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후기] 백령도, 다시 만난 바다

2008년 9월 7일 | 야생동물길라잡이

뱃길로 228km, 비바람이 갓 그친 바다를 건너 백령도에 도달했다.
백령도, 백령도, 힘겹게도 온 백령도.

어릴 적부터 바다 좋아하는 아빠를 따라 작은배, 큰배, 느린배, 빠른 배, 무수히 많은 배를 탔건만 배멀미를 한 건 정말……. 처음이다. 그 것도 심하게. 물론 화장실과 친구되신 보리쌤이나 돌고래쌤보단 아니지만.
자는 척 하며, 아니 스스로 잔다고 믿으며 거의 한 숨도 못 자고 있었다.
나 스스로 강한 위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는 데 스멀스멀 올라오는 신맛…
참고 또 참는데 멍멍이 이상행동을 감지하신 채송화 선생님이 검은 봉지를 말없이 가져다 주셨다.
근데 신기하게도 검은 봉지를 받는 순간 안심이 되더니 멀미가 사라졌다. 오오오오오오. 놀라워라.

7시 10분 출발, 12시30분 도착.
너무나 길었던 5시간 20분… 인간은 어쩔 수 없는 바다의 힘을 온 몸으로 느끼며
전날밤 비가 그치길 빌며 인천의 숙소에 모여 간절히 염원했던 백령도에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배멀미가 다 가시기 전에 점심을 먹는 데 식욕이 뚝 떨어져서 잘 못 먹을 줄 알았는데 웬걸 밥이 너무 맛있어서 엄청 잘 먹었다. 야동 길라잡이 과정은 맛집 기행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그렇게 밥을 든든히 챙겨 먹고, 백령도의 전체적인 탐사를 시작했다.
단단한 모래의 사곶 해변, 더러운 백령담호, 너무 예쁜 콩돌로 가득한 콩돌해안, 장엄한 바다 두무진, 물범과 물범바위가 보이는 하늬바다.

버스를 타고 내리고 걷고 다시 버스를 타고.

콩돌해안은 정말 콩처럼 생긴 돌들이 가득했다.
진짜 귀여운 돌들. 색깔이 강낭콩같은 것도 있었다. 콩 싫어하는 나로써는 맛없게 보였다.

버스를 다시 타고 이동하는 데 저 멀리 논에 매도 보이고, 염전도 보이고 왜가리들도 보이고.

두무진에 도착했다.
물가마우지와 노랑부리백로들이 많다고 써 있었다. 물범들도 이동하는 코스라고 한다.
두무진은 정말… 우와! 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곳이었다. 바다… 산과는 다른 느낌.
살아있구나. 두무진의 첫 느낌. 탁 트인 바다와 장엄한 바위들.

저 멀리 바위에 매 한마리가 앉아있는 걸 어떤 분이 발견하셨다.
매를 보겠다고 쌍안경을 빌려 저 멀리 바위를 보았다. 앉아 있는 한 마리 매가 있었다.
한참을 앉아있더니 날개를 퍼덕이기 시작했다.
어, 날 것 같아. 날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힘차게 하늘로 부웅 날아오른 매.
이야! 나도 매를 따라 부웅- 또 다시 전염되는 해피 바이러스.

또 다시 다른 곳으로 가야할 시간이 되었다.
이동하자는 소리가 들렸지만 한참을 그자리에 있다 꾸물꾸물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백령도, 하지만 역시 사람사는 곳이라…
이렇게 육지에서 머나먼 백령도에까지 미친 인간들의 개발 욕구가 백령도를 아프게 했다.

지뢰와 용치, 쇠붙이가 박힌 산과 바다.
산을 깎아 만든 백령호 둑.
옹벽,
간척사업,
1년 벼농사 지으면 백령도 주민이 7년은 먹을 만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백령도의 농지를 넓힌다고?
결국엔 골프장이 들어설 자리인가?
도대체 왜 가만히 냅두지 않을까, 이 자연.

