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심(思心)이 가득했던 남도녹색여행

2010년 4월 29일 | 녹색여행, 활동후기

사심(思心)이 가득했던 남도녹색여행

2010년 4월 17일~18일까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남도 녹색여행을 다녀왔다. 이 프로그램은 평소 ‘즐겨찾기’해 둔 녹색연합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다가 발견했는데 이번처럼 두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꼭 참여하고 싶다고 맘먹었던 경우도 드물었다.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남도’를 방문하는 데다 알차게 짜여진 코스도 마음에 들었지만 엄마와 둘이 여행하기에도 정말 적당한 프로그램이라는 확신때문이었다. 개인적인 사심(私心)으로 여행을 시작했지만 넓은 사심(思心)을 가지고 돌아온 1박2일을 추억해본다.

환상적인 멤버구성으로 어색함을 날려버리다

출발은 소박했다. 아침 7시40분까지 집합하란 소리에 새벽5시부터 일어나 부산을 떨며 도착한 용산역에서 만난 인원은 불과 12명. ‘녹색연합’이라 적힌 소박한 현수막 앞에 모인 소박한 사람들. 그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인사. 조치원에서 합류한 4명까지 합쳐도 16명이었다. 시작은 그랬다.

그런데 우리팀, 그 구성이 범상치 않은거다. 초등학생부터 60~70대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연령대가 무척 넓었다. 직업구성도 학생, 직장인, 은퇴한 선생님, 심지어 미국시민권자인 교포부부와 딸, 미국인 사위까지 21세기에 맞게 글로벌하기까지 했다.

어색함도 잠시, 일정을 함께 공유하고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며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동안 어느새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삼촌, 이모, 오빠, 누나, 언니, 조카, 손자가 되어 있었다.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느껴졌던 순천 아랫장

마음속에 깊이 담아온 순천만의 멋진 노을

남도길따라 봄의 숨결을 느끼다

 

국내 5일장 중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순천 아랫장에서 맛본 팥칼국수와 남도국밥, 명태전, 키조개전, 시원한 남도 막걸리 한잔, 세계5대 연안습지 중 하나로 8000년동안 흐른 물길이 갈대밭과 어우러져 멋진장관을 연출하는 순천만의 장관, 조선시대 만들어졌다는데 200여채의 초가집에 주민 280여명이 실제로 생활하고 있는 낙안읍성 초가민박집에서의 하룻밤, 송광사로 향하는 시내버스에서 만난 벚꽃길, 불일폭포와 삼청교를 지나 만난 송광사의 향기로움, 숲길인줄 알고 들어섰다가 4시간 등반으로 내 다리근육을 힘들게 만들었던 조계산 등산길, 잠깐 들렀지만 그 깊이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선암사의 고즈넉함까지…

어떻게 이런 환상적인 코스를 이제야 밟아볼까 싶을 만큼 남도의 봄향기를 가득느낄 수 있는 일정이었다. 함께 하지 못한 다른 분들에게 석달열흘간 자랑하고 싶을만큼. 단, 조계산 트레킹코스의 난이도만 빼고^^

 

하룻밤을 묵었던 초가집 마을 낙안읍성

 

 

송광사에서 선암사로 넘어가는 조계산 트레킹 코스

 

역시 남는 건 사람이요, 정(情)이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중요하다”

역시 맞는 말이다. 나는 대학교 입학 때부터 강릉집을 떠나 서울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집을 떠나보니 그동안 몰랐던 엄마, 아빠에 대한 존경심과 사랑은 해가 갈수록 커졌지만 마음만큼 실천을 잘 못해 항상 부끄러움이 가득했다. 그러던 찰라에 만난 이번 여행은 엄마와 단둘이, 모녀간의 정을 더 켜켜이 쌓을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였다.

처음 본 사람들과 1박2일을 함께 보내며 쌓은 정도 만만치 않았다. 이번 여행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우리팀 한명 한명의 환한 미소와 경쾌한 웃음소리인 걸 보면 말이다.

차분하면서도 꼼꼼히 우리를 챙기던 혜애선생님, 햇병아리지만 열심히 뛰어다니며 뒷바라지한 봄이랑 선생님과 친구, 남자답고 멋진 외모(?) 못지않게 뻥 터지는 유머와 리액션으로 든든한 오빠역할을 해준 산나물 선생님, 4시간이 넘는 조계산 등반길에 야생화를 둘러볼 여유를 준 자미 선생님과 애제자씨, 제천간디공동체에서 함께 온 지연서현네 가족, 미국 오하이오 콜럼버스(Columbus)에서 날아온 미국교포 부부와 외동딸 문 켈리와 사위 앤드류 켈리, 이들과 함께한 하순영 선생님까지 모두가 기억에 남는다.

 

남도녹색여행을 함께한 즐거운 인연들

 

이 짧은 기억과 정을 소중하게 오랫동안 함께 나누고 싶다. 서로 각자의 생활에 바빠 자주 연락을 주고 받지는 못하겠지만 오랜만에 만나도 매일 만났던 것처럼 어색하지 않은 사이가 되고 싶다.

사심(私心)에서 시작해 사심(思心)으로 돌아온 이번 여행은 이렇게 아름답게 일단락되었다.

녹색연합 녹색교육센터에서 마련한 이번 남도녹색여행에 참여하지 못한 분들도 앞으로 있을

다른 프로그램에 꼭 참여해 내가 느꼈던 이 마음을 꼭 느껴보길 권해드리고 싶다.

노유진 (4월 녹색여행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