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길라잡이] 자연을 다시 꿈꾸게 해준 시간들 – 지렁이

2013년 6월 27일 | 녹색길라잡이, 활동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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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렁이의 녹색길라잡이 후기입니다 🙂 쓰다보니 생각보다 많이 길어졌네요 ^^ 길지만 잘 읽어주세요. ^^

저, 지렁이는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랐고, 도시에서 살고 있는 오리지널 도시 토박이입니다. 자연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했던 ‘불운한’ 아이였다고도 볼 수 있지요. 이처럼 제 삶은 도시의 차가운 시멘트로 물들어버리기 쉬운 환경에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물들지 않고 ‘자연의 따뜻한 빛’을 찾기위해 고군분투했던 삶이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자연’을 그리워하고, ‘자연과 생명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이 남달랐습니다. 도시에서 저는 항상 ‘별난 아이’로 비쳐졌죠. 하루종일 개미굴 앞에서 개미를 관찰하고, 사람보다 동물과 곤충과 친구가 되어 지내고, 돈과 악세서리보다는 나무 잎사귀와 도토리, 낙엽을 더 좋아하던 아이였습니다. 커서는 자연과 생명을 공부하겠다며 생물학을 공부하면서까지 그 꿈을 이어나갔습니다. 하지만 대학이나 대학원, 연구소등에서는 자연과 생명을 그 자체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는, 생명을 도구로 여기거나, 학위를 위한 수단으로써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여린 마음에 깊은 상처가 생겼지요. 그 상처가 아무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그렇게 방황하는 시간이 흐르고 흘렀지만 자연에 대한 꿈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가늘지만 끈질기게 붙잡고 있었던 거죠. 그런 제가 또 다시 자연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지렁이’라는 이름과 하나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그 시기, 신기하게도 ‘녹색길라잡이’ 과정은 저에게 인연으로 다가와 밝은 빛을 비추어 주었습니다.

지난 4월에 시작하여 5월까지 이어진 두달간의 녹색길라잡이 과정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상처받아 굳어졌던 제 마음을 다정하게 풀어주었던 느낌이 듭니다. 첫 오리엔테이션 시간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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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렁이’가 됬다는걸 어찌 아셨는지. ^^ 함께 각자의 ‘자연이름’을 소개하며 첫 장을 열었습니다. 🙂 저는 ‘조.용.히. 지구를 돕는 지렁이’라고 소개했어요. 저는 지렁이처럼 사는 것이 꿈이라고요. 지렁이는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그저 지구의 한 생명으로서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살 뿐입니다. 그런 지렁이의 삶 자체가 지구를 돕고 있습니다. 조용히 묵묵히 땅속에서 쓰레기와 동물똥, 찌꺼기 등을 먹고 흙을 살리는 지렁이처럼, 낮은 곳에서, 지구를 돕고 자연과 생명을 도우며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삶을 살고 싶은 제 마음을 담은 이름입니다.

아쉽게도 저는 개근은 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들었던 수업들은 모두 선명하게 가슴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들었던 수업들을 중심으로 저의 생각들을 솔직하게 적어보겠습니다.

1, 녹색시민과 삶 (박영신 교수님)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져주셨습니다. 저는 항상 고민이 많았고 늘 질문하고, 늘 튀는 아이였어요. 언제나 ‘다수’쪽이 아니라 ‘소수’였지요.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삶이 쉽지만은 않았고, 그 끈을 이어가기 위해서 애쓰다보니 항상 힘에 부치곤 했습니다. 『고민하는 것이 인간다운 삶이며, 전문지식’에 구애받지 말고, ‘전문가’에 의지하지 말자, 나 ‘스스로’가 주체적이고 창조적으로 해내는 삶을 살자, 진리와 지혜는 다수 속에 있는 것만이 아니다. 소수의 소리는 “생명에 대한 관심”이다..』 참으로 와 닿는 말씀이었습니다. 교수님 말씀을 듣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저의 작은 목소리와 마음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좀 더 힘을 실어주고 믿음을 가지고 용기내어 살자고 다짐했어요. 첫 시작, 이렇게 두근두근 했습니다.

