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백령도

2008년 8월 26일 | 야생동물길라잡이, 활동후기

 

 

 

 

 

 

 

 

 

 

 

 

 

 

 

 

 

 

6시간 버스를 타고 또 5시간 배를 타고간 서해 최북단에 있다는 백령도..그길은 멀고도 아득했습니다. 새벽녁 도착한 인천여객터미널에서 앉아 백령도 사시는 주민한분과 이야기를 하면서 내집을 오고가는데 매번 하늘의허락을 받고 들어서야 하는 안타까움을 느낄수 있었습니다.낚시를 가는 관광객이나 교육을 목적으로 들어가는 우리들의 기다림과는 다른것이였기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그럼에도 배가 뜰수 있다는 소식에 내마음이 웃더군요.어쩌면 도서관에서 공부 안하고 기도발 세우던 어느님의 영험함 때문인지도 몰라~ 

 

 

 

 

 

 

 

 

 

 

 

 

 

 

 

 

 

 

  사곶천연비행장에서 밟던 모래의 감촉을 떠올립니다. 잠시 부드러운 느낌을 주다 조금 힘을 주니 더이상의 근접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의 단단함이 느껴지던 모래~ 우리아들의 거짓부렁 알통을 만지는 느낌과 사랑하는이의 단단한 근육이 순간 겹쳐왔습니다. 저기 걸어가는 고운님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걸어가고 있는것일까요? 모두들 각자 삶속의 이야기와 느낌을 이곳에 조용히 펼치고 있었습니다. 발밑에 깔려있던 바다생물들의 자잘한 흔적을 보면서 “너희들도 참 분주하게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구나..우리 다함께 힘내자 ” 그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용침과 방조제, 주민들이 겪는다는 점박이물범들로 인한 피해이야기..그런것 보다는 죄송스럽게도 저는 어느 주민이 소리를 내었다는 해당화가 이곳 해수욕장에 가득피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혼자만의 생각속으로 깊이 빠져 들고 있었습니다. 

 

 

 

 

 

 

 

 

 

 

 

 

 

 

 

 

 

 

 

 

 

 

 

 

 

 

 

 

 

 

 

 

 

 

 

 

  뭍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바다에서 뭍으로 바라봅니다. 뭔가를 가지고 싶은 마음을 참기는 누구나 힘이 드는가 봅니다. 물빛에 가려진 바다속 접근은 바다가 쉽게 허용하지 않기에 신비로운가 봅니다. 직장교육을 받다보면 강사들이 쉽게 사용하는 말중 ” 마음먹는대로 뭐든지 할수 있다” 라는 표현이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이였습니다. 하늬바다에서 망원경으로 물범의 모습을 쳐다보고,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그들의 생활영역에 들어간 우리들을 물범은 어떤 마음으로 볼까요? 야생동물에 대한 감정 못지 않게 지식을 겸비하는 작업이 필요하기에 우리는 바다로 산으로 가지만 우리 못지 않게 그들도 혼란스럽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물범보고 좋아라 해 놓고는 뭔소리람~ ㅎㅎ) 

 

 

 

 

 

 

 

 

 

 

 

 

 

 

 

 

 

 

 

 

번식기 아니면 땅위에 올라오는일이 없다는 물개랑 달리 물범은 가끔 물이 빠지는 해변에서 따뜻한 햇살아래 몸을 말리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정겨운 저분들 처럼 즐겁게 웃기도 하고,친구들이랑 닌텐도 게임을 즐겼을지도 모를일입니다. 사람이 건강하게 살고자 건강한 생명체를 죽이는 오만하고 위험한 생각만 안들었다면 물범은 백령도에서 저렇게 행복하게 지낼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비바람 치던 하늘을 쳐다보면 애를 태우던 우리들의 마음을 달래 주려 하는지 백령도 날씨는 정말이지 끝내주게 좋았습니다. 과분하게도 하루에 두번씩이나 물범바위를 오가며 기대하고 고대했던 물범과의 만남을 가지져 행복했지만 무엇보다도 좋았던것은 사방에 널려있던 은빛 반짝이는 물결과의 만남이였습니다. 굳이 백령도가 아니더라도 어디를 가나 만날수 있는 모습이지만 교육이라는 이름을 달고 사뭇 긴장감을 가지고 대한 백령도 일정이고 내가 보지 못한 또다른 생물을 눈앞에서 확인한 설레임이 뒤섞여 더욱 마음에 와닿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아~ 지금도 생각하면 눈이 부시고 아득해집니다.

