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길라잡이] 2013 녹색길라잡이과정을 마무리하며 – 물매화(정윤숙)

2013년 6월 27일 | 녹색길라잡이, 활동후기

1-1

4월 16일부터 시작해서 5월24일 설악산캠프까지 열린 11강좌 중에 두 강좌를 빠지는 아쉬운 참가율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강의가 진행된 한 달여는 계절 중에 만물이 소생하는 기운참이 공간에 가득하니 저절로 몸과 마음이 들썩이곤 했지요. 업무를 미루고 놀고픈 마음을 알아채시곤 양을 몰 듯 회사로 돌아가는 길을 잃지 않도록 다잡아 주신 대표님께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강좌에 참여하는 동안은 사무실 유리창으로 관망하는 사·오월이 아니고 자연의 일부로 존재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으로 들어가 황홀한 경험이 허락되는 행운을 가질 수 있었답니다. 그래도 나는 아파트 생활과 화석연료를 통해 얻어지는 다양한 편리함을 아직은 포기 못하는 사람이고 그런 연유로 강좌에서 제시된 녹색시민으로서의 삶은 필요하지만 내 삶과 떨어진 현실, 앎과 삶이 유리됨을 확인하는 자리가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 강의를 진행하신 강사님의 면면과 함께 그 분들의 앎과 삶을 일치하고픈 고민의 깊이와 경험치를 나로서는 가름 할 수 없기에 강의 내내 스스로에게 던졌던 불편한 질문들을 이제부터 스스로 숙성시키고 갈무리하는 단초라고 생각하며 혼자 고립되기보다 여럿이 함께 하는 기회와 활동이 주어진다면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을 것 같네요.

 

1-2

강좌 기간인 사·오월은 우리 회사가 몹시 바쁩니다. 하지만 왜들 이 계절에 열광하는지를 나이가 드니 저절로 알게 되네요. 거죽이 얇아지고 몸의 기능이 쇠약해지면서 추위는 생활 주기 속에 큰 장애가 되어갑니다. 그러다보니 가장 자연스럽게 지낼 수 없는 계절이 겨울입니다. 그 겨울이 지나고 이즈음엔 뭇 생명이 소생하는 봄의 기운이 오감에서 시작해서 내 몸 구석구석으로 전달되고 내 삶의 바데리가 충전됨을 느끼죠. 장하고 거룩한 자연의 순환, 그 순환하는 힘을 복제하듯 내안엔 감정이 유유히 흐르다가 생명의 아름다움과 마주하면 파동이 일고 감동으로 눈물도 만들게 합니다. 자연의 순환 즉 녹색이야말로 스스로 치유하게 하고 생명력과 함께 긍정의 힘을 만드는 길라잡이임을 깨닫게 합니다.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고 자연의 치유력과 아름다움을 경험했으니 이제 누군가에게 나누고 소통하며 즐거운 자연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꿈꿔보길 시작하려고 합니다.

끝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하신 녹색교육센터 식구들과 강사님들, 그리고 동기로 인연을 맺은 2013년 녹색길라잡이 여러분들께 감사와 함께 혹여 저의 부족한 마음자리로 아쉬움을 드리웠다면 이해하는 마음을 부탁드립니다.

 

 

 

  1-3
 

여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그것이 어찌 인생인가, 근심으로 가득 차

잠시 멈춰 서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나뭇가지 아래서 양이나 소처럼

물끄러미 풍경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숲을 지나면 다람쥐가 풀밭에다

도토리 숨기는 것을 볼 시간이 없다면

 

한낮에도 별빛 가득 품은 밤하늘처럼

찬란한 시냇물을 볼 시간이 없다면

 

아름다운 여인의 눈길에 고개 돌려

그 다정한 발걸음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눈가에서 입가로 곱게 번지는

그 미소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면

 

얼마나 가여운 인생인가, 근심으로 가득 차

잠시 멈춰서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