왜 자연을 떠 올리면 이런 현실이 항상 따라오는 지 답답할 뿐이다.
하지만 좀 더 가슴 아프게 살아야 할 의무가 나에겐 있는 것이다.
고요함에 속지 않길, 조금만 더 가슴 아프게 살길.
오늘도 또 그 다짐을 되뇐다.

하늬바다에 도착.
<지뢰 MINE> 이라는 빨간 경고.
눈 앞에는 바다 건너 바로 북한이 보인다.
아, 이렇게 가까운 곳. 이렇게 먼 곳.

여기서 부터는 물범 바위가 가깝다.
쌍안경을 챙기고 바다의 움직임이 보일 때면 물범인가 물범일까 하며 두리번 대본다.
조금 더 걸으니 저, 멀리 잘 보이지는 않지만 물범들이 보인다.
우와, 우와, 진짜 있구나. 우와 볼 수 있구나. 너무 신기하고 신났다.

조금 더 가까이 가니 30-40여마리의 물범들이 바위에 누워있다.
그리고 보이는 수로는 6-7마리의 물범들이 머리를 빼꼼 빼꼼 내밀며 수영을 한다.
훌렁 뒤로 넘어가는 시늉도 하고, 머리통이 참 빤질빤질 윤이 난다.

아쉬운 첫만남을 뒤로 하고 숙소로 갔다. 숙소는 바로 마을회관. 푸짐한 저녁식사를 하고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의 안용락 선생님의 해양포유류의 이해라는 제목의 강의를 들었다.

고래, 돌고래, 북극곰, 해달, 하프물범, 바다사자, 바다코끼리, 듀공, 매너티의 사진으로 시작된 강의!
과거 수렵활동을 알 수 있는 옛 그림, 반구대 암각화도 보여 주셨다.

포유류 mammal.

특징은 털이 있다는 것과, 젖먹이 동물에 체내 수정, 태생이라는 것.
고래도 털이 남아있다고 한다.

물고기는 꼬리가 수직으로 되어 좌우로 흔들고,
고래는 꼬리가 수평으로 되어 위아래로 흔든다.

고래상어는 물고기 중 가장 큰 녀석으로 비늘이 있다고 한다.
상냥하시지만 함부로 만졌다간 비늘때문에 큰일 난다고… 아열대 지역에 사는 데 작년에는 부산 해운대로 밀려왔다 한다.

고래류는 수염고래와 이빨고래로 나뉜다.
수염고래는 윗잇몸에 수염판이 있고 분기공이 2개에 단독생활을 하고 암컷이 더 크며 15종이 있다고 한다.
이빨고래는 분기공이 하나고 소리로 위치를 파악한다. 떼를 지어 다니고 수컷이 더 크며 80종이 있다.

우리 나라에 많은 고래는 밍크 고래이고 쇼를 위해 훈련받는 돌고래들은 주로 큰돌고래라고 한다.

고래와 돌고래를 나누는 것은 크기인데 사람 여럿의 힘으로도 못드는 4m이상을 고래라고 하고,
사람 여럿의 힘으로 들 수 있는 4m 이하를 돌고래라고 한다고. 그리 명확한 기준은 아니어 보이네;;;

옛날에 흰긴수염고래라고 불리던 대왕고래는 가장 큰 생명체로 성체는 33m, 새ㄲㅣ는 7m에 이르는 거구이다.
심장이 마티즈 차 만한며 6-700kg이 된다고 한다. 뜨아. 그 큰 심장이 뛰는 것을 상상해 본다.

Porpoises vs. Dolphins

우리나라에는 명확한 구분이 없지만 돌고래들을 두분류로 또 나눈다고 한다.
Porpoise는 길쭉한 주둥이가 없고 둥근 이빨을, 돌핀은 주둥이가 길쭉하고 뾰족한 이빨을 가지고 있다.
상괭이는 포피스(?), 참돌고래는 돌핀.

