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숲] 2013년도 와숲 프로그램을 마치면서 – 강성구

2013년 7월 17일 | 와숲, 활동후기

송파구 마천동 <누리미지역아동센터> 강성구

노르웨이의 어느 숲을 생각하면서 산에 들어가고, 책을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선연하게 떠오릅니다. 청년 시절 한동안 그 숲을 찾아가서 직접 꿈꾸던 숲을 바라보고 싶었던 욕망이 뜨거웠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찾아가는 오금공원의 숲과 건너다 보이는 천마산의 익숙한 숲에서도 행복함을 찾을 수 있습니다.

nurim1

 

만일 내가 혼자서 오금공원과 천마산의 숲을 찾아갔으면 이런 편안함과 행복함을 누리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내딛는 발 옆의 작은 풀 하나, 노랗고 하얀색으로 빛나고 있던 꽃들에 대해 자상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던 와숲 선생님의 정성이 없었으면 마음의 눈을 뜨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와숲 선생님들의 친절한 노력 덕분에 이제는 혼자서 오금공원과 천마산의 공원을 찾아가도 풀과 꽃과 나무에 대해 듣고 배웠던 기억이 있어서 작은 행복 조각들을 찾고 발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nurim2

조팝나무과 화살나무에 대한 기억은 소리없이 피어나는 하얀 꽃들과 화살모양의 줄기를 통해 분명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쑥과 냉이의 기억은 광덕산의 봄 자락에 앉아서 나뭇가지로 캐내던 추억을 통해 따뜻하게 남아있습니다. 더구나 와숲 선생님께서 직접 캔 쑥을 넣어 만든 쑥 절편을 통해 더 향긋하게 입가에 기억 속에 맴돌고 있습니다. 광덕산 개울에서 소리없이 숨쉬고 있던 도롱뇽 알들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생각할 수 있었고, 다양한 열매들을 손으로만 만지면서 그 나무를 떠올리던 순간을 통해 눈으로만 바라보던 숲은 촉감으로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산과 숲과 공원에서의 소중한 기억들은 아이들에게도 또렷하게 남아있을 것입니다.

 

nurim3

 

누리미의 아이들이 생태감수성을 지속적으로 더 키워가게 되기를 희망하고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 와숲을 되돌아보고 또 다시 찾아올 내년의 와숲을 기대해 봅니다. 이제 단회적인 만남이거나 짧은 시간 속에 존재하는 얕은 기억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만나고 관계를 맺어갈 수 있는 꾸준한 와숲 프로그램이 되기를 바라고 기대합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와 게임기 속에서만 집중력을 돋보이는 아이들이 아니라 숲으로 향하는 발걸음 속에서 두근두근거리는 가슴 속의 기대감을 찾고, 마음 속의 작은 등불을 희망으로 키워가게 되기를 바랍니다.
가정의 어른들이 힘들어하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사회적인 어려움이 아이들에게 고통과 스트레스로 다가서는 현실 속에서 풀과 나무와 꽃들과 벌레들과 새들과 동물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이루어지는 숲을 통해 아이들의 자연감수성을 회복하게 되고 무심히 잊고 살아가던 자기 자신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을 누리게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nurim4

 

숲을 통해 소중한 꿈을 새로 꾸기 시작하는 아이들의 내일을 향한 꿈이 건강하게 자라고 성숙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숲 속에서 늘 새싹이 조용하게 소리없이 싹 틔우고 날마다 자라듯이 아이들의 신체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또 아이들의 내면이 강건하게 성숙해지는 내일을 이 밤 내 마음 속에 그려봅니다. 와숲 아리아리~~

 

nurim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