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님으로부터의 편지] 해방된 ‘생명의 사람’으로 살아가기

2014년 7월 2일 | 녹색소식,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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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된 ‘생명의 사람’으로 살아가기

–<세월호 참사> 생각–

녹색교육센터 이사장 박영신

지난 4월 16일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 생명을 저버린 세월호 침몰 참사가 그것이다. 우리는 어떤 나라에 살고 있고 이 나라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우리의 참 모습을 새삼 비춰보게 되었다. 월드컵의 열기가 드세어도 이 일의 진실은 묻히지 않아야 했고, 구원파 교주의 생포 작전 뉴스가 쏟아져도 이 일의 본말은 바뀌지 않아야 했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 나라 사람이라면 참사의 실체를 새겨보아야 했다.

세월호 사건은 우연하게 일어난 것이 아니다. 이것은 권력과 금력의 불의한 결탁에서 나온 부패에 더하여, 문제 해결 능력도 책임감도 없는 행정의 난맥상과 부조리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이를 통해서 이 나라 곳곳에 널리 스며들어 있는 상층부 사람들의 칙칙한 행태와 음험한 관행을 우리가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은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아무 짓이든 마다하지 않고 어떤 짓이든 가리지 않았다. 필요하다면 불법을 합법으로 둔갑시키고 위법과 편법을 다반사로 동원하였다. 이들이 주축을 이루는 탐욕의 체제가 이 나라를 움직이고 있었다.

이 체제가 건재한 것은 어째서인가? 체제를 지키고 체제를 떠받드는 무리 때문이다. 무릇 체제란 체제의 수호자와 추종자를 필요로 한다. 체제의 수호자는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탐욕의 집단을 이루어 부당한 이익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이 체제를 더욱 공고하게 다지며 지켜간다. 그런가 하면, 체제 안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어쩔 수 없이 여기에 맞춰가야 한다며 체제의 수호자들을 닮아가려고 발버둥을 치는 추종자가 체제를 지탱시켜준다. 이렇듯, 탐욕의 체제 안에 자리를 틀고 앉아 있는 체제 수호자와 체제 수호자의 반열에 올라 그들처럼 살아가고자 하는 추종자가 한통속이 되어, 이 나라의 비리와 불법이 날로 굳어지기에 이른 것이다.

결국 세월호에 탄 생명들의 희생은 탐욕의 체제를 고수하고 지지해온 체제의 수호자와 추종자의 합작품인 셈이다. 이들 체제의 사람은 비좁은 삶 속에 갇혀 살아간다. 이들이 빠져든 관심의 영역은 기껏 물질의 조건에 대한 것뿐이다. 생각과 대화라는 것의 내용이 모두 물질 획득의 욕구에 모아진다. 그것 밖에는 어떤 다른 삶의 가치를 이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 오직 이 탐욕의 항목이 이들을 공감케 하고 협력케 하고, 심지어 열광케도 하고 분노케도 한다.

이러한 탐욕의 체제가 요구하는 대로 노예처럼 묵묵히 살아가는 오늘의 삶을 우리는 질문한다. 아니, 저항하고 거부한다. 이 삶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생명까지도 가볍게 여기는, 깊이 병든 삶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다른 삶의 가능성을 목말라한다. 탐욕에 찌든 천한 삶 그 너머의 더욱 고결한 삶의 세계를 그리며, 이 탐욕의 체제에서 자유롭고자 한다.

탐욕의 체제에 빌붙어 사는 사람에게 삶의 다른 가능성은 두려운 반체제이다. 하지만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찾아나서는 것은 황홀한 모험이다. 체제에 얽매여 살아가는 노예의 삶을 멈추고, 해방된 ‘생명의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에게 이 모험은 사명이다.

 

2014년 7월 1일

녹색교육센터 이사장 박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