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생장하여 온 산천이 향기로운 소만

2014년 5월 20일 | 녹색소식, 참여

보름이 지나 달이 기울기 시작하고 이 산 저 산 뻐꾸기가 울어대며 향이 가득한 찔레, 아까시 꽃이 필 무렵입니다. 작물이 자라서 약간의 곡식이 여무는 때라 정말 밀과 보리에 이삭이 슬금슬금 올라옵니다. 아카시꽃 피고 때죽나무는 하얀 종을 달아놓은 듯 일제히 아래를 보며 피고 있습니다. 그 단아한 모습이 아주 예뻐 숲은 절경을 이루죠. 고추·토마토·가지꽃 피고 오이·호박·박·수세미 덩굴이 느리게 뻗어나가기 시작하며 화려한 색을 입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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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만(小滿),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8번째 절기입니다. 입하와 망종 사이에 들어 햇볕이 풍부하고, 벼농사를 주로 짓던 우리 조상들은 모내기 시작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할 정도로 모내기가 으뜸입니다. 이맘때 인사는 “모내기 했어?” 다고 하죠.  그리고 양식이 떨어져 배고픈 시기인 보릿고개를 넘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여름 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식물이 여기저기 성장합니다. 이때는 씀바귀 잎을 뜯어 나물을 해먹고, 냉이나물은 슬슬 없어지고 보리이삭은 익어서 누런색을 띠니 여름의 문턱이 시작되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습니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 “(음력) 4월이라 맹하(孟夏, 초여름)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라고 했죠. 그래서 맹하는 초여름이라는 뜻인 이칭도 있답니다.

때죽나무와 아까시 꽃이 피어나니, 온 산천이 향기로운 소만! 낮에는 뻐꾸기 울음소리가 일손을 재촉하고, 밤에는 소쩍새 소리에 시름이 달아납니다. 새벽부터 까치들이 온 밭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소리에 깨어나면, 곳곳에서 일손을 기다리니 하루해가 금방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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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기에 가뭄이 들기도 해 예로부터 이때를 대비해 물을 가두어 두고 모내기 준비를 하는 반면, 남해안 지방은 비가 잦고 때로는 초여름 장마기로 접어듭니다. 따라서 소만절기에는 기후변화에 주의해야 하고 비 온 뒤 감기에 주의해야 한답니다. 이 무렵에 부는 바람이 몹시 차고 쌀쌀하다는 의미로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도 있죠.

 모든 산야가 푸른데 대나무는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합니다. 이는 새롭게 탄생하는 죽순에 영양분을 공급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하죠. 마치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어린 자식을 정성들여 키우는 어미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우리를 위해 땀과 피를 흘리며 고생하시는 부모님과 농민들의 풍요로움이 가득하기를 소망해봅니다.

 곡식들이 차오르듯 우리의 희망도 조금씩 차올라, 향기롭고 화려하게 성장하는 여름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녹색교육센터 정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