2, 생명과 평화를 말하다 : “살림의 마음과 생태적 페러다임” (평과재단 유정길 선생님)

처음부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셨지요. ‘돼지, 소, 여우, 뱀, 쥐, 바퀴벌레 등..’의 떠오르는 이미지는? 돼지는 뚱뚱하고 여우는 교활하다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생각들. 그 것은 왜 그럴까? 이렇듯, 우리가 ‘인간’의 입장에 서서 아무런 의식없이 선입견을 가지고 믿어오고 자연을 기계론적 사고방식으로 바라보던 고정된 틀을 과감하게 깨어버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강조하셨습니다. 또한, 부분이 아닌 전체(Holistic-전일주의)로 바라보는 것의 중요성과 ‘생명의 관점’에서 시작하는 자연과의 관계맺음, 생명운동이란 ‘살림의 관계’로 바꾸는 것이라는 것, 생태교육이란 Small, Simple, Slow life를 알려주는 것 등, 밀알같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저 또한 앞으로 ‘살림, 생태, 생명, 평화’ 교육과 운동을 모색하고 있기에 말씀을 들으며 제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과 편견, 굳어져버린 오랜 생각들을 조심스럽게 찾아내고 과감하게 깨버리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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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알도레오폴드 생태윤리이해 (단국대 사회과학대 송명규 선생님)

생태학자 알도레오폴드의 “모래 군의 열두달”이라는 책을 번역하신 송명규 선생님께서는, 그 책의 여러 주제들 중에서도 “산처럼 생각하기(Think like a mountain)”를 중심으로 우리가 왜 자연을 보존해야하는가? 환경윤리란 무엇인가? 에 대한 굵직한 주제들을 레오폴드의 실화와 선생님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생생하게 풀어주셨습니다. ‘모래군의 열두달’은 이미 4년 전에 구입하여 줄을 쳐가며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오랜기간 책장에 꽂혀져 있던 책을 다시 꺼내어 보았어요. “늙은 늑대에게 다가간 우리는 때마침 그의 눈에서 꺼져가는 맹렬한 초록빛 불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 때 그 눈 속에서, 아직까지 내가 모르는 오직 늑대와 산만이 알고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p.166)”의 구절에 밑줄을 쳤습니다. 레오폴드가 숲에서 늑대를 만났던 삶의 전환점이 우리 모두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어찌 전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4, 한반도 자연생태계의 이해 (녹색연합 서재철 선생님)

우리나라의 자연은 지난 100년 역사 과정에서 제 모습을 잃어버리고 말았다고 합니다. 원시림이 거의 사라져버린 것이지요.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입니다. 어른 몇 명이 두 팔을 힘껏 뻗어도 닿지 않을 만큼의 큰 나무들도 참 많았는데, 거의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을 듣고선 그동안 살면서 그런 큰나무를 구경조차 못해봤다니 너무나도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10년전 왕피천에서는 큰 소나무를 베면 그 밑둥에 10명이 도시락을 올려놓고 밥을 먹었다고 합니다. 우와! 30m의 높이에, 그 나무를 베려면 꼬박 4일이 걸리는데, 그런 웅장하고 신성한 나무들이 일제시대 때 다 사라졌다는 사실에 화가 났습니다. 우리 나라의 원시림을 파괴했던 일본은 지금도 원시림이 최소 20군데나 있다고 하는데 말이죠..지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토지이용밀도가 매우 높고, 생물에게 중요한 서식처가 빈약하기 그지없으며, 철새들의 공간/터전마저 급속히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기후변화도 빠르게 진행되어 30-50년 후에는 온대림이 아니며, 지금도 아열대 우기형태의 장마를 보인다고 해요.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에 더 이상 회피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관심을 가지고 자연을 잘 알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가장 먼저,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카메라와 작은 도감을 들고 나무를 공부하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강의를 듣다가, 선생님의 그 말씀을 듣고 당장이라도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도감을 들고 자연으로 뛰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선생님의 풍부한 현장경험에서 진하게 녹아있는 강의는 제 심장에 불을 붙게 했습니다.

