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박 6일 동안의 성장 – 2010 미래세대 섬환경캠프

2010년 9월 24일 | 미래세대 섬환경캠프, 활동후기

첫 날, 김포공항에 집합한 우리들은 아직은 어색한 듯 했지만 서로 챙겨주는 모습이 벌써부터 보였다. 비행기를 처음타보는 친구를 챙겨주고, 짐이 무거운 동생의 짐을 옮겨주고, 길을 헤매시는 선생님을 챙겨주면서 우리는 어색함을 조금이나마 없앨 수 있었다. 1시간 경의 비행기를 탄 뒤 드디어 우리는 6일 동안 소중한 추억을 만들 제주도에 도착, 4.3평화공원으로 향했다. 솔직히 말해서 4.3 평화공원을 가기 전 까지는 4.3항쟁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4.3 항쟁은 1948년 제주가 빨갱이의 섬으로 낙인찍혀 당시 제주인구의 1/10 인 3만 명 이상이 학살을 당한 우리의 비극적인 역사 중 하나라고 한다. 역사에 관심이 있고 좋아하던 나였지만 이러한 얘기는 처음 듣는 얘기였다. 그래서 더 죄송스러웠고, 잊혀져가는 희생자들이 안타까웠었다. 숙소에 가서 짐을 풀고 '제주의 역사와 문화 이해'라는 주제로 돌멩이 선생님께 강연을 들었다. 첫날이여서 그런지 정신이 없고 적응도 덜 된 것 같았지만 우리의 아름다운 섬 제주에 한 발짝 다가간 것 같았다.


 

둘째 날, 우리는 제주 바다의 다양성을 알기 위해 국립수산과학원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배운 것은 멸종위기에 처한 바다거북, 해마이다. 바다거북의 멸종을 막기 위해서 국립수산과학원은 바다거북의 산란장인 서귀포시 중문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하여 그들을 항상 보호하고 있다고 하고, 해마의 멸종을 막기 위해서 해마에 대한 인공번식과 함께 양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 우리가 향한 곳은 강정마을과 올레길이었다. 해군기지에 관한 설명은 피해자인 주민께 들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불공평하고 불합리적인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자신의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서로 한 마음이 되어 대응하는 주민들이 굉장히 존경스러웠고 꼭 모두가 승낙할 수 있는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정마을의 올레7길에서 우리가 해군기지에 관해 배우고 느낀 것을 지나가던 행인들께 설명해드리면서 함께 사진을 찍는 활동을 하였다. 서울에서 올레길에 관한 얘기를 들었을 때는 올레길이 왜 올레길일까 궁금하였는데 알고 보니 '올레'가 제주도 방언으로 거리에서 집 대문으로 통하는 아주 작은 골목길을 뜻한다고 한다. 숙소에 돌아와서 각 팀별로 간단한 회의를 한 다음에 우리는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지만 제주도에서의 두 번째 날에는 많은 것을 느끼고 마음으로 배운 것 같다.



셋째 날, 섬캠프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한라산 등반을 하는 날이다. 16년을 살아오면서 3시간 이상의 등반은 해본 적이 없던 나였기 때문에 시작부터 많이 긴장이 되었다. 처음 10~20분은 정말 힘들었다. 땀은 계속 나고, 허리에는 벌써 무리가 왔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진정한 등반을 한 것 같다. 전보다는 완만한 평지가 나오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니깐 마음 속 때들이 모두 씻겨나가는 기분이었다. 그 때부터는 사진 찍을 여유도 생기고, 수분 보충을 위해 챙겨온 오이도 먹고, 경치도 보면서 한라산을 느꼈다. 힘들 때는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다른 등산객들에게 인사를 하는 등 각자 힘듦을 잊을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 7시간의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우리는 돈내코 하천에서 땀을 식혔다. 물이 정말 차가웠지만 한기를 느낄 새도 없이 물놀이에 빠졌다. 몸이 축축한 채로 버스를 타고 허기진 배를 채운 뒤, 방의 불이 꺼지기가 무섭게 모두들 피곤해서인지 잠을 잤다. 내일은 또 어떤 것을 배우고 느낄지 기대가 되었다.