고래류 다음으로 화면에 등장하신 기각류 Pinnipedia.
앞발이 지느러미처럼 된 기각류는 3종류로 나뉜다.
물범류 – 18종. 일시적 일부일처제, 귓구멍이 있으나 귓바퀴는 없고 앞발이 짧아 배로 기어다닌다.
바다사자류 – 14종. 귓바퀴가 있고 뒤뚱 앞발을 이용해 걷는다. 일부 다처제. 물개는 바다사자류이다.
바다코끼리류 – 1종. Walrus. 귓바퀴는 없으나 앞발로 딛고 설수 있다.

다음 타자는 해우류 Sirenia. 바다소라 이름이 귀엽다:-) 으하하.
따뜻하고 해초가 많은 바다에 사는 해우류.
둥근 꼬리의 매너티, 아마존, 인도양, 아프리카의 3종류가 산다.
뾰족한 고래같은 꼬리의 듀공은 1종류이다.

해달 Sea otter. 보노보노.
수달과는 달리 뒷발이 넓고 육지에 거의 나오지 않는 해양포유류.
잘 못 걷고 캘리포니아-북해도의 찬바다에 산다.

북극곰 Polar bear.
먹이원을 바다에서 대부분 찾기 때문에 해양포유류로 분리했다는 북극곰.
하루에 100km를 이동한다고 한다.

간단한 해양포유류에 대한 소개가 끝나고 고래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예전에 고래가 육상 동물이 바다에 적응하면서 진화한 동물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이따금 뒷지느러미를 가진 돌고래들이 발견된다고 한다.

동물들의 환경에 대한 적응은 참 신비롭고 흥미로운 부분이다.
물이라는 특수한 환경.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과는 다른 세계에 대해 이해가 덜 되는 건 사실이다.
바다, 물, 중력과는 반대로 부력이 작용하는 세계, 비열이 높고, 열전도율이 낮아 온도 손실이 많은 곳.
생산자는 나무가 아닌 해조류나 플랑크톤인 세계, 크릴같은 작은 먹이가 풍부한 세계.
그 새로운 세계에서 동물들은 어떻게 적응해 나갔는가.

빛이 흡수되어 육지처럼 멀리까지 보이지 않는 바다, 시각보다는 청각이 발달되게 되었다.
반향정위 Echolocation. 구강과 분기공을 이용해 소리를 내면 반사되는 소리를 이용해 세상을 파악하는 이빨고래들.
귀는 별다른 역할을 하진 않고 아래 턱에 있는 뼈의 진동으로 돌아오는 소리를 해석한다.
수염고래는 성대를 이용해 소리는 내는데 반사되는 음은 수신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보온효과를 크게 하는 두터운 지방층의 발달.
알래스카와 바이킹족들은 먹기 위해 고래를 잡았지만 나머지는 기름과 뼈를 이용해 오만 공업용 제품을 다 만들었다.

육지에서 보단 작은 먹이들이 풍부한 바다.
바다에서는 소비자에게서 또다른 소비자로 넘어가는 에너지 전달 효율을 최대한으로 높이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 것이 대왕고래와 같이 큰 동물이 바다에 무수하지만 작은 크릴이나 플랑크톤만 먹고도 살 수 있는 이유라고 한다.
실제로 물범의 똥을 보면 강아지똥같지만 소비 효율이 너무 높아서 무엇을 먹었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고 한다.

부력을 이용해 헤엄치는 데 좋게 하기 위해서도 변화는 일어났다.
아직 조금씩 남아있긴 하지만 털이 사라졌고 생식기가 몸 속으로 들어갔다.
늑골만 있고 흉골은 흔적만 남아있는 데 이는 잠수시 수압이 올라갈 때 몸이 수축하면 그 압력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골다공증 걸린 사람처럼 구멍이 나있는 뼈는 기름이 있어 부력을 유지한다고 한다.

목뼈는 모든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7개지만 딱 붙어 있고 작아 고개를 못 움직인다. 옹.

또 고래의 서식처를 보면 물의 온도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듯 하다.
깊이도 그렇고. 먹이가 달라져서 그런건가. 고래도 추우면 덜덜 떨까? 춥긴 할까?