5, 흙속의 작은 우주를 만나다 (노들텃밭에서, 서울도시농업네트워크 민동욱 선생님)

올해부터 개인 텃밭을 일구기 시작했어요. 제 텃밭이름은 ‘지렁이 텃밭’! 지렁이가 일구어주면 좋을텐데요, ^^ 하지만 제가 분양받은 텃밭은 풀한포기, 벌레 한마리 없는 그저 붉은 흙밖에 없는 밭이었어요. 황량한 이 밭에서 유기농으로, 더 나아가 풀을 제거하지 않는 ‘자연농’에 가깝게 시도해보겠다고 도전장을 내놓았습니다. 제가 기르고자 하는 작물 뿐만 아니라, 풀꽃들과 곤충들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그런 밭으로 가꾸고 싶었지요.
서울 한복판에 있던 노들텃밭은 놀랍게도 원래는 테니스 코트장으로 사용되었던 땅이었다고 합니다. 굳게 다져지고 생명이 없던 그 땅을 생명가득한 텃밭으로 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을지 상상만해도 알 수 있었지요. 비닐과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법을 기본으로 삼고 있는 이 텃밭의 주인들이 참으로 부러웠어요. 제가 짓고 있는 텃밭은 비닐도 많이 쓰고, 어디에선가는 농약도 뿌릴테니까요. 그리고 원래 밭이 넓게 펼쳐져 있던 제 동네는 반대로 아파트가 들어서고 개발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데, 서울에서는 반대로 밭을 만들다니,. 부럽기도 하고,  밭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희망의 빛이 보이더군요 ^^
민동욱 선생님의‘자연농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제가 생각하고 있는 농사에 대한 신념에 한층 자신감이 자라났습니다. 함께 도시락을 먹고, 함께 풀을 뽑고, 채소 모종을 심고, 논에 박힌 돌들을 골라내던 그 시간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역시 지렁이는 흙을 만지고 흙을 밟아야 삽니다. 첫 야외 수업이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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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숲바라보기 + 치유의 숲에서 (백사실계곡, 홀씨 교육연구소 양경모 선생님, 나우숲치유연구소 송정희 선생님)

드디어 숲입니다! 정말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이었지요. 서울에 이런 보물 같은 곳이 있었다니! 백사실계곡의 입구에 들어섰을 때의 그 청량하고도 맑은 기운은 아직도 생생하네요.
평소에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활동은 “자연물 모으기” 에요. 가을이 되면 바닥에 떨어진 낙엽과 씨앗들을 주워서 모으기도 하고, 과일을 먹고 생긴 씨앗들 모양이 재미나서 모으고, 자연이든 도시든 땅을 보며 걷다가 신기한 자연물을 보면 사진으로 담거나 가져오는 등, 다람쥐가 도토리 모으듯 자연물들을 모으곤 했어요. 그런 제가 양경모 선생님의 자연놀이 수업에서 물만난 고기가 되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거에요. 자연물 눈감고 맞추기, 빙고놀이, 자연파레트 만들기, 거울보며 하늘걷기 등의 놀이들을 하면서 지난 어린 날의 저를 다시 만났답니다. 놀이를 마치고 들뜬 저는 쉬는 시간에 잠깐 계곡 아래로 내려가 널찍한 바위위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며, 물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했습니다. 두 번째 수업시작! 숲의 맑은 에너지 뿐만 아니라,. 숲치유연구소 송정희 선생님의 긍정적이고도 밝은 마음까지 더해져 숲과 하나되는 소중한 체험을 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버린 거에요. 생각해보니 “나의 나무”를 만나는 시간을 보내면서 긴장했었던 제 마음이 녹아버렸던것 같아요. 제 나무는 사람의 도끼질 때문인지, 무슨 이유때문인지 몰라도 몸에 큰 상처를 여러개 가지고 있던 굴곡 많은 나무였어요. 그 나무를 안아주고, 이야기 나누고, 이름을 붙여주고, 만져보고, 아픈 상처들을 서로 보듬으면서 저는 오히려 그 상처많은 나무에게 위로를 받으며 제 자신을 추스릴 수 있었어요. 그 나무 친구가 고맙고 참 보고 싶습니다. 지금, 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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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강에서 만나는 희망(청계산 계곡/학의천) (광명의제 21협의회 허기용선생님)

