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숲은 다시 춤을 춰야한다(다큐영화 춤추는 숲 관람후기) / 지인숙

2013년 7월 18일 | 녹색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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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숲은 다시 춤을 춰야한다 (다큐영화 춤추는 숲 관람후기)

 

녹색길라잡이과정 갑부리오리(지인숙)

 

성미산 마을은 대도시 에서는 낯선 “마을” 이라는 울타리에 올망졸망 모여 사는 사람들의 대본 없는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상업영화관에서 상업 영화를 관람할 때 평범한 난 상업 영화관에서 다큐 영화(춤추는 숲)을 관람했다 이곳 성미산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먼저 만나는 마을사람에게 스스럼없이 인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낮술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툭~ 건넬 수 있는 동네다 서로 사회적 이름이 아닌 친근하고 익숙한 별명을 부르며 친밀감을 표현한다.

“어이~ 섭서비 어디가?”

“무무~ 오늘 날씨가 자기 얼굴처럼 해맑아~”

 

그렇게 평화로웠던 성미산 마을에 2010년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한 교육재단에서 성미산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깎아 학교를 이전하겠다고 나섰고 서울시는 박자를 맞추며 이를 허가했다. 해발66미터의 아담한 동네뒷산은 마을 사람들의 삶터이자 놀이터고 배움터다 또한 그곳에서 뛰어놀며 자란 아이들의 고향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그들은 돌멩이 하나 던지지 않고 그들만의 방법으로 끝나지 않을 것 만 같은 긴 싸움에 칼을 들었다.

 

letitbe

 

100인의 합창에서 비틀즈의 Let It Be를 그들만의 “냅둬유”로 아무나 그들과 한편이 되게 했으며 때론 새벽에 날카로운 전기톱 소리에 놀라 숲을 지키려다 다리를 다치고 공사 중인 건물에 올라서서 똑같은 사람들끼리 아군 적군이 되기도 했다 난 지금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안돼”라는 말과 함께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눈물이 되어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 상업이든 비상업이든 영화를 보며 감동과 분노를 동시에 느껴보긴 처음이었다.

끝나지 않는 싸움 속에 전열을 가다듬듯이 그들만의 문화로 축제를 만들어 서로에게 힘을 보태기도 했다 영화에서 13살 승혁이는 이런 말을 했다. “생명에는 주인이 없어요 모든 생명에는 주인이 없는데 학교를 만들려는 이 산에는 너무나 많은 생명이 살고 있어요.”

누가 감히 그 생명들에게 ‘소유자’라는 이름으로 생명을 함부로 할수 있을까?

영화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라는 불이 켜져도 난 자막이 흐르는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가 없었다. 성미산에도 꽃피고 새 우는 봄이 찾아오리라 멀리서나마 기다릴 것이다. 아니 우리 모두 기다려줄 것 이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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