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과 고래의 꿈 – 야생동물교육 길라잡이 II 후기

2009년 5월 31일 | 야생동물길라잡이, 활동후기

 

울진 산양과 울산 고래의 꿈

– 야생동물교육 길라잡이 II 후기 –

 

5월 1일

운동회가 끝이 났다. 이제 울진으로의 출발만 남았다. 항상 타던 막차는 긴 연휴 때문인지 매진되어버렸다. 차선으로 택한 7시 버스… 좀 일찍 가겠다는 기대와는 달리 막히는 도로를 뚫고 달리지 못했다.

 

5월 2일

버스에서 2일을 맞이했다. 오늘부터 연수 시작이다. 울진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왕피천샘과 송이가 우리를 데리러 와 주었다. 늦은 시간이었는데 무진장 고마웠다. 어두운 길을 달려 첫날 숙박지인 통고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했다. 모두들 곤히 잠들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2기 분들을 만났다. 새로운 얼굴도 있었지만 안면이 있는 분이 더 많았다.

일어나 짐 정리하고 최현명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다. 아직 잠이 덜 깬 모습의 교육생들과 열강하시는 최현명 선생님. 하지만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다들 눈만은 초롱초롱했으니까.

아침식사 후 두 조를 나누어 서로 다른 길을 떠났다. 하나의 길을 서로 다른 끝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난 2조. 우리 조는 첫날 보부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코스였다.

우리 조는 최현명 선생님과 박희복씨, 송이(길 안내자), 보리, 나, 사라(1기), 두림, 오리, 토끼(환생교 선생님), 수달(단기과정), 귤(녹색연합활동가)로 구성되었다. 참가자 모두 조금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했다. 과연 길을 가면서 각자의 주종목에 집중했고 그 부분을 모르는 사람들은 배우는 일이 반복 되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배운다고나 할까.

처음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땐 주변의 경치(봄내음 물씬 품기는)에 시선이 갔다. 두 번째 길이라 지난번(겨울)과의 차이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계절에 따라 바뀌는 길이라니… 이 얼마나 멋진가.

우리의 길은 뱀과 함께 시작했다. 제일 처음 만난 동물. 하지만 내가 제일 싫어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뱀이 들으면 억울할 일(아침볕을 쬐러 나왔다 봉변당한 꼴)이지만 말이다. 길을 가면서 살아있는 동물은 뱀과 다람쥐와 몇 몇 새들이 전부였다면 뱀은 큰 비중을 차지한 동물이었건만…

 

올라가면서 가장 많이 봤던 흔적은 뭐니 뭐니 해도 수달의 흔적이었다. 다양한 먹이를 먹은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는데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가재를 먹은 후의 똥 흔적. 붉게 변한 가재 껍질을 보며 가재도 익으면 붉게 변하는구나 하는 단순한 생각을 하게 했다.

 

그 외의 포유류 흔적은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고라니똥 흔적과 보부천 옆 숲길에서 본 담비똥 흔적을 본 것 정도.

2일 저녁은 비박이었다. 비박 장소 도착해 보니 막막했다. 나무 하나 없는 넓은 밭이었다. 그 넓은 곳에서도 여기 저기 옮기다 매트 깔았는데 빗방울이 떨어졌다. 결국 이동. 나의 잘못된 기억으로 폐가를 찾아 갔으나 폐가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큰 나무 밑 알맞은 공터를 찾았다. 다리 밑과 견주다 결국 당첨. 비박 준비했다. 저녁 먹고 하나 둘 침낭 속으로 들어갔는데 그게 하루의 끝이 되고 말았다. 모두들 비오기 전에 충분히 자야 한다는 말을 하며 잠들었는데 현실이 될 줄이야. 결국 비가 세차게 오는 그 순간 깨어나 비가 그칠 때까지 침낭이 젖을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벽에야 간신히 불안한 맘을 가라앉히고 잠들었다.

 

 

5월 3일

다들 달그닥 거리는 소리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다들 빗소리에 잠을 설쳤는지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맑은 하늘을 보며 어제 밤 이야기를 꽃피웠다. 모두들 침낭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셨구나 새삼 느꼈다.

맛난 아침 먹고 하루 준비를 끝낸 우리는 잠깐을 휴식을 즐기며 1조가 내려오길 기다렸다. 소리가 들리자 우리도 열심히 걸어 왔다는 듯 1조를 맞이하였다. 서로 서로의 소식이 궁금했는지 이야기가 끝이 나지 않았다. 길가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얼마나 정답던지…

앞으로 갈 길에 대해 물으며 걱정도 하고 안심도 하였다.

 

 

1조와 헤어져 한참동안 임도를 걸었다. 내리쬐는 햇볕, 길게 이어진 오르막길 모두들 지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길에 널린 똥과 발자국들. 처음과는 달리 점점 관심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즈음 산길에 접어들 입구에 도착. 그곳에서 새의 둥지도 발견하는 큰 수확도 얻었다.

산길 시작~ 길이 생각보다 아주 좋다. 이런 길이라면 충분히 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겨났다. 점심시간이 오기 전까진. 

