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내내 사람들은 올림픽과 휴가로 여름을 이겨냈지만 우리의 야생동물과 아름다운 자연을 통해 여름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감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처음에 야생동물에 대한 생각은 어렴풋하게 잡히지 않았다.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거의 보기 힘든데다가 흔적을 찾는 다는 건 야생동물 초짜에게는 너무 벅찬 일이었다. 야생동물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득 안고 과정을 시작했을 때 맨 처음 접한 건 야생동물의 절박한 현실이었다. 밀렵과 개발로 인해 설 자리를 잃어 사라져가는 야생동물의 삶은 비극적이었다. 인간이 쌓아가고 있는 문명은 자연과 야생의 삶을 배척할 뿐 그들을 보듬고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차갑고 비정한 그 무엇이 되고 말았다. 그 많은 동물들은 왜 잡아 죽이고 살아가는 보금자리에 커다란 길을 뚫고 차를 달리는가? 사라져간 동물의 빈자리는 인간의 욕심에 대한 경고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야생동물이 사라져 결국 부메랑이 되어 인간이 입을 피해에 대한 걱정보다는 같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이 사라지고 그 존재를 영영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고 안타깝다. 나에게도 야생을 뛰어놀던 기억이 유전자에 남아있어 그들을 동료로 또는 형제로 느끼고 있었던 게 아닐까.
사실 과정을 시작하기 전에는 야생동물의 생태에 대한 ‘지식’을 쌓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과정이 진행될 수록 마음이 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야생동물의 생태와 그들의 삶의 흔적들을 쫓아가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그들의 눈높이로 자연과 인간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야생동물이 뛰어놀고 먹이를 구하는 실제적인 모습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그들이 남긴 똥과 발자국 등을 통해서 그들의 근사하고 우아한 움직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고 또 그들이 아직 우리 곁에 살아있단 사실에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지리산의 종복원센터를 방문했을 때 종을 복원하는 일이 현실(주로 인간의 현실)과 무수히 부딪히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야생동물이 멸종하고 복원을 논의하기 이전에 이 땅의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지켜내야 하는게 최선을 길이란 생각이 들었다. 흔한 말로 ‘있을 때 잘해’라고 하면 쉽게 이해될 일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멸종된 걸로 알려진 호랑이나 늑대를 다시 복원한다면 좋겠지만 이건 곰을 복원하는 일보다 훨씬 어려우리라.
왕피천에 가서 그곳에 귀농한 농부와 야생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들이 경작하는 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고라니나 멧돼지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분들은 덫을 놓거나 전기철책으로 밭을 보호할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커 보였다. 작물이 인간의 손에 의해 길러진다지만 아마 8할 이상은 자연의 덕택이리라. 야생동물은 그러한 인간의 작물과 야생초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걸 좀 알아줬으면 했다.
이번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산림이 많은 나라이면서도 삼면이 바다라는 사실을 배멀미를 하며 백령도에 도착했을 때 깨달았다. 바다는 인간의 태고적 자궁에 대한 향수를 일으킨다. 그래서 항상 바다에 가면 다시 아이가 된다. 해양포유류에 대해 백지장처럼 무지했던 나에게 물범의 몸짓은 귀엽고 또 사랑스러웠다. 바다가 이렇게 가깝게 있지만 그 동안 바다에 깃들어 살던 생명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 했던가를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안 박사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해양포유류의 신비한 생태는 내 감성과 상상력을 콕콕 쑤셨다. 좀처럼 어디가서 들을 수 없는 내용들이었기에 너무 소중한 말씀들이었고 기회가 된다면 고래를 내 눈에 꼭 담고 싶은 마음이다.
야생동물 삶의 최대 위협이 인간이지만 그들의 희망이 될 수 있는 것도 ‘사람’이라고 난 믿는다. 과정에 참여하면서 만난 산양눈의 박그림 선생님, 순한 웃음의 최태영 박사님, 푸근한 인상과 걸음걸이의 최천권 선생님, 안용락 박사님, 그리고 녹색연합의 활동가분들이야말로 그런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손만대면 빌딩이 솟아나고 길을 뚫는 파괴의 손이 아니라 그 손이 닿으면 녹색식물이 자라고 야생동물이 뛰어놀게 만드는 녹색사람들, 가이아가 선택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이 많아지는 날이 오길 기대하며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 되고 싶다. 야동 만세~! ^^
ps: 너무 긴장해서 써서 내용이 건조하네요. 나 원래 이렇게 팍팍한 사람 아닌데…다음엔 좀 더 생기발랄하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