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리 뱃길 백령도에 닿다

2008년 9월 1일 | 야생동물길라잡이

지리산 설악산에 이어 백령도 뱃길은 처음 준비할 때부터 만만치 않은 곳임은 알았지만, 막상 떠나는 날 몇시간 전까지도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고 풍랑주의보 여전해서 과연 배가 뜰것인가 조마조마했다.
하루 전날 미리 부두앞 모처에 모여든 이들의 정성이 있어서인가. 다행히 뱃길이 열려줬다. 그렇다고 녹록한 곳일리 없지, 백령도는 쉬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이 사진 찍을 때만 해도 여유가 있었지요… 이후는 너무 처참하여 생략 (실은 저도 멀미가 심해서 전혀 사진을 못찍음^^;) 5시간 가까이 배를 타고 해지는 서로 서로~

 

다행히 섬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백령도에 닿았다. 600리를 날아온 하얀 학이 내려앉은 모양을 한 백령도. 멀미로 속이 말이 아니었지만 꽃밭에 날아든 박각시도 감상하며 맛있게 밥을 먹었다

 

낯선 섬 백령도에서는 어떤 일정이 기다리고 있을까? 궁금해? 궁금하지?
가장 처음 둘러보기로 한 사곶해변에 비단고둥들이 물음표를 그려주고 있었다.

 

갯벌을 꼬물꼬물 지나는 고둥, 게, 물길, 그리고 소년이고 싶은 사람이 그림을 그려넣는 곳.

 

백령도에 들어온 자동차는 의례 이곳에 들어와 타이어 그림 그리기를 즐겨하고 있어 이 천연의 아름다운 갯벌은 놀음속으로 지워져가려 한다.. 앞으로도 이 해변에 아무런 제제없이 차들이 관광객들을 싣고 달린다면 아마 바퀴가 빠지는 갯벌로 변신하는 날은 생각보다 더 빠를 수 있다.
그래서 채송화 정연이 님은 맨발로 걷는다. 타이어로 걷지 마라. 너 스스로의 맨발로 걸으며 물과 뭍이 다져낸 천연의 대지에 대한 예의를 지켜라.

 

멀리 용기원산 아래 우리의 배가 닿았던 용기포구. 저 너머로는 신항구도 만들어지고 있어 또다른, 어쩌면 더 큰 훼손을 예고하고 있다.

 

아름다운 모래언덕과 해당화 군락지가 있었던 자리에 지금은 이렇게 도로가 되어버린 둑이 자리하고 있다. 녹색연합에서는 주민들과 함께 가장 먼저 해변의 옹벽부터 걷어내기로 했다고 하는데, 이 호수도 곧 제자리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 해변을 내려다보며 가로 막은 방조제길과 그 끝에 백령도에 하나뿐이라는 이름도 거창한 백령대교. 실상은 아주 조그만 둑방다리다. 거대한 이름이 무어 중요하단 말인가. 직선을 긋고 그 면을 채우고… 천연의 자연은 곡선이다. 자연 스스로 그러하게 둘 수는 없는가.

 

농사를 짓겠다고 했다가 공장을 짓는다고 했다가.. 바다와 해변이 그대로 풍부한 먹거리를 내주는 논밭이고 공장인데 말이다. 백령도에서 1년 농사를 지으면 7년 먹을 게 나온다는데 처음부터 말이 안되는 개발망령이었다. 지금은 백령도 주민들도 부끄러워하는 흉물이된 백령호.

 

녹색연합 정인철 활동가가 새만금과 똑 닮은 꼴로 진행된 백령호 간척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설명을 들으며 생각이 지나가버릴까 적어넣는다.

 

드넓은 백령도의 본래 모습은 또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얼마나 풍부했을까. 지금은 겨우 숭어만 키우고 있을 뿐이다.

 

사곶에서 좀더 시계방향으로 해변을 가면 콩돌해안이다. 동쪽으로는 고운 모래를 차곡차곡 다지고 서쪽으로는 콩돌같은 돌들을 해류에 파도에 키질하듯 쌓는 신기한 해변이 맞닿아 있다. 어느 바다 신의 유려한 솜씨일까.

 

파도가 칠 때마다 차갈차갈 소리가 귀 속까지 시원하다. 경사가 급해 수영은 금지다.

 

누군가의 발도 형형색색 콩돌에 섞이고

 

팬더로 추정되는 하얀 발도 콩돌찜질 속으로 뭍히고 (필요없어진 신발은 기념탑?)

 

작은뿔도 파도와 나란히 누워 소리에 몸을 싣는다. 마음 속 무언가를 쓸어가고 그리움을 밀어오는 소리를 따라 유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