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조류독감), 그리고 공장식 축산문제 /김혜애(서울에너지드림센터 센터장)

2017년 2월 15일 | 녹색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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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의 AI 재해가 닥치면서 수많은 닭을 비롯한 조류들이 살처분되고, 막대한 국가 예산 낭비, 그리고 우리 먹을거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AI는 2003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2010년까지는 2~3년 주기로 발생했는데 2014년부터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바이러스도 H5N6 외에도 H5N8 바이러스가 새롭게 검출되고, 사상 최초로 두 가지 바이러스가 공존하게 됐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바이러스 발생 원인 규명, 그리고 바이러스 차단에 집중하는 방역대책을 써왔는데 이는 근본 대책이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인 ‘공장식 사육환경’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AI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가장 좋아하는 환경은 면역력이 약한 숙주들이 밀집해 있는 곳, 바로 공장식 축산 현장이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서도 AI 바이러스 발생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공장식 밀집 사육(Factory Farming)을 지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르면 세균과 바이러스로 오염되어진 열악한 사육 환경, 그리고 유전적 다양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공장식 밀집 사육이 닭과 오리의 건강과 면역체계를 악화시켜, 저병원성이 고병원성 AI로 쉽게 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자연적으로 발생하고 소멸하는 것으로 인간의 바이러스 차단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차단보다 사육되는 가금류들을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는 철새들처럼 건강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 근본 대책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우리나라의 가축농장은 오로지 더 많은 고기와 달걀을 얻기 위해 설계된 ‘공장’이다. 축산법에 따르면 산란계를 기준으로 닭 1마리의 최소 사육 면적은 A4 용지(0.062㎡) 보다도 적은 0.05㎡다. 실제로는 이런 기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에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로 불리는 철창도 높게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닭들은 날개 한번 치지 못한 채 알만 낳다 죽어간다. 밤에는 잠도 잘 못 자게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수면 주기를 짧게 하면서 계속 알을 낳게 하기 위해서이다. 일부 농가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은 닭들이 서로 싸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닭의 부리를 제거하거나 불태운다. 이렇게 처참한 환경에서 자란 닭들은 많은 스트레스와 쌓인 배설물 등으로 면역력이 약화돼 전염병이 유입되면 삽시간에 번지게 된다.

사정은 몸집이 큰 동물도 다르지 않다. 돼지의 경우 폭 60㎝, 길이 2m 크기의 공간에서 몸을 제대로 뒤척이지도 못한 채 감금 틀에 갇혀 있다. 극도의 밀집 공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다른 돼지를 물어뜯는 공격적인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새끼 돼지들은 어미나 다른 돼지들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하도록 태어나자마자 이빨과 꼬리가 잘린다. 수퇘지들은 누린내를 없애기 위해 마취도 없이 거세가 이뤄진다. 소의 경우에는 피부색을 창백하게 만들어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 송아지는 어두운 조명 아래서 키워지기도 하며 이로 인해 빈혈로 고통받는다. 우유를 생산하지 못하는 젖소 수송아지는 굶어 죽게 내버려 두기도 한다. 자연적으로 젖소는 20년 정도 살 수 있지만, 공장식 축산농가에서 젖소는 5살이 채 되기도 전에 도축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유럽연합(EU)에서는 2012년부터 모든 산란계 농가에 대해 감금틀 사육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동물보호법’이라도 지켰으면 좋겠다. 동물보호법 3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동물을 사육·관리 또는 보호할 때 지켜야 할 지침이 적시되어 있다. 동물이 본래의 습성과 신체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할 것, 갈증 및 굶주림을 겪거나 영양이 결핍되지 아니하도록 할 것,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있고 불편함을 겪지 아니하도록 할 것, 고통·상해 및 질병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할 것, 공포와 스트레스를 받지 아니하도록 할 것 등이다.

무엇보다 정부에서는 애꿎은 철새에 탓을 돌리고 많은 공무원을 동원해 방역 및 살 처분하는 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공장식 가축 사육 체계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대책 방안을 만들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