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2014년 6월 24일 | 녹색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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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작은 빵집주인이 일으킨 소리없는 경제 그리고 삶의 혁명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삶과 일의 본질을 찾아 인생을 제대로 살고 싶어서 천연 효모균으로 빵을 굽는 사람이 있습니다. 손으로 직접 무언가 만드는 기쁨을 가지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요즘에 그리 특별해보이지는 않을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주인공 이타루씨는 빵만드는 일에 그치지 않고 빵을 구우면서 사람을 값싸게 부리며 만들어진 상품들이 넘쳐나는 자본주의 시대에 작은 돌을 던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세상과 돈, 자연, 그리고 삶을 바라보아야 하는 지를요.

 와타나베 이타루씨는 사실 20대까지는 정말 말그대로 별볼 일 없는 젊은이였지만, 어느 날 생전에 바이러스를 연구하신 할아버지와 학생운동을 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접하며 빵과 자본주의에 대한 여행을 시작합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으며, 사람이 아닌 돈이 주인인 세상에 살고 있는가? 에 대해 경제학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빵을 발효시키는 효모균이야기를 통해 살아있는 생명과 우리의 경제가 가야할 길을 제시해줍니다.

 <자연계에서는 균의 활약을 통해 모든 물질이 흙으로 돌아가고, 살아있는 온갖 것들의 균형은 이 순환속에서 유지된다. 가끔 환경이 변해 균형을 잃을 때도 순환은 자기회복력을 작동시켜 균협잡힌 상태를 되찾게 한다>

 <부패하지않는 싸구려 먹거리외에 시간에 의한 변화의 섭리로부터 벗어나 있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돈이다. 돈은 시간이 지나도 흙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영원히 ‘부패하지 않는다’ 는 말이다……부패하지안는 돈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낳았다..>

 지은이는 자신이 사는 고장의 재료를 쓸 뿐만 아니라 환경과 사람, 지역에 의미있는 재료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천연효모로 시간을 들여 정성껏 빵을 만들고 정당한 가격을 붙여서 판매합니다. 또 노동하는 이가 온전히 잘 쉴 수 있어야 인간답게 살고 빵도 제대로 만들 수있다고 생각하여 주2일 휴무, 1년에 한달 휴가를 가집니다. 이렇게 시골빵집은 발효, 순환, 이윤 남기지 않기, 빵과 사람 키우기라는 부패하는 경제학의 4가지 원칙을 따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자본주의문제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비판하고 대안을 실천하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균의 생리를 통해 살아있는 생명의 법칙, 순리를 재밌게 접할 수 있어 참으로 흥미로왔습니다.

 <자기 안에 있는 힘으로 자라고, 강한 생명력을 가진 작물은 발효를 하게 된다. 생명력이 가안 것들은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명력을 유지하여 생명을 키우는 힘을 그대로 남겨둔다. 그래서 식품으로 적합하다..반대로 외부에서 비료를 받아 억지로 살이 오른 생명력이 부족한 것들은 부패로 방향을 잡는다. 생명력이 약한 것들은 균의 분해과정에서 생명력을 잃는다. 그래서 음식으로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

 그리고 결국 다양한 균, 좋은 균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강한 자연환경이 있어야 함을 깨닫고 지은이는 대나무숲과 오랜 장인들이 거주하는 물맑은 작은 마을로 이주하여 시골 빵집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시골빵집에서는 사람과 균과 작물의 생명이 넉넉하게 자라고 잠재능력이 충분히 발휘되는 새로운 자본론을 맛나게 구워내고 있습니다.

 최근 세월호 사고이후 우리는 모두 어떻게 살 것인가? 에 대한 화두를 안고 있습니다. 이타루씨의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의 여정을 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리와 말로 삶을 그리고 있을 때, 누군가는 실제 삶속에서 실험하고 만들어가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반갑기도 하고 또 큰 귀감이 되기도 합니다.

 또 인문학과 자기 찾기열풍 속에서 자기를 찾고 자기만의 생을 만들어간다는 것이 결코 주변환경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도 이타루씨를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며 일본의 교육철학자 우치다 타츠루가 한 말을 떠올려 봅니다.

 <진정 ‘자기 찾기’를 하고자 한다면, 타인과 무관한 존재로서의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포함한 이 네트워크를 어떤 구조이고 이 속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가를 묻는 방식을 선택하여야 한다>

 꿈꾸는 삶을 실천하고 싶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픈 싶은 좋은 책입니다!

– 육경숙(녹색교육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