얼마전 2008년 7월 14일경 통영에서 범고래 3 마리가 그물에 걸린 사건이 있었다.
왜 구해주지 않은걸까, 어려서 부터 너무나 좋아한 범고래기에 더욱 화도 나고 슬펐던 기억이 있다.
고래는 심장, 폐의 운동을 수의적으로 조절한다고 한다. 마취하게 되면 그 운동을 할 수 없어진다.
그래서 고래에게는 마취를 시킬 수가 없어서 그물에 걸린 흥분한 고래를 놓아주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고 한다.
신경안정제를 맞추고 멀리서 끊어주어야 한다. 아, 그래도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그 범고래 3마리를 살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매스컴마다 바다의 로또가 터졌다며 4000만원이라는 금전적 환산으로 그들의 죽음을 허탈하게 만드는 것이 너무 가슴아팠다.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허탈하게 죽고 죽임을 당하는가.

잠깐 동안의 쉬는 시간이 끝나고 우리가 만난, 내일 또 만나게 될 물범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우럭, 쥐노래미, 까나리, 갑오징어 등을 먹고 사는 백령도의 물범들.

이름에 대한 말이 많아서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백령도의 물범은 잔점박이물범으로 공식적으로 불리는 것 같은데 안용락 선생님은 그 이름이 싫다고 하신다.

헷갈리는 물범 두 녀석을 소개합니다. 두구두구.
잔점박이물범 (Spotted Seal) vs. 점박이물범 (Harbor Seal)
황해연안과 북태평양에 서식하고 얼음 위에 하얀 아기를 낳는 잔점박이물범,
안용락 선생님이 외치시는 이름은 영어 이름과 같은 점박이물범.
북반구아한대와 한대연안에 살고 모래 위에 갈색 아기를 낳는 점박이 물범,
안용락 선생님이 외치시는 이름은 참물범.

오오 이름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리…..
나는 사소한 것들에 대한 논쟁을 좋아한다. 사소한 것이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이기에.
그치만 여기서 나는 그냥 잔점박이물범이라고 부르려고 한다.
선생님 죄송…ㅎㅎ 아는 게 없으니 대세에 따르려고요….(..)

잔점박이물범은 중국에서 번식을 하고 4월에 백령도 부근에 많아지기 시작하는 데 9월에는 그 수가 최대라고 한다.
가을이 넘어가면 다시 북상을 한다고 하는 데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사진으로 그 개체 하나 하나를 식별하고 기록한다고 한다.
200-300mm의 진동방지렌즈와 Nikon DSLR을 사용해 찍은 사진을 통해 점무늬 패턴을 비교해 하나 하나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물범들의 점무늬 패턴은 모두 다르다고. 나는 다 그게 그거여 보이는 데 계속해서 보면 딱 보고도 알 수 있을까?
목에 상처가 나 하얗게 된 부분을 가진 녀석이 있었는 데 앙드레라고 불렀다고 하신다. 서열이 셌던 앙드레.
돌고래쌤 말로는 죽었다고 하던데… 왠지 미안해졌다.

우리나라에서 물범이 발견됐다고 하는 부분을 표시한 그림을 보았는 데,
백령도야 당근이고, 통영, 소매물도, 부산, 포항, 울릉도, 강릉 등에 표시가 되어있었다. 우리나라 바다 전반적으로 다 발견이 되었나보다.
나도 아빠랑 작은배를 타고 망망대해로 나간 적이 있는 데 빤질빤질한 등짝 2개를 본 적이 있다.
그땐 너무 순식간이고 등 밖에 못 봐서 괴물인지 동물인지도 헷갈렸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물범 아니면 상괭이 아니면 밍크고래… 아니 사실 지금도 모르겠구나….(..)
아무튼 그런 짧지만 강렬했던 순간들은 나의 뇌리와 가슴에 박힌다.