 

 

 
 

 

불행했던 점심시간. 물이 없어 모두들 목이 마르기 시작했다. 거기다 점심까지 우리를 애먹이기 시작했다. 볶은곡. 목마른 우리에게 큰 고난이었다고나 할까. 밥 먹고 다시 출발. 조금 걷다보니 우박이 내리기 시작했다. 다들 처음 본다며 신기해했다. 우박을 주워 먹으며. 하지만 이것도 잠시. 비와 함께 내리는 우박은 우리를 힘들게 했다.

비와 우박은 계속 내리지 않았다. 지점에 따라 내리는 곳도 내리지 않은 곳도 있었다.

산길에선 멧토끼똥, 노루똥, 산양똥, 오소리똥 등 다양한 흔적을 발견했는데 그 중 보라금풍뎅이를 먹은 오소리똥을 가장 많이 봤다. 봄에는 곤충을 먹은 오소리똥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했다. 산양 흔적은 산길에서 조금 보긴 했지만 우린 산양 서식지로 이동해 보기로 했다. 길이 험하여 원하는 사람만 가자고 했다. 가자니 무섭고 가지 말자니 아쉽고. 고민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하나 둘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럼 나도… 정말 무서웠다. 산양똥이 중요한 순간이 아니었다. ‘그냥 살아서 올라가야지’ 하는 맘뿐이었다. 그런 나에게 이런 시련이… 오르막을 오르고 있는데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려치기 시작했다. ‘정말 죽는구나!’라는 생각에 다리가 후들 후들. 사람들에게 도착했을 땐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었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그 비가 계속되었던 것이다. 이제는 동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사히 산을 내려가는 것이 중요했다. 한 2시간동안 비를 맞으며 산길을 내려갔다. 멋진 십이령길 울진 숲길을 내려갔건만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고자 하는 생각에 주의 깊게 둘러보지도 못했다.

우리가 타고 갈 노란 차가 보이자 아~ 끝났구나 하는 맘 뿐. 모두들 추워서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3일 야영할 왕피분교에 도착하기 전 한농에서 맛난 저녁을 먹었다. 젖은 옷을 입고 있어 추웠지만 따뜻한 국물을 먹으니 살 것 같았다. 저녁에는 최현명 선생님의 야생동물 스케치 강의가 있었다. 모두들 피곤해 했지만 열심히 받아 적고 그리며 강의를 들었다. 야생동물 스케치는 동물을 이해해야만 가능하고 또 그리면서 야생동물을 이해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5월 4일 ~ 5일

왕피천 탐사를 했다. 내리쬐는 뙤약볕이 무더웠지만 물길을 가로 지르며 걸을 때 너무 좋았다. 하지만 물이 많이 말라 있어 좀 아쉬웠다고나 할까. 왕피천에서는 수달의 똥 흔적을 가장 쉽게 보았다.

이날 저녁 다시 통고산 자연휴양림에 가서 따뜻한 방에 몸을 풀었다. 다음날 가뿐한 몸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5월 16일~17일

학교가 끝나고 울산으로 향했다. 기차에 버스를 갈아타며 도착한 울산. 누군가의 말을 빌리자면(파랑) 이렇게 멀리 왔는데도 도시였다. 하지만 반가운 정연이 선생님을 만났다.

저녁을 먹고 숙소에 도착해 안용락 박사님의 강의를 들었다. 작년 1기 때 들었지만 역시 재미난 강의였다. 사실 몸이 피곤해 조금 졸음이 왔지만…

17일 아침. 우린 먼저 고래 연구소로 향했다. 연구소를 잠깐 구경한 후 냉동고에 보관된 물범과 바다사자 사체를 봤는데 그들의 눈을 보는 순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역시 살아있는 그들의 모습라는 생각이 들었다.

씁쓸한 마음을 뒤로 하고 크루즈를 타러 갔다. 고래를 만나기 위해서. 하지만 16일 비 내리던 날씨 탓인지 바다는 사나웠다. 울렁이는 파도에 모두들 고래보다는 자신의 몸을 지켜내기 힘들어 했다. 불행히도 고래를 보지 못했다. 안용락 박사님의 말씀으론 못 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래도 못내 아쉬웠다.

 

 

그 아쉬움은 고래 박물관에서 모두 채워졌다. 시끄러운 고래축제 행사장 옆에 있어 기대치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는데 들어가는 순간 솟구치는 기쁨이란. 고래뼈를 보는 순간 고래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박물관 내용물도 알차게 채워져 있었다. 우리나라의 전문 박물관들이 겉만 치장하고 내용물을 부실하게 채워넣는 경향이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생각을 바꿔주었다.

오후에는 반구대 암각화를 만나러 갔다. 깊은 곳에 꼭꼭 숨겨진 곳이었다. 반구대암각화박물관에서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반구대로 향했다. 가는 길도 좋았고 주변 경치도 좋았으며 반구대 암각화도 인상깊었다.

 
 

 

 

 

늦게 집에 도착했다. 학교 가는 주말.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굉장히 알찬 주말이었다.


서명순 (2기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