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으로 라면 끓여 먹으니 얼마나 생태적인가요?

2009년 7월 24일 | 녹색시민 강좌, 활동후기

 

 

▲ 서울에서 4시간 거리의 경남 산청. 날씨가 많이 흐른 이런날에는 태양광 발전의 효율이 매우 낮다.

7월 16일,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하늘이 마치 주먹만한 굵기의 빗줄기를 무기로 인간을 위협하는것처럼 느껴졌다. 경남 산청으로 내려가는 45인승 버스는 그러한 하늘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 같았다. 오전 8시반에 서울에서 출발한 버스는 오후 1시가 다되서야 겨우 목적지인 경남 산청군 갈전리에 위치한 대안기술센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녹색연합은 전문기구인 녹색교육센터와 서울시 녹색시민위원회와 함께 한 달에 한번 “기후변화 대안 현장을 찾아서” 라는 시민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은 “기후변화와 로컬푸드” 라는 주제로 충남 아산에 있는 한 살림 푸른들 영농조합을 찾아간바 있다. 지난 달에는 ‘먹거리’를 중심으로 진행하였다면 이번 달의 주제는 바로 ‘에너지’이다.

우리는 살아가는데 반드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특히 도시에 사는 우리들은 대부분의 일상적인 일을 하는데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밥을 먹는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식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석유로 가는 자동차를 이용하고, 냉장고에 음식을 저장하기 위해 전기를 사용해야 한다. 밥을 짓기 위해서 전기가 가스를 이용해야 하며 따뜻한 물을 쓰기 위해 역시 가스를 사용해야 한다. 밥 먹는 것 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를 탈 때나 더우 여름에 에어컨을 틀 때, 또는 형광등이나 백열등을 밝히기 위해서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옷, 화장품, 운동화, 가방, 전자제품, 핸드폰, 시계, 가구 등… 우리가 쓰는 모든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정작 에너지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있을까.. 우리가 쓰는 에너지가 어디서 오는지, 어떤 에너지를 주로 쓰는지, 에너지를 쓸수록 어떤 환경적인 요인들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 정작 우리는 그동안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없다.

도착해서 바로 대안기술센터 이동근 소장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이동근 소장은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재생가능에너지와 생태건축”의 기술을 배워와 민들레공동체에서 공동생활을 하면서 재생가능에너지를 직접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작업장에는 언제나 그렇듯 드릴이나 합판, 글라인더와 같은 작업도구들이 가득차 있다. 강연 장소는 풍력발전기와 자전거 발전기 워크샵을 진행하는 대안기술센터의 작업장이었기 때문에 벽면에 풍력발전기의 핵심부품인 글라인더와 커다란 원형 자석이 줄지어 붙어있었다. 강연의 주제는 “대안기술의 이해” 였다.

 

▲ 바이오 에너지를 가장 좋아합니다. 모든 과정이 순환하기 때문에 절대 버리는 것이 없어요.

 

대안기술은 영국의 경제학자 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E.F 슈마허)에게서 시작되었다.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저자이며, 영국의 ‘중간기술 개발그룹’의 창시자로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로 있을 당시 인도의 경제상황을 살펴보며 대안기술을 생각해냈다. 영국에서 유입된 “트렉터”로 인해 당시 인도의 농촌은 높은 실업률을 맞게 되는데, 슈마허는 이의 원인을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트렉터”에서 찾았다. 트렉터에 집약된 첨단기술로 인해 인간은 소외당하고, 소수만 혜택을 받으며, 전통사회의 질서는 파괴되었다. 이는 자본의 논리이자 부국강병의 논리로서 다수의 행복과 인간의 존엄성, 평화와 유지보존이라는 보편적 가치와 어긋났다. 이를 통찰한 슈마허는 전통 재리식 기술과 최첨단 기술의 중간쯤에 있는 ‘중간기술’을 주장했고, 그의 사상은 영국에서 뿌리내려 현재 다양한 중간기술과 대안기술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슈마허 자신도 밝히고 있듯이 중간기술은 인도의 대스승인 간디의 아이디어였다. 슈마허는 간디의 생각을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개념을 접목시켜 발전시켰던 것이다.
이동근 소장은 유럽에서 발전된 ‘중간기술’의 개념을 국내에 ‘대안기술’ 이라는 이름을 걸고 보급하려고 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06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대안기술센터를 민들레 공동체 안에 세웠다. 현재는 공동체 마을 세우기, 민들기 학교 설립, 제 3세계 지역사회 개발 및 빈곤 퇴치를 위해서 일하고 있다. 이를 위한 구체적 실현방안으로 에너지 위기의 대안제시와 생태건축과 생태농업등을 실현하고 있다.

대안기술에 대한 강연은 우리가 아무 의식없이 쓰고 있는 화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로부터 오는 환경피해와 기후변화의 문제, 그리고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로 구성되었다. 강연은 대안기술센터에서 실험하고 있는 태양열을 이용한 태양열 오븐과 쉐플러 조리기, 바이오 디젤, 바이오 가스, 바이오 매스, 태양광 에너지, 풍력에너지등에 대한 이해와 그 밖의 지열과 해양에너지 등을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강연이 끝난 이후 실습이 이어졌다. 실습은 크게 두가지로 진행되었는데, 첫 번째는 바이오디젤 만들기 수업이 실시되었다. 바디오 디젤은 폐식용유와 에탄올을 섞어서 만드는 쓰는 바이오 에너지로서 경유를 대체하는 대체연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실습에서는 폐식용유에 수산화칼륨 소량을 넣어 글리세롤을 제거하고 에탄올과 섞어서 바이오디젤을 얻는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실제 분순물이 제거되는데 약 2일이 걸리는 과정이라 그날의 실습은 일부만 진행되었다. 이후 이어진 실습은 태양광 전지판을 가정의 전력계통에 연결하는 실습으로 실제로 가정에서 필요한 태양광 전지판의 용량에 대한 이해와 전기 관리에 대한 이해로 진행되었다.

이동근 소장님은 개인적으로 바이오 가스를 가장 좋아하는 에너지원이라고 말했는데 그이유는  태양광과 풍력의 경우 태양전지판과 풍력 터빈 등의 제품들도 결국 20년이나 30년 정도 쓰고 폐기장으로 버려야 하지만, 분뇨와 같은 유기물질의 자연스러운 발효로 바이오 가스가 생산되고 이를 수집하여 사용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다시 비료로 쓰기 때문이다.  강의 중에 이동근 소장님이 한 말, 한마디가 가장 마음에 여운을 남겼다.

 

글 : 손형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