물범, 이렇게 사람과 가까이서 살아가는 백령도의 물범들. 역시 이들의 삶도 순탄치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실제로도 물범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인간이라고. 인간이 참 이기적이라 미안하구나.
하지만 사람들에게도 삶이 있고, 또 그 삶을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선뜻 뭐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나의 생각과 윤리가 그들의 삶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물범에겐 공존의 희망이 보인다.
안용락 선생님 같은 분들과 녹색연합 사람들처럼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리고 살아가는 물범, 너희들이 있기에.

그렇게 강의가 끝났다.

다음날 아침,

맛있게 아침밥을 먹고 조별로 모여서 야생동물교육 기획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짐을 싸고 바다로 갔다. 아, 나는 너무 들떴다.

배 예약을 너무 늦게 이야기하는 바람에 나 혼자 아침배로 예약이 되어 바다에 못 나갈 뻔 했는데 점심배로 옮길 수 있게 되어서 바다에서 다시 한번 물범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아, 작은바람 선생님께 정말 폐만 끼치는 것 같아서 죄송스럽다…(..)
그리고 나의 미숙함을 깨닫는다. 여는 마당부터 나 때문에 마음고생(?) 심하셨던 육경숙 선생님께 진짜 죄송스럽다.
이 기회를 빌어 죄송하고 또 감사하다는 말씀드려용.

그리고 정말 신기한 건 내가 모둠교사로 가기로 했던 녹색연합 어린이자연학교에 우리 모둠 아이가 현지인데, 육경숙 선생님 딸이라는 사실. 오오. 세상은 좁고 또 연결되어 있구나 느꼈다. 정인철 선생님도 어린이자연학교 워크샵때 한번 뵜었던 분이고. ㅎㅎ
자전거 여행중에 떼굴떼굴 구르고 또 빨빨대며 돌아다니는 바람에 덧나 결국 자연학교 선생님으로 못 가게 되었지만…(좌절OTL)
이번 방학은 녹색연합과 함께 한 여름이었다.

그건 그렇고 아, 그래 떨리는 마음으로 작은 버스에 탔다.
바다로 나가 통통배를 타고 어제 쌍안경으로 본 물범바위라는 곳에 간다. 가까이서 물범을 만난다.
아, 나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올거라고, 아니 이런 일이 오게 할 거라고 다짐했던 적이 있었다. 두근두근.

예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인가? 제주도 차귀도에 놀러간 적이 있다.
갤로퍼에다 누가 버린 추레라를 연결해 아빠의 작은 보트를 가져갔었는데.
아침에 잠깐 보트타고 나갔다 오신 아빠가 빨리 보트에 타라고 야단이셨다.
돌고래 무리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동물을 너무나 좋아했던 나와 쌍둥이 동생, 그리고 엄마는 아빠의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얼마나 갔었을까.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너무도 강렬하게 이미지로, 그때의 느낌으로 생생한 그 순간…
돌고래 떼를 따라다니며 오랫동안 소리를 질렀다. 와아!
얼마나 많은지. 작은 돌고래도 보이고. 애기인가? 우리 보트 주위를 점프하고 밑을 쓩 지나가는 돌고래들. 프로펠러에 다치진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나는 내 반지가 빠지면 돌고래들이 주워와 줄까 궁금도 했었다.
동생과 나는 바다물에 손을 넣고 헤벌레 웃었다.
물안경을 끼고 뛰어들지 못한 건 지금도 한이다. 엄마가 기겁을 했겠지만.
사실 엄마 아빠는 돌고래들이 작은 보트를 뒤집진 않을까 걱정이 되셨다고 한다.
나도 지금 이 나이가 되서 작은 보트를 타고 돌고래들을 만나면 걱정이 생길까?
어떻게 그들과 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헤어지고 나서 저녁 때 사라지는 돌고래들을 다시 볼 수 있었다.
그들도 인사없이 헤어져서 서운했던 걸까.
그들이 나에게 인사하는 것만 같았다. 저 멀리 등지느러미로.
그렇게 노을 밑으로 사라져 가는 그들을 나는 가슴 깊은 곳에 간직했다.

