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고 평화로운 겨울숲의 속살(녹색교육센터 정미경)

2015년 1월 21일 | 녹색소식

고요하고 평화로운 겨울숲의 속살

 

얼핏 보면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게 겨울 숲입니다. 풀은 말라있고, 활엽수들은 모두 나뭇잎을 떨어트렸고 나비를 비롯한 많은 곤충들도 사라지거나 몸을 감추고 보이질 않습니다. 계곡은 꽁꽁 얼어붙어 물고기들의 아름다운 유영도 볼 수 없고요. 게다가 구릉과 골짜기와 숲길은 눈과 얼음에 덮여 짐승들도 겨울잠을 자느라 고요하기 그지없기 때문이지요. 가끔 겨울 숲새들의 재잘거림에 일순 적막함이 깨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겨울숲은 활발하지만 않을 뿐,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살아 숨 쉬고 체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거칠고 야위었지만 모든 치장을 벗어버리고 드러낸 겨울숲의 내면은 오히려 고요하고 평화롭습니다.

사본 -2008012321505990

겨울 숲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방법으로 겨울나기를 하는 동식물들이 있습니다. 숲속의 활엽수들은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몸 밖의 잎만 털어내는 것이 아니라, 몸속 세포가 가지고 있던 수분을 30퍼센트까지 배출시킵니다. 말 그대로 말라죽기 직전의 빈사 상태로 겨울을 지내지요. 그리고 겨울 숲을 거닐며 겨울나무를 유심히 관찰해보면 꼿꼿이 서있기만 한 줄 알았던 겨울나무들도 꽃눈과 수피(樹皮), 나뭇가지 뒤로는 특별한 전략과 비밀이 숨어있습니다.

동물들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나름대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지요. 다음 세대를 위해 자기들만의 생존 전략을 펼치는 생명들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겨울의 큰 문제점인 추위와, 지난 가을 사람들이 다 주워가 도토리나 밤, 열매가 사라진 숲에서 먹이부족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걱정이 앞섭니다. 그 외 다른 숲속동물들은 나뭇가지 사이나 나무의 줄기, 낙엽, 땅 속, 물 속, 줄기의 속 등에서 겨울을 지냅니다. 겨울숲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이유는 생명을 품고 길러내기 때문이지요. 죽은 듯 고요한 겨울 숲, 그 안에는 봄을 위한 생명력이 잔뜩 웅크리고 있습니다.

크기변환_사본 -1204358375301

자연 상태에서 식물과 동물은 자연에 적응하는 방법으로 겨울을 보내면서 새로운 꿈을 꿉니다. 사람은 적응의 방법이 아니라, 난방과 방한복 착용등과 같은 방법, 즉 극복의 방법으로 겨울을 나지요. 하지만, 이것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하기 때문에 자연을 거스르는 측면이 있습니다. 내복을 입고 실내 온도를 낮춘다면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후변화 완화에도 도움 되는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사진, 글 정미경(녹색교육센터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