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일기_첫날과 둘째날

2008년 1월 2일 | 녹색단식

12월 28일 첫날
감식의 영향인지 아침부터 머리가 좀 띵하다. 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기다리고 있자니 마치 여행을 가는 기분이 들었다. 일상을 벗어난다는 의미에서 단식도 일종의 여행이라고 할 수 있겠지.
여행에는 기대와 기분 좋은 긴장이 따르게 마련이다. 나에게 기대는 몸속의 불필요한 것들이 빠져나가는 것,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만큼이나 머리와 가슴에서도 불필요한 것들이 빠져나가 가벼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긴장은…….. 내가 식욕을 잠재울 수 있을까 하는 불안.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스스로 실망스런 모습을 보게 되는 건 아닌지….. 아무튼 이렇게 여행은 시작되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내가 이렇게 가고 있는 목적에 대해 적어봤다.
1. 2세 잉태
2. 봄 가을로 앓는 장염 치료
3. 다이어트(현제3kg 정도 과체중)
4. 맑은 정신으로 신년계획
5. 피로 회복
거의 건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오후가 되니 배가 고프다. 효소도 안먹는 게 좋다고 한다. 배고픔을 이겨낼 내 모습이 궁금하다.
저녁에 참가자들의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왔다. 단식이라면 통통한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을까 했는데.. 단식하면 걱정스러울 만한 분들이 많았다. 다이어트가 필요한 순위로 보자면 내가 랭킹 3위쯤 될 것 같다.

하루종일 씹는 음식이란 암것도 안먹었다. 이렇게 4일을 더 보내야 한다니 정말 끔찍하다. 이미 단식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물으니 하나같이 좋았다고 한다. 그랬으니 또 참석했겠지만….

단식 기간 중에 요가나 운동을 해야 몸속에서 단백질이 아닌 지방이 분해된다고 한다. 기운 없다고 처질게 아니라 틈틈이 운동을 해야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하루를 보낸 내가 대견하다.

12월 29일 둘째날

아침에 일어나자 풍욕을 했다. 쇼킹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옷을 몽땅 벗고는 찬바람에 몸을 노출했다가 이불을 다시 덥었다를 반복한다. 우리가 묶는 곳은 여주 신륵사. 지금은 한겨울이고 신륵사는 강변에 있는 사찰로 바람으로 치자면 마치 북극의 바람처럼 차갑다. 풍욕은 몸속의 독소가 피부를 통해서 밖으로 배출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풍욕의 효과인지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어제는 눈에 안개가 쓰인듯 침침하고 나른했는데 오늘은 개운하다. 관장을 위해 먹은 레몬 소금물(1리터)는 별 효과가 없었다. 두 시간 후 약간의 변을 봤을 뿐. 설사에는 원두커피 가루 같은게 섞여 나왔다.
거울을 보니 얼굴은 헬쓱하다. 이렇게 3일을 지나면서 잘 해낼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었다. 아무말도 없었다.
이제 배가 고프지는 않다. 신기하게도.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고 한다.

저녁이 되지 지치고 힘든다. 하루에 물을 3리터는 마셔야 한다고 해서 붕어처음 계속 물을 마셔댓더니 화장실만 들락달락. 속도 좀 메스껍다.
무언가 허전하다. 배고픔이 사라졌는데도 허전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다. 그건 포만감이 가져다주는 만족감 인것 같다. 그 느낌이 그리운 거다. 그러나 음식, 먹는 행위, 그리고 그것이 가져다 주는 즐거움… 그 모든 것이 아주 멀게 느껴진다.

단식 기간에는 관장을 꼭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숙변이 몸으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아침에 레몬수는 효과가 없으니 저녁에 뒷관장을 하기로 했다. 처음하는 것이었는데 의외로 쉬웠다. 관장후 화장실을 갔는데… 놀라울 정도로 많은 x을 봤다. 분명 이틀간 먹은게 없었고 감식시간에도 x을 보고 왔는데 이 많은게 아직 장속에 남아 있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