사진도 기록도 없다. 하지만 너무나 선명한 그 때.
맑은 바닷물 밑에서 빠른 속도로 헤엄치는 돌고래, 어미와 아기 돌고래의 점프, 붉은 노을의 색까지 가슴에 박혀 있는데…

왜 그때만 떠올리면 지금도 눈시울이 젖는 건지, 가슴이 뛰는 건지 모르겠다.
그들이 나의 삶을 인도하고 있다. 살아갈수록 강렬해지는 마음.
나는 항상 너희들을 따라 살아갈 거라고.

그리고 지금 또 배를 탄다.
떨리는 마음으로. 그 때 그 어린 시절의 나처럼.

2개 조로 나누어 첫 조부터 통통배를 탔다. 나는 처음.

가마우지들이 보인다. 가마우지는 털에 기름기가 없어서 물에 젖으면 쫄딱 젖는다고 한다.
그래서 맨날 바위에서 날개를 펴고 말리는 것이라고… 왜 기름기가 없지? 잠수 잘 하려고?
털을 말리는 가마우지들은 멀리서 보면 꼭 배트맨같다. 눈이 파랗고 너무 아름답다는 데 잘 보이진 않았다.

저 멀리 물범바위는 물에 잠겨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올라가 있는 물범들은 하나도 없었다. 근처에 머리만 내 놓은 녀석들이 보였다. 우와.
바위 근처의 녀석들은 힘이 센 녀석들이라고 한다. 먼저 올라오려고.

30여마리의 수영하는 물범들이 보였다. 우와아아. 정말 수영을 하고 있었다.
머리를 내미는 녀석들, 빼꼼빼꼼.
때려주고 싶은, 때리면 짝~~하고 소리날 것 같은 뺀질뺀질한 등을 내미는 녀석들.

쌍안경으로 보면 너무 자세히 보여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렇게 가까이 있구나!

안용락 선생님은 10분 간격으로 모니터링하고 시야, 염분, 수온, 기온, 풍향풍속, 시간, 날씨, 조수를 체크한다고 하신다.
나는 정확한 기계가 없어서… 이렇게 적어놨다.
8월 24일, 구름은 많지만 날씨가 맑고 햇볕도 따뜻, 바람은 별로 안 불고, 지금은 9시 50분, 시야는 8km정도.
뭐… 엉터리다. 크.

잠수하면 보통 2-3분, 길면 2-30분.
물 속의 물범은 어떤 모습일까? 사냥하는 물범, 잠수하는 물범, 장난치는 물범.
바다의 동물을 연구하는 것은, 그들을 알아가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일 것 같다.
우리가 그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문득, 바다에 뛰어들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침입자에 대해 엄격하려나.
내셔날 지오그래픽같은 곳에서 헤엄치는 물개나 물범들을 가까이서 찍는 건 어떻게 찍는 건지 궁금하다.

원래 물범들은 해안가로도 나왔었는데 사람들이 총을 쏘아대는 바람에 이젠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아니었다면 어제도 가까이서 그들을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백령도가 갈라파고스같이 동물들이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면 얼마나 감동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짧은 만남을 끝내고 항으로 돌아왔다. 너무….. 짧았다. 노을이 질때까지 그들과 함께하면 좋았을텐데.

일찍 집에 가야할 사람들이 모여 마지막에도 역시 엄청 맛있는 백령도의 점심식사를 마치고,
배를 타고 인천으로 갔다. 돌아올 때는 파도가 심하지 않아서 정말 편하게 왔다.

백령도를 떠나는 데 왜 그리 아쉽던지…
여는마당, 지리산, 설악산, 백령도, 정말 짧은 8월이었다.
그 속에서 내가 만난 너무나 포근한 산과 거대한 산과 살아가는 산,
거친 바다와 움직이는 바다와 살아있는 바다.
누구도 주지 못하는 말할 수 없는 깊은 기쁨과 행복을 주는 자연과 그 속의 동물들.
그리고 내가 만난 너무나 좋은 사람들.
정말 가슴으로 동물을 사랑하시고 따뜻한 정을 가진 네 발로 걷는 사람들…
이 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