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수직욕망과 충돌하는 새들! / 육경숙(녹색교육센터)

2013년 12월 5일 | 녹색소식

 초고층 건물은 하늘을 향한 끝없는 인간의 욕망으로 빚어낸 현대 건축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새처럼 하늘을 날게 된 지금 인간은 이제 지상이 아니라 그보다 더 높은 곳에서 살고 싶다는 욕망을 실현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우리의 욕망만 생각했지, 원래 하늘을 누비고 살았던 새들에 대한 배려는 좀 부족한 것같습니다.

유리로된 초고층건물들이 많아지면서 유리창에 새들이 부딪혀서 추돌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인데요. 이러한 일들은 산과 바다인근에 지어진 건물들에서 많이 빚어지고 있고, 또 도심내에서는 이전엔 없었던 도시의 투명 방음벽등이 생기면서 기존에 그 지역에 살고 있던 텃새들이 갑자기 들어선 시설물을 인지하지 못해서 생깁니다. 특히 서울보다 더 많은 고층건물들로 가득한 뉴욕에서는 한해에 10억마리의 새들이 건물유리와 충돌하여 죽는다고도 하는데요..

 유리창새2

 Resource Guide for Bird-Friendly Building Design by on Aug 21, 2012

전체 야생동물 치료현황에 따르면, 서식지파괴, 로드킬과 같은 교통사고 다음으로 이렇게 건물과 충돌하는 새들의 죽음이 많다고 합니다. 특히 새는 이러한 충돌사고가 나면 지혈이 잘 되지 않고, 골절되거나 날개, 눈, 내장기관에의 손상으로 거의 대부분 죽거나 치료후에도 자연복귀가 어렵습니다.

새들이 이렇게 유리에 부딪히는 것은 투명유리의 앞과 뒤를 구분하지 못하고 하늘이나 나무 등 자연환경이 투시되면 그대로 직진하는 성향때문인데요. 그래서 맹금류모양의 스티커인 버드세이퍼등을 부착하거나 투명한 바탕에 다양한 디자인을 하는 등 환경이 바뀌었슴을 알려주는 표시를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진출처. 에코샵 홀씨>

야생동물중에서도 새는 환경의 변화를 가늠하게 해주는 매우 중요한 지표입니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새들의 이동경로와 움직임에 대해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요.. 최근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들이 점점 줄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오는데, 찾아오는 새들도 줄어들고, 건물에 부딪혀 죽는 새들의 수도 증가한다면 앞으로 우리의 아이들은 새라는 야생동물을 잘 볼 수나 있을지 걱정입니다.

또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건축 또는 생태건축이 유행인데요. 건축자재와 마감소재를 친환경소재로 하거나, 여기에 에너지와 물등을 절약하는 노력들과 같이 인간에게 유익한 노력들과 더불어 주변의 환경, 주변의 다른 생명들에게 미칠 영향까지도 함께 생각한다면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생태건축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자꾸만 수직으로 높이 올라가려는 우리의 욕망이 과연 자연스러운 것인지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함민복 시인의 <김포평야>라는 시의 의미를 천천히 읽어봅니다.

  

김포평야 / 함민복

 

김포평야에 아파트들이 잘 자라고 있다

 

논과 밭을 일군다는 일은

가능한 한 땅에 수평을 잡는 일

바다에서의 삶은 말 그대로 수평에서의 삶

수천 년 걸쳐 만들어진 농토에

 

수직의 아파트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농촌을 모방하는 도시의 문명

엘리베이터와 계단 통로, 그 수직의 골목

 

잊었는가 바벨탑

보라 한 건물을 쌓아 올린 언어의 벽돌

만리장성, 파리 크라상, 던킨 도너츠

차이코프스키, 노바다야끼……

기와불사 하듯 세계 도처에서 쌓아 올리고 있는

이진법 언어로 이룩된

컴퓨터 데스크탑

이제 농촌이 도시를 베끼리라

아파트 논이 생겨

엘리베이터 타고 고층 논을 오르내리게 되리라

바다가 층층이 나누어지리라

그렇게 수평이 수직을 다 모방하게 되는 날

온 세상은 거대한 하나의 탑이 되고 말리라

 

김포평야 물 괸 논에 아파트 그림자 빼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