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책여행] 호두나무마을로 떠난 환경여행

2012년 8월 20일 | 녹색여행, 활동후기

호두나무마을로 떠난 환경여행

-기간: 2012.8.14~8.15(1박 2일)

-장소: 충남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광덕리 537 광덕산환경교육센터

-책과 함께 떠나는 환경여행 참가자 녹색교육센터 회원 문소연(둥굴레)

책과 함께 떠나는 환경여행은 읽어와야 할 책 두권을 구입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여행 일주일 전 ‘오늘의 지구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여우와 토종씨의 행방불명‘ 책 두권을 샀다. 하루에 1/3정도씩 읽으면 다 읽을 수 있겠다 싶었지만 아쉽게도 결국 다 읽지 못한 채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첫날….

드디어 떠나는 날, 아침부터 햇볕이 뜨거웠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녹길샘들 냉이꽃, 들풀, 회화나무샘이 차례대로 도착하고 마음은 들떴다. 버스에 올라타니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생각한 참나무샘은 이미 타고 있었고, 오랜만에 만나 서로 눈과 입이 뚱그래진 오랜 인연, 고대현선생님과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출발한 지 한시간 반쯤 지나서 광덕산환경교육센터에 도착했다. 센터 안으로 들어가니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우릴 맞아주었다. 방이름과 자연이름과 본명이 들어간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명찰을 목에 걸고 맛난 자연밥상으로 배를 채웠다. 첫 번째 책여행에 나서기 전 넉넉하게 주어진 자유시간에 교육센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2층 느티나무방 왼쪽으로 난 유리문을 열고 나가보니 처음 교육센터에 들어섰을 때 웃음소리로 우릴 맞아준 어린이집친구들이 자전거페달을 돌리고 있었다. 자전거발전기에 전기를 모으기 위해 닿지 않는 짧은 다리로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데 이마엔 땀방울이 송알송알 맺혀있었다. 자전거를 돌려서 만들어내는 전기가 과연 얼마나 되는 걸까, 호두나무가 들려주는 안내판을 보니 바람과 태양과 자전거로 만들어낸 전기로 센터에서 필요로 하는 전기량의 15%를 충당한다는 설명이 쓰여있었다. 호두나무마을에 쏟아지는 햇볕과 바람을 이곳에 다 모을 수는 없을까, 하는 상상은 생각만 해도 참 신나는 일이었다. 더구나 우리 몸을 움직여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건 멀고먼 이야기처럼 들리기만 했는데 광덕산환경교육센터에서는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안내판을 읽고 둘러보니 곡선으로 이어지는 나무데크길이 보였다. 그 길 끝, 커다란 감나무 아래 의자에는 한살림에서 오신 선생님 두분이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나무데크는 2층에서부터 1층 마당으로 이어졌다. 교육센터 앞쪽에는 환경운동연합회원들이 경작한다는 주말텃밭이 있었는데 회원분들이 밭일을 하고 있었다.

첫 번째 책여행과 공동체놀이가 순식간에 끝나고 저녁밥을 먹기 전 분당에서 오셨다는 도토리샘과 동네산책길에 나섰다. 낯선사람을 보고 사납게 짖어대는 동네개들을 뒤로 하고 계속 걷다보니 마을 한가운데로 흐르는 풍서천이 시원스럽게 흐르고 있었다.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아주 맑았다.

 

길 건너 동네로 들어가니 집집마다 호두나무가 한그루씩 자라고 있었다. 호두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호두나무를 보니 역시 천안이구나, 싶었다. 이곳 호두는 다른 지역에서 나는 호두보다 껍질이 얇아 속이 알차서 인기가 좋다고 한다. 동네 어르신은 파를 심고 계시고 저녁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여느 시골마을 풍경이었지만 한가지 특이했던 건 남해쪽에서 보았던 어느 마을처럼 모두 돌담이었다. 납작납작한 돌을 직접 쌓아올린 것이 분명했다. 돌담과 호두나무가 정겨운 이 마을이름은 안심대마을이라고 했다.

 

 

 

 
 

 

 
 

저녁식사 이후 시작된 두 번째 책여행이 끝나고 나니 찐옥수수와 찐감자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지역주민인 자연밥상선생님께서 직접 키우셨다는 찐감자와 옥수수를 가운데에 두고 우리들은 다시 한자리에 둘러앉았다. 두런두런 여름밤은 깊어가고 야생동물길라잡이 물총새샘과 울진숲길, 산양이야기도 나누고 성대골어린이도서관 김소영관장님, 원지연선생님과 못다한 이야기도 마저 나누었다.

