는 것을 가로막았던 것일까.

야생동물 교육 길라잡이 과정의 여는마당,
나는 박그림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왔던 길을, 그리고 가야할 길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그들을 바르게 사랑하는 것일지, 그 사랑하는 방법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들의 눈 높이를 맞춰 엎드리고, 그들의 냄새를 쫓는 박그림 선생님.
산양을 이야기하며 즐거움과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어린아이같은 작은뿔 선생님.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분 나쁠 때 하는 행동은 뭐니, 가장 좋아하는 것은 뭐니라고 묻지 않고 자연히 알아가는 것처럼…

나는 자연히 그들을 알아가고, 다가가고, 그리고 그들이 된다면,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면 나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다가가고 귀기울이고 바라보고 냄새맡고 소통하며 그렇게 사랑하리라.
그들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리라.

네 발로 걸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