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초록별, 야쿠시마 섬에서 신을 만나다!

2017년 12월 18일 | 녹색소식

작은 초록별, 야쿠시마 섬에서 신을 만나다!

 

정미경(녹색교육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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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실제 배경으로 알려진 신비로운 숲, 야쿠시마 섬에 다녀왔다. 일본 가고시마현 구마게에 있는 섬으로 녹색교육센터 일꾼 모두가 한껏 기대를 머금고 간 곳이다. 사람 2만, 원숭이 2만, 사슴 2만 도합 6만이라는 생명이 동화되어 살아가는 원시림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을 만큼 자연의 원형대로 잘 보존되고 있었다.

수천 년이 넘는 ‘조몬스키’ 신과 더불어 서식하고 있는 이끼들의 위대함 앞에서 우리는 탄성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초록빛으로 가득 메운 땅과 하늘과 맞닿을 만큼 쭉쭉 솟아난 삼나무들, 그 사이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이 내 마음까지 평화롭게 만들었다. 계곡물이 졸졸 흐르고 오래된 정령, 삼나무 뒤로는 일본전나무, 솔송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눈에 띄었다.

보전된 원시림을 걷고 걸을 수 있다니 행복 그 자체였다. 공기를 들이마시고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곧게 뻗은 나무들의 결을 만졌다. 멀찌감치 볕을 향한 잎들이 반짝이며 비에 젖은 흙과 바위는 한그루 한그루의 뿌리와 함께 일체되어 있었다. 우리는 능선을 따라 걸으며 곳곳에서 평화롭게 노니는 원숭이들을 마주쳤다. 고요한 기운이 감싸 도는 이 섬에서는 동물들조차 사람들을 신경 쓰거나 사나운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점이 참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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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우리는 이렇게 굵고 튼튼한 가지들에게서 경건하고도 단단한 기운을 얻었다. 가파른 탐방로를 올라 최고봉에 도착하여 내가 바라보며 온 나무들을 다시 바라봤다. 눈앞에 펼쳐진 구름과 산마루를 둘러보자니 나와 숲이,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호흡할 수 있음에 너무나 감사했다. 또한 이 여정을 더불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에 보답할 수 있는 일은 뭘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을 뻗고 두 팔을 벌리고 냄새를 맡고 온전히 바람을 느끼는 수밖에 없었다.

울창한 생태계 속에서 나와 우리가 공존할 수 있는 삶. 저기 저 뛰어 노는 사슴처럼 자연과 닮아있는 삶. 이러한 광경을 볼 수 있는 땅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사실을 안타까워하며 나오는 배에 올랐다. 부디 우리의 자연을 오래도록 물려줄 수 있길 바라며, 부디 많은 이들이 깨닫고 배워서 지킬 수 있길 바라며 못내 작은 초록별 야쿠시마 신들을 향해 합장을 하며 작별인사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