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1강] 배가 산으로 갈까

2008년 4월 16일 | 녹색시민 강좌

2차 녹색시민강좌 1강_배가산으로갈까_서재철 녹색연합 녹색사회국장.pdf

지난 4월 3일 2차 녹색시민강좌 <시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한반도 대운하>를 시작하였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한반도 대운하의 사회적, 생태적 영향에 대해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시간으로 마련된 2차 녹색시민강좌의 첫 강의는
녹색연합 녹색사회국의 서재철 국장님이 하셨습니다.

배가 산으로 갈까?
서울의 한강과 부산의 낙동강을 연결한다는 한반도 대운하는
이 두 강을 연결시키기 위해 백두대간인 문경의 조령산을 뚫고 간다고 합니다.
이 조령터널은 정부에서도 상당히 고심하고 있는 구간으로
처음에는 리프트를 이용해 배가 산을 넘어간다는 황당무개한 계획이 나오더니
강의 바로 전날에 터널을 뚫고 간다는 계획으로 확정 발표되었습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녹색연합 서재철 국장님께서
쉽게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조령터널의 허구성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전국적으로 엄청 많은 도로계획이 발표되면서
산이 위치한 구간에는 어김없이 터널이 뚫리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터널은 돌덩이를 뚫어 만들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가장 안전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직접 파보기 전에는 알 수 없어 그 위험도 상당히 큽니다.
그 예로 영천댐의 오염 희석을 위해 안동댐의 물을 끌어오기 위한 도수터널 공사가 있습니다.
직경 2m 인 도수터널을 뚫기 위해 발파작업을 하다 인근 마을의 집들이 무너지고
30개 마을의 수맥이 말라 그 보상비만도 500억이 들었다고 합니다.
또한 터널공사를 하기 전에는 시추작업을 통해 지질조사를 하는데
봉고 3개 크기의 시추기를 경사진 산지에 이동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합니다.
터널공사에 있어 가장 큰 난관은 ‘물’로 수맥 발견시에는 붕괴위험으로 즉각 공사가 중지됩니다.

보통 터널공사는 하루에 3~4m 정도의 작업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물론 수맥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서 말입니다.
따라서 길이 21km에 달하는 조령터널은
현존기술로는 4년안에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합니다.
이는 터널기술자들이 모두 입을 모아 동의하는 사항입니다.

그럼 조령터널의 실체를 알아볼까요?
조령터널은 폭 20m, 높이 25m의 세계최고의 터널이 될 거라고 합니다.
보통 왕복 2차선 도로 터널이 폭 8m, 높이 5m 정도이니깐…
우리가 일상적으로 지나다니는 터널의 15배 정도의 크기가 되는 것이죠…

<그림출처> 다음블로그 둔재의 명상노트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254710

일반적으로 터널공사에는 NATM(New Austrian Tunneling Method) 공법을 많이 이용하는데,
이는 주변 무너짐을 방지하기 위해 심을 박고 그 사이를 발파하여 터널을 만드는 공법입니다.
조령터널은 NATM 공법이 아닌 TBM(Tunnel Boring Machine) 공법을 적용한다고 하는데요..
이는 공업용 다이아몬드가 박힌 원통형 불도저로 터널을 파내는 공법으로 세계최고의 터널공법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서울지하철 5호선의 한강해저터널 구간이 이 TBM 공법이 적용되었다고 합니다.
TMB 공법은 NATM 공법에 비해 3배 속도는 빠르지만 비용도 3배가 든다는 것.
게다가 현재 세계 최고의 TMB 공법 기술을 보유한 일본 가와사키사의 불도저 직경이 11m에 불과하여
폭 20m, 높이 25m로 계획되는 조령터널 공사에 사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터널공사에서 중요한 것은 단층과 이질적 암석층 사이에 분포되어 있는
크고 작은 대수층, 즉 수맥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물이 있으면 붕괴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수맥이 있는 석회암 층과 이질적 암석층이 많은 곳에는 터널을 뚫으면 절대 안되겠지요.
제대로 된 지질조사가 이루어진다면 조령터널은 절대 만들어질 수 없는 터널입니다.
그리고 조령터널로 배가 지나가게 된다면
배 스크류의 지속적인 진동으로 인한 터널 안 지진발생의 위험이 있습니다.

SK건설이 여수에 만든 2차 지하 원유비축기지의 규모는 폭 16m, 높이 30m, 길이 5.24km 입니다.
1997년에 시작한 이 공사는 21년 만인 얼마전에서야 완공되었습니다.
이제 4년만에 완성하겠다는 조령터널 계획의 허구성에 대해서 감이 오시나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죠…
그리고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가려는 수법… 설계변경!
경부고속철도가 그랬고, 새만금도 그렇고…
이리저리 말을 바꾸고, 공사비도 예상보다 5배 이상 초과되는 국민혈세 갉아먹는 공사들.
아직은 희망이 있습니다.
세금을 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꼭 삽 뜨기 전에 막아내야 하겠습니다.

재미있고 쉽게 터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주신 서재철 국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다음 시간에는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홍종호 교수님을 모시고
“경부운하, 경제성 없다”에 대해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 강의자료를 파일로 올려드립니다. 외부사용시 꼭 출처를 밝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