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섬환경캠프 람사르 총회를 가다!!!

2008년 11월 10일 | 미래세대 섬환경캠프, 활동후기

 

 길게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은 안개로 가득했다.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것과 같이. Na[無]c가 가장 좋아하는 두 개, [자연]과 [아이들]과 다시 함께 하러가는 길은 시간을 100일 전으로 돌리려는 듯 그러했다. 단지 나무들의 잎이 초록에서 노랑과 빨강으로 바뀌었고, 공기가 싸늘해졌을 뿐이었다.


 100일 만에 우리 친구들이 다시 모인 자리. 하지만 그 자리가 생각보다 그렇게 반갑지 않았다. 그동안 몇 번 이러저러한 일로 만난 탓도 있지만 이미 그들은 [나는 없다]고 떠들어대는 Na[無]c에게 익숙했다. 어제 만났던 오랜 벗을 오늘도 만난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익숙해져있었고, 그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정말 친구가 되어있었다.


 우리 친구들과 함께한 1박 2일-[람사르 총회를 가다]의 시작은 아직 햇님이 그분의 모습을 미처 드러내지 않은 시간, 관광버스가 군집을 이루는 양재역 근처 주차장이었다. 해는 뜨지 않았고 안개가 자욱한 그곳. 사람도 많았고, 차도 시끄럽게 많았지만 마치 꿈속과도 같은 그런 공간에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둘씩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모인 선생님들과 23명의 친구들. 버스를 타고 창원으로 가는 5시간 내내, 5박 6일 동안 익숙해진 목소리들은 재잘재잘 쉴 새 없이 버스 안 공간을 차지했다.

 


<창원컨벤션 센터 도착 후 녹색연합 옵져버 김지희 선생님으로부터 람사르 총회에 대한 설명>

 그렇게 도착한 창원. 지방에 사는 나머지 9명의 친구들도 합류하고 본격적인 1박 2일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7모둠으로 나뉘어 돌아가며 녹색교육센터의 부스를 관리하고 람사르 총회 행사장을 이리저리 헤맸다. 우리 모둠은 2번째로 부스를 운영했는데, 생각보다는 많은 분들이 우리 부스를 찾았고, 그 분들에게 우리가 다녀온 캠프와 녹색교육센터에 대해 설명을 드렸으며 녹색교육센터 기금이 될 이러저런 물품들을 팔 수 있었다.

 


<2008 섬환경캠프의 제주의 습지 탐사내용을 전시한 녹색연합 부스>


<섬환경캠프와 제주의 습지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명중인 섬캠프 친구>



<두루미와 함께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건설 반대 캠페인 중인 섬캠프 친구들>

 그리고 본격적으로 행사장을 돌아다니기 시작! 이곳이 바로 제주도에서부터 들었던 람사르 총회장이란 말이지? 일반인들은 생소할지 몰라도 적어도 우리들에게 최소한 그 이름만은 익숙했던 그 행사장의 모습은 뭔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모습이었다. 뉴스에서는 [환경올림픽]이라고 떠들던 그 행사 아니던가. 환경올림픽이라는 말 때문에 기대가 너무 컸던 것 때문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람사르 총회라는 그 행사가 우리에게 다가온 이미지가, 너무도 그리운 친구들을 다시 만난다는 그런 의미로 다가왔기 때문인지 몰라도 뭔가 대단한 행사라는 느낌이었는데. 건물도 예쁘고 각국 대표들도 많이 볼 수 있었고, 나름대로 여러 단체에서 모여 이런 저런 자료들을 알려주고 홍보하는 부스들도 짜여 있었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우리들은 습지 보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차려져있는 행사장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껴야했고, 현실적으로도 당장 밤에 있을 모둠별 발표에 대비해야했기 때문에 행사장 곳곳을 돌아다녔다.

