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을까?
내가 가슴을 열고 듣고자 했던것은 무엇이였을까?
성삼재 운해속에 가리워진 길 끊어진 산길을 목숨내어 달려야 하는 뭇생명들의 아우성이였을까? 야성을 잃어버린 채 철장속에 갇혀있는 반달곰 장군이의 처연한 눈빛이였을까? 아님 백담계곡의 굉음속에 굳센 발굽을 박차며 뛰어오르는 꿈을 꾸고 있을 산양의 거친 숨소리였을까? 거센 하늬바다 물살속 물범들의 불안한 눈빛은 또 왜 이리 가슴을 짓누르는가?
분에 넘친 그릇을 머리에 이고 다니는 내가 정녕 바라보고자 했던것은 무엇이였을까?
알아간다는 것은.. 그들과 호흡을 같이 함이라 할진데..
나의 치장을 위해 나는 거짓 호흡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언제나 되어야 나는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인가?
내려 놓을 것은 나는 있기나 한 것인가?
이러한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참으로 갈 길이 아득함을 절감합니다. 책머리에 있었던 무위당 선생님의 말씀으로 마음의 시름을 달래 봅니다.
산길을 걸었네
소리없이
아름답게 피었다 가는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
무위당 장일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