 

 

 

 

 

 

 

 

 

 

 

 

 

 

 

 

 

 

 

 

 

 

 

우리가 묵었던 마을회관에 아이들이 모여 들었습니다. 정겨운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야구를 하고 놀아줍니다. 모두 즐거워 보였습니다. 건강한 웃음소리가 듣기 좋았습니다.그런데 한아이가 놀 자리를 빼앗겼다고 이야기 합니다. 문득..어른들은 아이들과 놀아주었다고 생각했고, 아이들은 어른들과 놀아주었다는 각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웃음이 나왔습니다. 생각의 틀…누구나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그것이 안되면 짜 맞추려 하는거 맞는것 같습니다. 문득 지금 내가 받고 있는 이교육…누구를 위한 교육이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 눈을 감으면 어느새 몸이 투명해지고 투명해진 몸이 커지고 커져 세상 모든 것들과 하나가 되네” 라는 김점용시인님의 시 한구절을 우리 교재에서 읽은적이 있었습니다. 교육 마지막날 새벽 혼자서 길을 나서 우리님들이 온힘을 다해 신나게 놀았던 그 바닷가에 나갔습니다. 어둠속에서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천천히 걷히는 어둠과 함께 일출을 보고자 했습니다. 조금 있자니 우리님들이 오셨습니다. 아이같은 순수함, 몸으로 나타내는 자연스러움, 정겨운 웃음소리로 새벽바다를 채우는 모습을 보니 참 부러웠습니다. 몸과 생각이 짜여진 틀에 맞추어진 딱딱한 내모습이 부자연스러웠습니다. 이렇게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풍경과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자연속에서 너무나 자연스럽지 못한 내모습이 그저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어둠속에서 귀대신 눈을 뜨니..온몸으로 표현하고 즐거워하고 있는 아름다운 영혼들이 내 눈앞에 있었습니다.

 

 

 

 

 

 

 

 

 

 

 

 

 

 

 

 

 

 

 

 

 

 

 

많은 생각꺼리와 이야기를 안고 백령도를 떠나왔습니다. 출발할때와 달리 나갈때의 배편은 조용했습니다. 우리님들이 달게 휴식을 취하는것을 보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시원한 물살을 가르면 무지개가 우리배를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끝없이 계속..누구랑 함께 공유를 하고 싶어 배로 들어가니 모두들 곤한 잠을 청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저 혼자서 좋아라 했습니다.

#1.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파트에 불이 켜져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순간 아늑한 느낌이 밀려오고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빨리 가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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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니 모두들 반겨줍니다.
잦은 부재의 아내를 맞는 남편이 ” 잘 갖다왔나..” 한마디 합니다.
그래도 그 목소리에 섬으로 떠난 천방지축 아내에 대한 걱정이 묻어나옵니다.
배가 고프다 하니 딸내미가 김치짜파게티를 끓여 줍니다.
파는 일회용 짜파게티에 김치만 쏭쏭썰어 올려둔 즉석요리였지만
정말이지 눈물나게 맛있습니다. 급하게 젓가락질 하는 코앞에서 아들은
” 물범을 봤나? 어떻게 생겼어? 느낌이 어땠냐고 숨도 쉬지 않고 이야기 합니다.
사진을 컴에 연결시켜 보여 주었습니다.
” 엄마 ..물범의 얼굴이 다 달라요. 얘는 엄마 닮았고 얘는 아빠를 닮았고..
얘는 누구누구를 닮았고…”  
그러고 보니 얼굴이 다르게 보였어요. 표정도 각각이고…
동물길라잡이 교육이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을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맙습니다.
” 피곤할낀데 고만 자라 ” 남편의 말에 나는 정말이지 달콤하고 곤한 잠을
다음날 아침까지  잤습니다. 덕분으로 아침에 가뿐하게 출근했습니다*^^*

# 2 . 아직 닫는 마당이 남아 있지만
이번 교육은 저에게 많은것을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야생동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 그리고 교육을 통해 얻어진 내용,
새로운단체, 앞선이들의 조용한 발걸음, 자연을 보는 혜안등
가슴벅찬 내용도 많았지만 저는 다른 혼란스러움으로 힘겨웠습니다.
우연히 접하게된 생태교육으로 이곳에 빠져 2년 넘게 지내오면서
지금까지 내삶과 다르게 살아온 많은 분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분들과는 상관없이 혼자서 존경하고 좋아하고 그러고 지내다 보니
어느날 분산스럽던 내 지난 생활을 정리하고 싶어졌습니다.
내 자신의 내면을 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고 그렇게 하다 보니
이번 교육에 함께한 님들의 밝고 건강한 모습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 서걱거림을 어찌하지 못하고 왕피천에서 함께한 이들과,
지금까지 지리산.설악산에 엄청스레 길치인 나를 인도해준 고마운
참새님을 뒤로 하고  빠져나온 도발적행동을 감행하기도 하고..
지금도 당혹스러워 했을 그분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죄송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어느곳에도 치우쳐 지지 않는 무게있는 내가 되기위해
앞으로 내가 해야 할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럴때 마다 지금처럼나로 인해 상처 받는 사람들이 없어야 할텐데..
나이만 먹는다고 마음이 채워지는 일이 결코 아닌가 봅니다 ㅎㅎ^^

** 금강송님~ 글 쓰다가 날라간거 그거 다시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