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솜이 환경봉사 “갯벌아! 저어새야!”

2009년 11월 4일 | 가족 환경 자원봉사, 활동후기

다솜이 환경봉사 “갯벌아! 저어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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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 전날 스스로에게 다짐해서인지 일단은 6시에 일어나는 것에 성공했다. 강화도까지 직접 가야하고, 또 일단은 일일 스텝으로서 참가자들을 맞이해야한다는 일종의 압박감(?) 덕분일까. 아침도 먹지 못하고 집을 나섰지만, 이번 다솜이 캠프를 진행하는 녹색교육센터 간사님들과 또 자원 활동가인 공쌤, 코알라를 만나고 나니 일단은 기분이 업! 역시 함께 하는 즐거움이 이런 거겠지.

갯벌센터로 향하는 강화길 역시도 가슴을 흔들었다. 아침시간이라 좀 눈을 붙일까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노란 벌판, 아직은 누렇게 추수를 기다리는 풍경은 아니지만 충분히 파란하늘과, 녹색의 산, 그리고 거기에 조화를 이루는 논은 잠들지 못하게 했다. 이런 길을 달려올 가족캠프 참가자들을 생각하니 마치 내가 이곳을 정한 것처럼, 이곳을 이렇게 내가 만들어 놓은 것처럼, 그 광경에 즐거워할 가족들을 떠올리며 괜시리 맘이 뿌듯했다. 

갯벌센터에 도착해서는 바로 참가자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가족단위로 속속 도착하는 분들을 보니 옛날생각도 났다. 캠프는 아니었지만, 여름휴가 때 돗자리에 가방 가득 준비물을 싸가지고 아빠 손 꼭 잡고 바다로 산으로 갔던 기억이 가족들을 보니 떠올랐다. 초등학교 때 어디든 무지도 많이 돌아다녔었는데, 어느 순간 이렇게 따로 생활하고 있나 싶다. 참가확인과 티셔츠, 기념품들은 나눠주고 간단한 인사를 나누었다. 첫인상에서 느낀 것은 역시나 우리네 아버지들은 어찌 그리도 뒷짐을 지고 계시는지. 스텝과 이야기 나누고, 가족을 챙기는 것은 왜 항상 엄마들의 몫일까. 아버지들은 저기 멀찌감치 떨어져 계시는 모습에서 그 20년 전 우리 아빠나 지금의 아빠는 변한 게 없는 거 같았다. 교육관에서도 역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가족 소개할 때 정말 어쩜 한결 같이 어머니들께서 가족 소개를 해 주시는지. 오, 아니다! 이게 혹시 엄마들이 가족을 대표한다는 신호가 아닐까? 그렇다면 제발 아버님들, 부끄러워하시지만은 말아주세요~~~ . 


실내 영상물은 내용은 좋았지만, 아침 일찍 집을 나선 가족들에게는 좀 지루했나? 살짜기 조시는 어른들이 보였다. 하지만 역시 몸을 움직이고, 무엇보다 자연을 직접 마주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것 같다. 생태해설가 선생님과 함께 시작한 우리 검은머리물떼새팀. 탐방로를 따라 내려간 갯벌 길을 활기가 있었다. 한 가족은 어른 한 명에 아이들이 다섯이 함께 왔다. 몇몇은 닮았고 몇몇은 다르게 생겼고. 알고 보니, 조카들을 함께 데려오셨다고 한다. 그런데 좀 더 알고 보니, 그 가족 중 한 명은 조카의 남자친구였다. 어쩐지, 길을 걸어가는데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애와 여자애가 손을 꼭 잡고 내려가는 것이지. 너무 사이 좋은 남매라고 생각했었는데, 휴식 중에 여자애가 대뜸, “오빠 아니에요. 남자친구예요.”하는 것이 아닌가. 역시.. 우리 때와는 달라~ 하며 박수도 짝짝!

 

직접 내려가 갯벌에 대해 듣는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자연과 관련된 책을 읽곤 했지만, 주로 야생동물이었어서 그런지 갯벌 생태에 대해, 그리고 그 가치에 대해서는 이번 활동에 많이 알게 되었다. 특히, 똥물이 흘러들어가 바다에서 차고 넘친 그 똥물이 갯벌의 게가 들이마시고, 정화시켜 내보내는다는 것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그동안 갯벌을 깨끗하게 유지시켜야 되는 곳으로만 인식했었는데, 갯벌 자체가 자연정화의 힘을 가지고 있어 우리를 깨끗하게 만든다는 것에 대해 배운 것이다. 그럼, 갯벌이 없으면 넘쳐흐른 똥물 바다에 다 고스란히 있다는 소리 아니겠는가.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갯벌 가득 쌓여있는 동글동글한 흙알들이 더욱 대단해 보였다.


운이 좋아 이곳에서 필드스코프를 통해 저어새도 보았다. 물때가 지나 이미 바다 저쪽으로 나가있었지만, 렌즈 안에서도 녀석들의 트레이드마크 구두주걱 같은 부리는 선명하게 보였다. 새까만 구두주걱. 호주와 알래스카를 기점으로 여행하는 저어새가 중간 휴식지로 우리나라 강화도 갯벌을 이용한다고 한다. 200여 마리 정도가 이용한다고 하는데, 이날은 한 5-6마리 정도밖에 보질 못했다. 200마리라. 아직 나는 철새 무리를 직접 본 적이 없다. 가창오리 무리의 이동을 보면, 그 광경에 말 그대로 입이 그냥 벌어진다는데, 왠지 날지 않고 있어도 200여 마리라면, 물고기를 낚고 있는 모습 그 자체에서도 참 흐뭇할 것 같다.

