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간에 쭈그리고 앉아
문을 활짝 열어 제꼈다
저 먼 발치 뽀드득한 고운 모래
굴려오는 파도
호랭이 발자국도
수달 발자국도
간 밤에 별을 세던 님들의 노래도
깊은 바다에 숨겨 놓은 걸
지켜본 고래
간 밤에 함께 별을 세었던 신갈나무, 자작나무
그 아래 구르는 꽃사슴 똥무더기와 들꽃들
발 아래 옹기종기 풍뎅이, 구더기
반가워, 사랑해 햇님
앉으면 일어나기 싫은 뒷간
풍뎅이와 구더기를 아쉬워하며
솟아오는 햇님 품으로
또 그 해를 기다리는 님들 품으로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