같은 물인데도 이렇게 다를수가 있을까요.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 강 속의 생명들의 이야기.. 허기용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나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습니다. 사진기가 고장나서 많은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참으로 아쉽습니다. 첫 몇시간은 청계산 계곡 맑은 물에서, 그 다음에는 이동하여 학의천 탁한 하류에서 생물들을 조심스레 건져내어 관찰하고, 공부하는 그 시간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마치 생물학을 공부하던 대학생으로 다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지요. 맑은 물을 만들어주는 그 숲의 고마움을 가져야함은 물론이요, 그 맑은 물을 중간에서 더럽게 만드는 인간 삶의 방식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함을 알았습니다. 생명은 깨끗한 물이든, 탁한 물이든 상관없이 살 수 있는 조건이 남아있는 한 생명을 다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생명을 이어가는 끈이 점점 얇아지고 있습니다. 그 끈을 끊어버리고 위태롭게 만드는 인간의 무리에서 과감히 벗어나서, 반대로 그 끈을 함께 잡아주며 돕고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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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마을이 지구를 구한다 (1) – 녹색소비와 자원순환 (삼각산 재미난마을, 이상훈 선생님)

말로만 들어왔던 공동체, 진짜 사람이 살만한 사람다운 마을을 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삼각산 재미난마을은 수유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가면 만날 수 있는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재미난카페”에 들어가 함께 차를 마시며 이상훈 선생님의 “재미난강의”를 들었어요. 한말씀 한말씀 모두 얼마나 재미나던지요^^, 재미난 말씀을 들으니 더더욱 재미난마을을 구경해보고 싶었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마을을 돌아보던 시간! 말씀처럼 정말로 높은 건물이 없었습니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지라 처음에는 그런 도시의 마을의 풍경이 낯설기만 했는데, 끝날 때 쯤에는 그러한 낮은 건물의 높이 덕분에 햇빛과 바람과 소통의 에너지들이 걸림돌 없이 마을 곳곳을 자유로이 순환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자유롭고도 막힘이 없는 녹색마을에서 사는 어른들, 자라나는 어린이들 모두의 삶들이 건강하게 쑥쑥 자라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제가 사는 도시의 아파트, 높은 건물들을 모두 풀꽃 나무의 키에 맞추어보는 상상을 하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

9, 마을이 지구를 구한다 (2) –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 이해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유진선생님, 서울에너지드림센터)
에너지에 중독되어 있고, 에너지의 노예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현대 인간의 삶은 온통 에너지 없이는 유지가 매우 어려운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인간을 일명 “호모오일리쿠스”라고 한다는데요, 석유의 한정된 양을 마치 무한한 것처럼 쓰다보니 서서히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석유의 고갈로 치닫고 있는 ‘오일피크’를 대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미 석유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가난한 나라의 사례를 보여주셨는데 “사람으로 태어났는데, 당나귀 삶을 살고 있다”는 대목에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5년마다 바뀌는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내세우고 있는 국가는 줄어든 석유에너지를 원자력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로 채우고 있다고 합니다. 에너지 소비는 점점 늘어가고, 특히 수도권 지역의 에너지 과잉소비를 유지하기 위해서 정부에서는 핵발전소를 확대 건설하는 정책을 앞세워 지방에 핵발전소를 짓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송전탑 건설로 인한 밀양에서의 사건이 있었는데, 이유진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밀양을 짓밟고 서울을 밝히는 불이다. 계속 소비하고 개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한국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선생님께서 대안을 고민하고 연구해나가는 과정에서 얻으신 결론은 “지역에너지(Local Energy)”였습니다. 우리나라는 먹거리 뿐만 아니라, 에너지도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다고 합니다. 각종 정책 참여와 에너지 절약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나아가 에너지를 쓰기만 했던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전환하려는 작은 노력들과 지역/마을의 에너지자립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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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설악산 워크숍 (박그림 선생님)

