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모여 재앙이 된다 / 김대홍(작가)

2013년 6월 19일 | 녹색소식

티끌 모아 태산이라 했던가. 그날도 운동을 마치고 나니 온몸이 땀투성이였다. 헬스장 코치님은 “혼자서 땀 다 흘리시네요”라며 웃었다. 후끈 달아오른 몸을 식히기 위해 샤워장엘 들어갔다. 그날따라 사람이 많았다. 샤워기 하나를 차지하고 몸을 씻다 우연히 옆을 봤다. 이빨을 닦고 있었다. 샤워기에서 나온 물은 등에 떨어지고 있었다.

이번엔 반대편으로 얼굴을 돌렸다. 머리에 샴푸를 발라 열심히 비비는 중이었다. 샤워기에서 나온 물은 발등을 향했다.

갑자기 궁금한 마음이 생겨 다른 사람들을 돌아봤다. 나 말고 샤워장에 있던 사람은 7명. 비슷한 모습이었다. 비누칠을 하는 와중에 샤워기에선 어김없이 물이 쏟아졌다. 샤워기를 끄고 비누칠을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샤워장에 있는 샤워기는 레버식. 일단 켜면 끌 때까지 물이 나오는 구조다. 사람들은 들어가자마자 샤워기를 틀어놓고 목욕이 다 끝나자 기계를 껐다. 양치질, 머리 감기, 세수, 몸 씻기 등 각 과정마다 틀었다 껐다 하면 사실 귀찮긴 하다. 또한 목욕하는 동안 샤워기 물이 몸을 ‘살살살’ 간질이는 기분 또한 꽤 괜찮다.

과거 직장에서 머그컵을 쓰는 사람과 물을 틀어놓고 양치질을 하는 사람을 비교한 적이 있다. 머그컵 평균 용량은 150㎖, 흐르는 물을 썼을 때 드는 물의 양은 평균 3.3컵으로 495㎖. 차이는 345㎖. 국민 전체가 매일 3회 컵을 쓰지 않고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이빨을 닦는다면 대략 연 1889톤 정도 물을 버린다는 결론이 나왔다. 양치질만 해도 이 정도다. 헬스장 목욕탕에서 본 모습은 양치질보다 훨씬 많은 물이 버려지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정부에선 물이 부족하다며 계속 댐을 짓겠다 한다. 물이 부족하면 큰일이니 대놓고 반대하긴 힘들다. 현재 장기계획에 포함된 댐은 모두 14개. 습관을 바꾸면 꽤 많은 댐을 짓지 않아도 될 듯한데, 옛말에도 습관 바꾸기가 산 하나 옮기는 것보다 어렵다 하지 않던가.

그보다는 수도꼭지를 절수형으로 바꾸는 게 더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 레버식이 아니라 일정 시간 뒤 물이 꺼지는 형태라면 지금보다는 물을 많이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 습관에 따라 사라지는 물도 문제지만 수도관이 오래돼 새는 물도 문제다. 환경부가 2011년 밝힌 바에 따르면 전국 상수도에서 새는 물이 평균 10.4%다. 대한민국 인구가 현재 5천만 명이니 10.4%라면 대략 5백만 명 정도가 마실 물이 매년 버려진다는 뜻이 된다.

댐이 하나 생기면 여러 개 마을이 사라진다. 마을에 살던 사람들, 동식물들도 함께 사라진다. 그 마을에 얽힌 문화도 같이 사라진다. 무심코 하는 양치질과 목욕, 새는 물이 모여서 만들어진 결과다. 티끌 모아 태산이란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지금처럼 전국 목욕탕에서 새는 물을 막을 수만 있다면 댐 짓는 일은 곧 사양산업이 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