넷째 날, 오늘의 주제는 ‘제주의 습지를 찾아서’였다. 우리가 찾아간 제주의 습지는 '선흘곶'이었다. 선흘곶은 한반도 최대의 상록활엽수림으로 다양한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선흘곶을 걸을 때도 계속 설명하시는 선생님께서 멈추시면서 식물들 하나하나를 설명하셨던 것이 기억이 난다. 선흘곶 습지와 목시묵굴 탐사를 한 뒤 함덕 해수욕장으로 갔다. 함덕 해수욕장은 지금까지 내가 본 바닷가 중에 최고였다. 하늘과 바다가 둘 다 에메랄드 색이여서 꼭 하나의 도화지 같았다. 선생님들에게 당하기도 하고 힘을 합쳐 선생님들을 공격하기도 하면서 잊지 못할 제주도에서의 추억 하나를 더 만들었다. 숙소에서 저녁을 먹고 조금 휴식을 취한 뒤 일몰을 보러 갔다. 장소는 함덕 해수욕장 서우봉이었는데, 해가 지는 모습이 바다에 비추니 더욱 멋있어보였다. 집으로 보낼 엽서도 쓰고, 사진도 찍으면서 우리는 휴식을 취했다. 처음에는 엽서에 부모님께 안부 인사를 쓰려고 했지만 결국에는 롤링페이퍼처럼 친구들이 나에게 한 마디씩 해주는 엽서가 되었다. 친구들이 쓴 것을 읽어보니 괜히 울컥하였다.

 

다섯 째날, 이날은 정말 모둠과 함께하는 날이었다. 우리 팀의 모둠뛰어들기 주제는 ‘제주의 무속’이었다. 어쩌다보니 숙소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정해졌다. 또 그날이 장서는 날이어서 우리는 탐방을 모두 마친 뒤 장을 구경하기로 했다. 큰 마을이여서 신당도 많은 함덕 마을에는 정말 제주신을 모시는 곳이 많았다. 굳이 실내가 아니어도 무덤이나 비석 등이 있는 곳을 모시는 장소로 여기는 곳도 많았다. 제주의 무속신앙에 대해 많이 알고 계시는 한 할머니를 인터뷰 할 때 제주도 방언을 사용하시면 잘 못 이해해서 계속 똑같은 질문을 여쭈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하였는데 다행히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때마다 돌멩이 선생님께서 통역을 해주셔서 인터뷰를 진행 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점심은 우리에게 주어진 용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는데, 버스에서 돌아오면서 서로 자기 팀들이 간 곳과 먹은 것 그리고 심지어는 먹은 아이스크림의 개수도 얘기하면서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탄 버스는 마지막 밤을 보낼 동백마을로 향했다. 동백마을 산책을 하고 제주토속음식을 직접 만들고 먹으면서 환경문화제를 준비했다. 조금은 엉성하기도 했지만 친구들과 함께 준비하고 어울렸다는 점이 섬캠프 문화제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마지막 밤이었기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할 것 같았지만 모두들 피곤했었는지 새벽 2시까지밖에 버티지 못하고 금방 잠에 들었다. 그렇게 우리의 마지막 밤은 지나갔다.


 

마지막 날, 해단식을 하고 섬캠프 모자를 하늘위로 던지며 우리는 우리가 만든 추억들을, 또 우리가 배운 모든 것들을 잊지 않기로 약속했다. 제주 공항에서 울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 나오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나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서로를 기억하기 위해서 우리는 단체로 섬캠프 단체 티에 매직으로 덕담한마디씩을 했다. 그리고 그 티는 혹시 글씨가 지워질까봐 빨지도 못하고 장롱 속에 고이 모셔두었다.


 

이번 캠프는 프로그램도 선생님들도 모두 훌룡했지만 친구들이 많이 기억에 남은 캠프였다. 지식도 많고 능력도 나보다 훨씬 뛰어난 아이들이였고 무엇보다 정말 착한 아이들이였다. 어떻게 보면 중3의 여름방학이 나에게 있어 마지막 여름방학일수도 있었는데, 생물다양성에 대한 지식도 얻고, 좋은 인연도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

머리도 마음도 성장시켜준 섬캠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바다거북팀 참가자 박지희 (예일여중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