아직까지도 여운이 남아 설악산 향수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설악산을 다녀온 것 자체도 참 행복했지만, 더욱 좋았던 것은 산양의 발자취를 따라 오랜 세월을 설악산에서 거처하며 이미 설악산 그 자체가 되어버리신 설악녹색연합 대표이시자, 산양연구가이신 박그림 선생님을 만난 것이었습니다. 제가 고등학생 시절, 야생동물을 꿈꿀 때, 이미 박그림 선생님을 알고 있었고, 꼭 만나 뵙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습니다.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 이렇게 만나뵐줄이야 상상도 못했습니다.^^; 선생님과 함께 산을 오르내리고, 산양똥을 만지며,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산양똥, 노루똥들을 발견하고서 감동하는 마음과 더불어, 똥 아래 피워올린 ‘작은 새싹’이 감격스러워 코끝이 찡했습니다. 지금까지의 내 삶이 어떠했는가? 최소한 내 똥은 어떤 생명을 살려본적있는가? 생각해보니 산양똥만큼 못함을 잘 알았어요. 깊이 또 물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똥을 싸야하는가? 또, 앞으로 어디서 살아가야하며, 어떤 물을 마실것이며, 어떤 밥상을 차릴 것이며, 어떻게 자연과 교감하며 조화로이 살것인지 생각했습니다.
산양들의 화장실에서 꿀맛같은 주먹밥을 먹었고, 산양들이 오가던 흔적들을 찾으며, 산양똥을 만지며 함께 행복해하던 그 시간들.. 숲에서 바람을 맞으며 먹었던 밥, 김, 참기름, 소금, 참깨로만 만든 단순한 주먹밥.. 별거 아니지만 건강함을 주고 달고 맛있었어요. 감동하는 마음과 함께 산양똥을 지퍼백에 담아서 도시의 집으로 가져왔는데 다시 보니 숲속의 산양똥과 지퍼백에 담아온 산양똥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사실에 마음이 묘했습니다. 산양똥도 물론이거니와 산양, 생명은 자연의 원래 그 자리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걸 알았습니다. 다음에 설악산에 갈 때 다시 똥을 가져가 제자리에 놓을 생각입니다. ^^
숲을 돌아다니다가 야생동물처럼, 샘물을 발견하면 꿀떡꿀떡 마셨어요. 아쉬운게, 손이 아닌 입으로 마셔볼껄. 했어요.^^ 힘들게 산을 오르내리다가 갈증을 바로 두손으로 샘물을 고이 받아마시며 달래었던 순간.. 물 마시는 것 자체로도 눈물이 날정도로 행복을 느꼈었는데.. 도시에서는 목마름을 패트병에 담긴 물이나 수돗물로 겨우 달래야해서 조금 슬퍼집니다.
자주 야생동물처럼 네발로 기어다니고 싶어요. 설악산 숲에서는 딱딱한 신발을 벗어던지고 본능대로 네발로 기어가고 싶었던 마음이.. 도시로 돌아오니 아무리 편한 운동화를 신어봐도 나의 발은 불편합니다.
복잡한 도시의 삶을 살다보니 문득, 그때의 설악산이 꿈이었는가 여겨지기도 합니다. 다시 가고 싶습니다. 도시에서의 삶은 어찌나 ‘나’를 내세우는지 모릅니다. 책으로 배우는 생태공부는 그저 책상공부일뿐, 직접 숲과 자연을 만나고 흙을 밟고 만지는 과는 절대 비교 조차도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조만간 다시 가리라! 다짐을 하고 아직도 그곳의 꿈을 꿉니다. ^^

11, 교육프로그램 기획 (녹색교육센터 육경숙 선생님)

