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여는 녹색직업 프롤로그(박경화)

2016년 5월 2일 | 녹색소식

그린잡_입체_LOW미래를 여는 녹색직업 <그린잡> 프롤로그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처음 뵙겠습니다. 제 명함이에요.”

“어머, 좋은 일 하시네요.”

낯선 이에게 나를 소개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명함을 건네자 상대방은 곧 내 직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이, 고향, 학교, 경력, 취미와 특기 등 나를 드러내고 설명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명료하게 표현하는 것은 내가 하는 일, 바로 직업이 아닐까 합니다. 직업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의 태도와 지향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고, 심지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도 짐작해볼 수 있으니까요.

직업과 직장은 다릅니다. 직장은 내가 일하는 일터, 속해 있는 회사나 단체 등을 말해요. 직업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내 전문성이자 무기입니다. 어른들이 ‘기술 배우라’고 하는 것은 나만의 무기, 나만의 전문성을 가지라는 뜻이죠.

직업은 돈을 버는 중요한 경제수단이지만 내가 가장 몰입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10년 근속’이라고 하면 무려 10년 동안이나 몰두해온 일이죠.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시간인 만큼, 직업을 연봉 때문에 선택하거나 마지못해 일한다면 몸과 마음이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 퇴근 때까지 하루 8시간, 주 40시간, 한 달, 일 년, 10년, 정년퇴직, 이 긴 시간 동안 몰입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뭘까요? 내 적성에 맞고 즐겁고 보람 있고 사명감도 생기는 일은 과연 뭘까요? 문득 거리에서 우연히 들은 노랫말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만화가 허영만 화백은 만화 작업 50년이 되던 해, 그동안의 작품을 정리해 보니 만화 215편에 원화가 무려 15만 장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최고로 높은 16개 산봉우리를 오른 것으로 유명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실제로는 38개 산봉우리를 오르려고 시도했다고 합니다.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았고, 처절한 실패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이 더욱 빛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만화 《미생》으로 유명한 윤태호 작가는 일주일에 3일은 밤을 새면서 만화 작업에 몰두한다고 합니다. 앞으로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할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것 같아서 더욱 몰입한다고 해요.

직업은 이렇게 어마어마한 일입니다.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다 함께 몰입하고 노력해야 하는 일입니다. 내 목표는 과연 무엇이고 나는 왜 지구에 왔을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직업, 내 일입니다. 이 일을 통해서 사회에 기여하고 자신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오래 일할수록 가치 있는 일이라면 더욱 좋겠지요.

녹색직업은 자연 환경을 보존하고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 그리고 에너지와 자원, 쓰레기 등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어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하는 일자리예요. 또, 녹색 경제와 녹색 산업에 도움이 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일이에요. 녹색직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환경운동가와 야생동물 수의사처럼 환경현장을 누비며 직접 생명을 살리거나 지키는 일이 있고, 디자이너와 국제기구 전문가처럼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환경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10년 전보다 녹색직업은 매우 다양해졌고 미래 유망 일자리에는 언제나 녹색직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계 유명 연구소와 언론은 20~30년 안에 녹색 일자리가 수천만 개 생겨나리라고 전망했고, 글로벌 기업들도 녹색기술과 녹색 일자리 창출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어요.

이 책의 기획은 2014년에 녹색교육센터가 진행한 그린잡 토크콘서트 ‘너는 커서 뭐가 될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다섯 차례에 걸쳐 다양한 분야의 녹색직업인들이 천여 명의 10대를 만났어요.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그 일을 하게 되었는지, 보람된 점과 힘든 점은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다 함께 직업을 체험해보았지요.

이 책을 쓰기 위해 열다섯 명의 녹색직업인들과 심층 인터뷰를 하다 보니,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어릴 적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찾았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학교 숙제도 아니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했습니다. 좀 늦었다 생각되더라도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한 걸음씩 성장했고,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 고되고 벅찬 순간도 잘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또, 자신의 직업에 대해 분명한 철학과 열정을 가지고 있고, 특히 나를 넘어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꿈과 현실은 다르다고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은 꿈에 불과하다고요? 여기 꿈과 현실을 동시에 이룬 사람들이 있습니다. 환경을 살리면서 돈도 버는 그린잡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16년 4월 박경화(녹색교육센터 회원, 환경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