갯벌 길을 걸으며 해설가분께서 중요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흔히 생태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체험위주로 진행되고 있는데, 그것이 과연 생태적인가에 대한 문제였다. 갯벌 생태프로그램이라고 하면서, 갯벌에 들어가 갯벌 생물들을 채취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자연을 직접 경험한다는 것은 좋은 취지이나, 사람이 과도하게 밟을 경우, 갯벌이 단단해져 생물이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눈으로만 보는 것이 최선은 아니기에 들어갈 때는, 선생님은 최소한으로, 마음껏 다하지는 말고 하고 싶은 것의 절반만으로 줄여하자는 말씀에 웃게 되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점심시간! 아침 일찍 일어나 강화까지 오고, 또 오전에 갯벌을 산책하고 났더니, 금방 배가 고팠다. 이런 허기에 맛있지 않은 것이 어디있겠느냐만은, 이번 메뉴는 친환경먹거리 단체에서 준비한 비빔밥! 물론 유기농이겠지? 선선한 바람이 부는 바닷가에서 때마침 열리는 문화제 리허설중인 밴드의 음악, 또 가족과 함께 하는 야외 식사. 그야말로 소풍이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음은 오늘의 하이라이트! 하이라이트? 여튼, 갯벌 쓰레기 모니터링 체험이다. 각 가족별로 정해진 갯벌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인데, 나는 다른 스텝인 공쌤과 한 모둠이 되었다. 우리 모둠의 담당 쓰레기는 음.. 기타에 해당하는 것인데. 대략적인 물품들은, 담배꽁초, 담배필터, 외국에서 떠밀려온 것, 가전제품 따위의 것들과…. 콘돔. -.-; 이런 것도 떠밀려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물품 목록에 있는 것이니, 떠내려오긴 오나보다싶었다. 게다가 지난 번 비디오를 봤을 때 냉장고문짝을 수거하는 것도 보았으니, 소파라고 오지 말란 법이 있을까싶었다.

정기적으로 쓰레기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또 항상 물이 잠기는 곳이 아니어서인지는 몰라도 큰 쓰레기는 없다고 생각하고 걷던 순간! 저게저게 무엇일까. 가족들이 웅성대며 있는 곳에 소파 한 짝이 있었다. 가죽소파. 정말 가구들이 바다에 버려지는 것이었다. 소파를 발견했던 가족의 아버지는, 이거 가져가면 우리 팀 상주냐며 우스갯소리도 했다. 또 조금 더 이동하니, 덤프트럭 타이어 하나가 모래에 푹 박혀 있었다. 한 가족과 함께 파 보겠다고 근처의 꺽어진 나무를 들고 팠으나 삽이 아니고선 불가능했다. 꼬마아이는 자기는 끝까지 파내겠다고 불태웠다. 결국, 이 타이어는 센터에 신고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 지역이 보호지역임에도 이런 쓰레기가 있다는 것을 보니, 바다에서는 정해진 구역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 그로 인해 예방이 아닌 수습에는 몇 십 배의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물을 쳐놓는다 해도 흐르는 물을 어쩌겠는가 말이다.

오전에 걸을 때는, 쓰레기가 많이 눈에 띄지 않았던 것 같았는데, 오후 수거를 하고 분류를 하고 나니 꽤 양이 나왔다. 포대가 찰까싶었는데, 가족들마다 꽤 많은 양을 수거했다. 분류별로 수거하라고 했었지만, 나중에는 보이는 것을 담아 오는 것으로 했다. 쓰레기를 보고도 내 분류가 아니어서 그냥 두고 올 수는 없었으니까. 포대에는 녹슨 철사, 스티로폼, 유리, 비닐, 과자봉지 등이 가득했다.

 



한 시간 정도의 활동을 마치자, 오후 햇볕 아래여서인지, 아니면 쓰레기를 발견하겠다는 투지에 불탔던 것인지,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등은 촉촉해 졌다.

센터로 올라와 활동 정리를 하고, 잠시 가족들도 휴식을 하고는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하고 나니, 새삼 가족이라는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졌다. 특히 이런 프로그램은 어떻게 보면, 아버지들에게 가장 많은 자극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학교나 각종 프로그램들을 통해 생태와 관련된 정보를 1차적으로 접하게 된다. 그 수준과 질은 일단 둘째로 치고. 하지만, 성인, 특히 남자 성인들의 경우는 직장이나 사회에서 그와 같은 정보에 노출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렇다고 혼자 찾아가실 분들도 아니고. -.-;; 다시 월요일이 되면, 똑같은 일상이 반복될 수도 있겠지만, 다음에 바닷가에 갔을 때, 이번에 갯벌에서 만난 계란 노른자를 닮은 민달팽이 알집이나 물속을 휘휘 저으며 식사를 하던 저어새를 떠올릴 수 있다면 좋겠다.

오늘 이 짧은 조사는 비록 전체 연구량과 비교해서는 아주 적은 부분이지만, 우리 같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전문가의 안내에 따라 지금 우리가 가진 것만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한다면, 다음세대는, 아니 우리 세대에도 조금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모둠교사 얼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