이제까지는 자연에 대한 감수성, 감동, 깊은 이해들로 채워나간 시간들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그것들을 잘 소화시켜서 많은 사람들과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고민(생태교육 방법)을 해야 합니다. (후기를 쓰면서도 많은 정리와 공부가 되었습니다.) 설악산 워크숍의 마지막 밤, 함께 두런두런 모여서 그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토론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육경숙선생님께서 먼저 복식호흡과 함께하는 스트레칭법을 알려주셨어요. 긴 시간의 산행으로 피곤해지고 뭉쳐있던 몸과 마음을 풀어주었습니다. 스트레칭을 마치고 나니 가뿐해져 이야기 나누고 픈 마음이 뭉개뭉개 피어오르고.. 5-6명씩 모여 조(모임명 : 산양똥!) 를 만들고, 선생님께서 나눠 주신 교육에 대한 자료집(사티쉬 쿠마르)을 읽으며 각자의 ‘교육’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저는 대학때 받았던 생명교육/생태교육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때 받았던 교육들은 대부분 생명을 도구/연구수단으로 다루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었습니다. 학점과 학위, 논문을 위한 연구는 저에게 의미가 없었구요. 대학뿐만 아니라 여러 연구소/대학원과 환경교육기관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졸업 이후에도 받은 교육은 주입식이라 실제로 활용이 매우 어렵다는 것, 이론과 책으로만 얻는 지식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다른 조 선생님들의 이야기도 남일같지 않았습니다. 공교육과 사교육, 대안교육 등에 대한 다양한 경험들과 생각들을 들으면서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새로이 제 가슴속에 심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앎’과 ‘삶’과 ‘일’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일치될 수 있는 그런 생태교육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12. 녹색교육자의 길 (인천녹색연합 유종반 선생님)

지렁이인 저에게 유종반 선생님께서 “저도 지렁이에요. 초록지렁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같은 지렁이를 만나니 어찌나 반갑던지요. 마지막 수업은 초록지렁이 선생님의 녹색교육자의 길이라는 주제로 이어졌습니다. ‘자월도’에 다녀오신 이야기로 시작해주셨어요. 햇살에 비치는 나뭇잎을 아래에서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신다는 말씀에, 저도 문득 몇일 전에 설악산에서 하루 종일 쳐다보았던 나뭇잎의 햇살머금은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도시에서는 햇살을 인공적으로 가리려 애쓰죠. 양산을 쓰는 것은 봐줄만하죠. 온갖 화학제품으로 피부를 보호한다며 화장품을 덕지덕지 바르고, 두꺼운 벽과 천장으로 둘러싸인 건물에 숨어 문을 닫아놓고 에어컨을 틀고 냉방병에 시달립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밖은 점점 더 더워지고, 따스했던 햇살은 뜨겁고 따가워집니다.
“생명이 원하는 밥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하셨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는 밥에 대한 고민은 하지만 생명이 원하는 밥에 대한 고민은 잘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내 안에 스며있는 생명의 건강상태가 어떠한지 모르고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깊은 고민없이 생명과 생태공부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말씀에 가슴이 찌릿했습니다. 생명이란 홀로 살수 없는 존재라 하셨습니다. 특히, 내 속의 생명들이 서로 ‘사랑’을 하는 것, 즉 ‘나눔’을 통한 삶이 곧 진정한 “살아있음”이라는 말씀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그래서 진짜 생명사랑은 ‘보시’라고 합니다. 네가 잘 사는 것이 곧 내가 잘 사는 것이므로, 풀 한포기를 보더라도 그것이 곧 ‘나’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지금 하고있는 생태 공부가 자연을 알아가는 것이라면, 여기서 멈추지 말고 그 앎을 내 ‘삶’으로 옮기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즉, 지식에서 멈추지 말고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생태교사는 단순히 사람들에게 자연의 지식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생명의 눈으로 자연을 바라보고, 이해하여 자연 속에 살아있는 생명사랑과 나눔을 많은 이들과 깊이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정말 제가 그동안 생태공부를 어떻게 해왔는지,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되돌아보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강의에 대한 후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두 달간의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처음 녹색선서를 하며 시작했고, 마지막에도 녹색선서를 하며 마치던 그 순간,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나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많은 것이 달라졌음은 분명합니다. 다시 자연을 꿈꾸고 싶어서 녹색길라잡이에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던 저에게, 이제는 그 꿈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며 살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고, 빛을 비추어 주셨네요.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두달을 보내면서 좋은 선생님들과 인연을 맺고, 앞으로도 함께 할 수 있음에 기쁩니다. 더불어, ‘지렁이’라는 이름과 좀더 친해지게 된 것도 기쁘고, 정말로 지렁이와 하나된 듯한 설레임 한가득 안고 과정을 마쳤습니다. 아래의 녹색 선서처럼, 하늘을, 바다를, 산을, 시냇물을, 지구를 닮은 자연인이 되어, 그동안 받은 선물들을 나누며 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기를 이만 마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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