 


<해외 습지보호단체의 부스를 돌아보며 국제적인 습지보호 노력을 느끼는 중>


<람사르 총회장을 둘러본 내용을 정리하는 진지한 모습>

 

 모둠별 발표는 주남저수지 근처 다호마을의 마을 회관에서 진행되었다. 그전에 우리는 맛있는 저녁을 먹었고, 1시간 정도 습지와 갯벌, 그리고 그 속에 사는 작은 친구들에 대한 흥미로운 저녁 강의 시간을 가졌다. 그래서 모둠별 발표가 시작된 시간은 어둠이 이미 자신의 모습을 아낌없이 세상에 드러낸 밤 시간이었다. 각 모둠 학생들은, 람사르 총회 행사장을 돌아다니면서 보고 배우고 느끼고 생각한 점을 모둠 나름대로의 개성에 맞게 다양하게 표현하였다. 그리고 각 모둠의 발표가 끝날 때마다 환경, 습지, 람사르 총회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모두들 졸렸지만, 피곤했지만, 수준은 람사르 총회의 회의보다 낮을 수 있지만, 환경에 대해 진지한 학생들 사이의 생각 교환의 시간이, 환경 캠프임에도 제주도에서는 가지지 못했던 시간이 창원의 한 작은 마을의 마을 회관에서 벌어졌다.

 


<녹색습지교육원 백용해 원장님의 갯벌에 대한 강의 시간>


<우리들이 둘러본 람사르총회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모둠별로 풀어나간 람사르 총회 이야기 발표 시간>

 

 우리만의 [창원총회] 시간을 갖고 요란한(?) 취침 시간이 지난 후 7시부터 우리들은 다호마을의 마을 뒷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나지막한 산을 오르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동감한 사실은 바로 모든 것이 100일 전으로 돌아갔다는 것. 5박 6일 동안 함께 원없이 길을 걸었던, 산을 올랐던 사람들과 다시 산을 오르고 있었다! 또 산이냐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가운데 다호마을의 아름다운 마을 전경이, 시원한 바람과 함께 예쁜 하늘, 그리고 산중턱을 뒤덮은 감나무가 우리의 눈을 들락날락 거렸다. 아무리 힘들어도 좋아하는 사람과, 사랑스런 경치 속에서는 힘든 것 따위는 용서되지 않을까?


 아침부터 간단한 산행 덕분에 더 맛있는 아침식사를 가진 후 주남저수지로 철새들을 만나러 이동했다. 가이드 선생님의 인솔 아래 주남저수지와, 그곳에 사는 수많은 친구들에 대한 이런 저런 설명을 들을 수가 있었다. 우리 말고도 주남저수지의 철새들을 만나보러 온 사람들이 철새들만큼이 많았다.

 


<아름다운 주남저수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큰기러기 무리>


<주남생태학습관에서 안내자 선생님으로부터 철새에 대한 설명 듣기>


<주남저수지에서 철새 탐조중인 섬캠프 친구들>


<필드스코프로 자세히 들여다보기>

 

 맑은 하늘을 날아오는 많은 철새들. 주남저수지에 내려앉는 그 철새들과 이미 그곳에 자리를 잡은 철새들. 열심히 오리발을 흔들어 잠수해서 저수지에 사는 물고기들을 사냥하며 추운 시베리아를 벗어나 이곳에 자리를 잡은 그 친구들이 앞으로 얼마나 이곳에 살림을 차리고 동료들과 가족들과 이곳을 찾게 될까. 두 눈에 들어오는 수많은 철새들, 사람들만큼이나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주남저수지를 걸었고, 짧지만 우리 땅에 놀러온 그 친구들과 작별했다. 그리고 돌아온 마을 회관에서 점심을 먹고 기념사진 촬영을 마친 후 돌아오는 버스에서 우리 [섬캠프] 친구들과도 작별했다. 창원터미널에서 지방에 사는 친구들과 그리고 서울에 도착해서.

 


 

 돌아오는 길은 6시간! 6시간 동안 잠깐 잠에 든 시간도 있었지만 이제 해가 질 때쯤이면 기약 없이 헤어질 친구들과 열심히 떠들어댔다. 제주도에서는 람사르 총회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다음이 확실치 않으니까. 그렇게 열심히 떠들어대긴 했지만 이번에는 제주도에서 돌아오는 길의 이별 때 보다 그렇게 아쉽거나 슬프지는 않았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진짜 친구가 되면 헤어지는 법이 없다. 친구가 나쁘게 변하지 않는 한. 철새들은 우리가 습지를 파괴하면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가 이렇게 계속 나쁘게 변한다면 그 친구들을 잃게 될 것이다…

 

                                                                                                      섬환경캠프 모둠교사 공태식 (나무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