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미래세대 섬환경캠프 ‘제주에서 기후변화를 말하다’

2009년 8월 26일 | 미래세대 섬환경캠프, 활동후기

 

5박 6일의 길고도 짧은 시간동안 선생님들과 우리는 제주도의 많은 곳을 다녔고, 또 열심히 돌아다녔던 만큼 기후변화에 대한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주제가 기후변화였던 만큼 우리가 다녔던 곳은 대체로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는 곳 – 예를 들어 제주 신재생에너지 연구기지, 온난화 대응 농업연구센터 등 – 이었다. 이 모든 활동들이 재미있고 유익했었고, 지금은 기후변화에 대해 누군가에게 설명을 해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재밌기도 했지만 가끔은 기후변화에 대한 강의를 듣는 시간이 지루하기도 했다. 그래서 조는 친구도 몇몇 있었고, 나도 그 중 한 명에 속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기후변화 뿐 아니라 캠프 기간 내내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직접 자연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지금 생각하면 몹시 부끄럽지만 캠프 가기 전 나는 ‘사람 말고 살아있는 것은 다 싫어!’라고 수 없이 외치고 다녔었다. 그런데 그랬던 내가 지금은 작은 풀잎을 보며 가슴 떨려하고, 벌레를 보면서 친근감을 느끼고 있다니! 정말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섬 환경 캠프와 함께 했던 5박 6일 동안 나는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고, 조금씩 변화함을 느끼고 있다.



 

 


우리가 함께 했던 여러 활동 중 가장 재미있었던 활동은 ‘모둠끼리 제주 뛰어들기’였던 것 같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5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4개의 모둠은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제주도를 돌아다녔다. 주제와는 전혀 무관하게 말이다. 이 시간은 정말이지 제주도에 대해 좀 더 알아 볼 수 있고, 조원들과 친목을 다지기 좋은 시간이었다. 우리 2조는 ‘제주 신앙과 三多’라는 주제를 가지고 돌멩이 선생님과 함께 삼양 1동과 2동을 돌아다니며 신당을 찾아다녔다. 날씨도 더웠고 모기도 많아 힘들었지만, 그리고 아직까지도 내 다리는 모기 물린 자국이 여럿 있지만, 이 자국들을 보며 제주도에서의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맨 처음 돌멩이 선생님과 찾아갔던 곳은 ‘화북동윤동지영감당’이었다. 수풀을 헤치고 들어간 신당에는 모기가 무척 많았고 날씨도 무더웠다. 그렇지만 제주도 사람들이 신성시여기는 곳에서는 나도 엄숙함을 갖춰야 할 것 같아 최대한 돌멩이 선생님의 설명에 집중하려 했다. 우리는 그 곳에서 설명을 들으며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아직까지 제주도에서는 해마다 윤 씨 집안에서 옷을 갈아입히고 있으며, 신당을 신성한 곳으로 여긴다는 돌멩이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한 나라 안에서 이렇게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내가 사는 부산만 해도 신당이라는 곳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신당을 성스럽게 여기고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제주도 사람들의 순박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삼사석’이었고 여기에는 화살이 꽂혔던 돌덩이를 보관해 놓는 곳이었다. 모시는 신은 달랐지만 처음 갔던 곳과 대체로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후 우리는 점심을 먹고, 다시 신당을 찾아 다녔는데 이상하게 돌멩이 선생님께서는 우리를 한 아파트 단지로 데려가셨다. 그리고 우리에게 문제를 내셨다. “자, 여기에 우리가 찾고 있는 신이 있을까요?”라고 하셨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앞서 봤던 신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옆에 돌담이 둘러쳐진 공간이 있었고, 그 곳이 우리가 찾아다닌 세 번째 신당, ‘가물개본향당’이었다. 이곳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옛날에 신당이 있던 곳에 공원이 생겨 새로 돌담을 두른 곳이다. 새로 돌담을 두르긴 했지만 안에 들어가니 앞서 보았던 두 곳과 같은 신성함, 엄숙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우리는 신당으로써는 마지막인 ‘설개본향당’을 갔다. 여기에 감낭할망당과 감낭하르방이 계신다고 했는데 ‘감낭’은 ‘강남’이라는 말로 이 두 신은 중국에서 온 신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제주도 사람들은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데도 적극적이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는 대체적으로 외래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에 소극적이었던 반면 제주도는 예부터 그것을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만들어 가는 노력을 했던 것이다. 내가 본 제주도의 신당들은 한 마디로 표현하면 정말 ‘인상적’이었다. 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찾아와 소원을 빌고, 사탕을 두고 가고, 옷을 갈아 입혀주는 제주도 사람들의 신앙생활이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아직까지 갖고 있는 제주도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끝으로 우리는 용천수를 찾아갔다. 용천수에 가기 전 해녀들의 공간인 ‘불턱’에도 잠시 들렀다. 여기서 나는 옛날 이 곳에서 물질을 하셨을 해녀들의 힘든 삶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정말로 해녀를 만나보고 싶었는데 아쉽게 시간 부족과 해녀 분들이 계시지 않은 이유로 만나 뵙지 못한 채 그냥 버스에 타야 했다.

버스를 타고 동백 마을로 가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제주도의 신앙을 알아보며 배웠던 것을 하나하나 가슴에 담아 두었다. 신앙이라는 것에 관심도 없었던 나였지만 갔다 와서는 ‘우리 민속 신앙 이야기’라는 책을 읽어 볼 정도로 유익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었다. 이 시간이 아마 내가 제주에서 가장 열심히 했던 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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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캠프가 끝난 지 거의 3주 정도 후에 글을 쓰려니 처음엔 막막했었다. 그렇지만 이 글을 어려움 없이 썼던 것은 그 때의 추억이 가슴 깊숙이 들어있어서가 아닐까.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지냈던 그 시간들은 내 중학교 시절의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한라산을 오르며 오이와 물이 이렇게 달고 맛있는지 처음 알았고, 환경문화제를 준비하면서 마셨던 미숫가루 한 잔이 달콤하다는 것도, 태양빛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의 에메랄드 빛깔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는 것도,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것도, 뙤약볕에서 하루 종일 걸은 후에 맞는 산들바람이 시원하다는 것도, 이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도 모두 처음 알았다. 그 동안 내가 해왔던 공부가 머리로 하는 공부였다면 캠프에서 배운 것들은 모두 가슴으로 하는 공부였다. 그래서 내게 이런 기회가 주어졌음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끝으로 말은 못했지만 내가 섬 환경 캠프에 갈 수 있게, 가서 잘 지낼 수 있게 도와줬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2009 미래세대 섬 환경 캠프! 아리아리, 얼쑤! 

서민정 (8기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