성대골은 내가 일 하고 있는 지역과 가까이 있는 동네이고 얘기를 들어온 도서관이어서 그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인데 나와 함께 일 하고 있는 선생님과 잘 알고 지내는 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세상 참 좁구나,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게다가 이야기자리에 함께 하게 된 목동에서 오신 조은경선생님~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가 일 하는 관악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하시며 얘기를 하다보니 또 한분의 지인이 겹쳐졌다. 조은경선생님은 그 지인과 어떻게 인연을 맺었고 그 지인이 어떤 분인지 이야기 들려주셨다. 그 분이 그런 분이셨네! 라는 놀라움과 함께 나도 누군가의 가슴속에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미치자 작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이야기꽃을 피우는 동안 다들 밤산책을 나가고 우리들만 남겨졌다. 그러는 동안에 바로 옆에서 성대골어린이도서관의 원지연선생님은 자전거발전기로 돌아가는 선풍기에 뽀얗게 낀 먼지를 닦고 계셨다. 도저히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다며 분해했던 선풍기를 원래대로 조립하고 계셨다. 함께 일 하지 않고 이야기꽃만 피워서 죄송스러웠다.

 

성대골어린이도서관을 움직이는 분들의 용기와 열정이 부러웠고 그 동네 아이들은 행복하겠다, 라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졌다. 성대골어린이도서관의 발전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야기꽃 향기에 취해 밤산책을 나가지 못해 반딧불이와 벌레노래소리를 함께 못들은 것은 아쉬웠지만 오랫동안 만나오면서도 잘 모르고 있었던 내 주변 지인들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었고, 만나고 싶지 않은 인연이 아니라 만나서 반가운 인연을 많이 만들어야겠다, 다짐하는 시간이었기에 좋았다. 이 교집합 같은 인연의 고리는 알게 모르게 다 이어지고 있었다.

 

 

 
 

 

 
 

 

 

 둘째날…

당연히 1층 강당에서 영화를 볼 줄 알았는데 왜 지하실로 오라 하실까, 궁금해하며 밑으로 내려갔다. 지하 풀꽃도서관 앞 자전거발전기를 보는 순간 ‘아, 이거였어!’

 

동영상을 보자면 많은 전력이 필요하고 모두가 5분씩 자전거발전기 페달을 돌리면 노트북과 스피커가 작동 될 정도의 전기는 생산할 수 있다고 자미샘이 영화시작 전에 이야기해 주셨다. 지난 5월 녹길교육때 ‘기후변화, 에너지교육방법’강의시간에 들었던 대안학교 선생님 이야기가 생각났다. 학교에서 한달에 한번 자전거발전기를 돌려서 영화보는 날이 있다고…

 

 

 
 

 

환경여행에 함께 했던 모두의 힘을 모아 즐겼던 환경영화, ‘아낌없이 치고받는 나무’, ‘밥묵자’, ‘물의 정원 사토야마’. 우리 몸을 움직여서 영화를 본 것은 두고두고 떠올릴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과자를 먹으며 영화를 보다가 선수 교체시 소리가 잠깐 잠깐 끊길 때마다 터져나오는 작은 웃음소리는 또 하나의 재미였다.

  영화가 끝나고 1층으로 올라가보니 자연공예시간이 준비되어 있었다. 메타세콰이어 열매와 지끈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팔찌, 목걸이, 반지, 인디언 머리띠가 속속 만들어졌다. 창의성이 만발하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마지막 순서, <책과 함께 떠나는 환경여행은 ‘OOO’ 이다.>로 서로의 느낌을 나누고 함께 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해 줄 단체촬영을 하고 ’책과 함께 떠나는 환경여행‘은 모두 끝이 났다.

 

 

 
 

나에게 책과 함께 떠나는 환경여행은 ‘쉼’과 ‘깨달음’의 시간이었다. 사람과 일에 치여서 만사가 귀찮아서 퇴근하고 나서는 집에서 시체놀이를 일삼던 내게 환경여행은 ‘쉼’을 주었다. 그리고 일과 사람에 치인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가치를 새삼 느낄 수 있었던 ‘깨달음’의 시간이었다. 소중한 기회를 마련해주신 양철북과 녹색교육센터에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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