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마음 속에 와숲의 씨가 건강하게 자라나길(백마리)

2016년 1월 5일 | 녹색소식

2015  와숲 프로그램을 마치고

아이들의 마음 속에 와숲의 씨가  건강하게 자라나길

녹색교사 백마리(땅강아지)

 

수수꽃다리 향기를 맡으며 만났다가 산국 향기를 맡으며 헤어진 ㅇㅇ지역아동센터 친구들. 지지난해에 만났던 적이 있어서 더 반가웠던 아이들이었다. 물론 그 가운데의 반은 낯선 얼굴들이었지만 첫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마치 오랫동안 만나온 아이들처럼 친근해져서 다음 활동이 기대 되었던 아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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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과 모두 여덟 번을 만나면서 가졌던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첫 시간, 와룡공원 놀이터 옆에서 사철나뭇잎을 하나 빌려와 도르륵 말아 후~ 하고 불어 풀피리를 불던 일, 점심을 먹고 나서 가진 자유시간에 사과향 나는 찔레순을 꺾어 먹던 일, 애기똥풀이 화원을 이룬 숲길을 마치 동화속의 주인공인양 걸었던 일, 숲산책길에 만났던 무당벌레, 노린재, 잎벌애벌레 등 숱한 꼬물이들을 관찰했던 일, 그저 그랬던 뱀딸기맛을 비롯, 새콤달콤했던 노란 살구열매를 맛봤던 일, 숲속 도서관 시간이면 땅강아지를 둘러싸고 앉아서 눈빛을 초롱대며 이야기 속에 푹 빠져들던 일, 정자에 앉아 “이꽃 저꽃 저꽃 이꽃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를 부르던 일, 비 오는 숲길을 걸으며 우비 위로 똑똑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던 일, 광덕산 캠프 밤산책에선 반딧불이가 연출하는 밤의 신비에 둘러싸여 황홀감에 휩싸였던 일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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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는 당황스러웠던 적도 적잖이 있었는데, 놀이를 하면서 분노를 잘 조절하지 못하는 친구의 갑작스런 폭발이라든지, 놀이 중에 갑자기 달아나버린 친구로 인한 황당함도 있었다. 다행인건 그럴 때마다 봉사 선생님과  지역아동센터 센터장님께서 옆에 계셔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 일이다. 정말 얼마나 고마운 분들이신지.

마지막 시간에 ‘와숲 땡땡땡’ 활동을 하면서 ㅇㅇ이는 “와숲은 놀이다”라고 했고, ㅇㅇ이는 “와숲은 우정이다”라고 했으며 ㅇㅇ이는 “와숲은 사랑이다”라고 했다. 아이들에게 있어 와숲 활동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가는 표현들이었는데, 그중에 ㅇㅇ이는 “와숲은 기쁨이고 슬픔이다”라고 해서 왜 슬픔이냐고 했더니 와숲 활동을 마치고 헤어지게 돼서 그렇다고 했다. 제원이의 이 말을 들으면서 뭉클한 느낌이 들었다. 2년 전, ㅇㅇ이는 사람들 앞에서 말도 잘 못하고 발표도 잘 못하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런 ㅇㅇ이가 활발하고 적극적인 아이로 변하게 된 것은 바로 숲과의 교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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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보물같은 아이들을 와숲에서 만나게 된 건 내게 가장 큰 축복이었지 싶다. 비록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ㅇㅇ이를 비롯한 ㅇㅇ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마음 속에 와숲의 씨가 자리해 가끔씩 우리가 활동했던 숲을 찾아가 놀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새싹이 나고 나무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는 봄숲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지, 나뭇잎마다 빗방울이 맺혀 공기마저 축축한 날이나 신록이 우거진 여름날의 숲에는 또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알록달록 단풍이 고운 가을날이나 흰 눈을 이불처럼 덮고 서 있는 겨울의 숲은 또 어떤지, 온몸으로 숲을 느끼며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이 됐으면 좋겠다.

 

* “와숲”은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에게 정기적인 숲활동을 통해 잠재된 생태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기획된 녹색교육센터의 어린이 자연감성 프로그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