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캠] 2013 제주도 섬환경캠프 후기 – 고래

2013년 9월 25일 | 미래세대 섬환경캠프, 미래세대교육, 활동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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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제주도 섬환경캠프에 가게 되었다. 서류면접을 하고, 면접까지 봐서 통과한 섬환경캠프였기 때문에 많이 기대되었다.

참가자가 생각보다 많았다. 사전 모임 때 사람들이 80명이나 모여서 약간 어색했다. 그 전에 갔던 캠프들은 다들 적은 사람들의 모임이었는데 이번에는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우리 조 사람들이랑은 카톡에서도 만났었고, 사전모임에서 조금씩 친해졌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제주도로 출발했다. 비행기를 자주 타봤다고는 하지만, 역시 출발하는 마음의 설렘은 언제나 기분좋은 설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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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내려서 처음 간 곳은 4.3 평화공원이었다. 4.3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 평화공원에 가족들과 함께 와 본 적이 있는데도 다시 보니 새로운 기분이었다. 우리 조에서 몇몇 사람들은 아예 4.3사건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있어서 약간 충격이었다. 잊지 말아야 하는 것. 잊으면 안되는 것이 바로 역사이기 때문에 이번에 박물관에서도 한번 주의깊게 4.3 평화공원을 둘러보았다. 언제나 볼 때마다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4.3 평화공원 전시관이었다.

약간은 무거운 마음으로 평화공원을 둘러보다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기린과 몇몇 아이들이 동전으로 화장실 문을 따는 엄청난 기술을 보여줘서 다시 기분좋게(?) 우리들의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

밤에는 스윙댄스를 추었다.굉장히 어렵긴 했다. 뭐랄까, 제주도의 밤공기와 친한 사람들, 아직 덜 친한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시간이었다. 벌레가 많고, 마지막에 놀면서 노을샘이 피를 흘리는 사고가 있긴 했지만, 제주도의 첫날 밤은 굉장히 시원하고, 경쾌하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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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등산이었다. 제주도하면 오름! 오름하면 제주도다! 같은 느낌의 평범한 오름이었는데 진한 안개로 뒤덮혀서 양옆이 하얀색이었다. 경치가 모두 구름 안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일어날 때 툴툴댔지만 아침에 산을 오르니 개운한건 부정할 수 없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전문가처럼 보이는 어떤 아저씨가 우리에게 강의를 해주셨는데 무슨 내용인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약간 죄송스럽긴 하지만 우리 중에 한 70퍼센트는 다 꿀잠을 자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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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도 등산을 하고 또 우린 ‘건천’이라는 곳에 갔다. 말그대로 마른 천이라는 뜻이었는데 제주도에만 있는 특별한 천인 것 같았다. 돌맹이쌤과 함께 천을 등반했다. 돌이 엄청 많아서 암벽등반하는 느낌이었다. 길이 끊겨서 물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길도 있었다.

돌을 오르고 물을 건너면서 설명까지 들으려니 힘들긴 했다. 더운 날씨여서 물에 풍덩 다이빙하고 싶기도 했다.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내 힘으로 도와주고 싶기도 했지만 마음뿐이고, 오히려 캠프에서 가장 작고 귀여운 날다람쥐한테까지 도움을 받았다.

위험한 길이었지만 나왔을 때 뭐랄까 마치 문명을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정글의 법칙을 찍고 귀향하는 느낌이랄까? 몸이 지치긴 했지만 제주도의 ‘계곡’이라는 걸 처음 보는 것이어서 소중한 경험이었다. 사실 제주도와 그런 계곡을 연결시켜본 적은 거의 없었는데 제주도에서 보기 힘든 장면을 본 것 같다.

건천을 다녀온 다음 각자의 마을로 흩어졌다. 한 팀은 빙떡을 만들러 가고, 우리 팀은 또 다른 것을 만들러 갔다. 제주도의 평범한 마을처럼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만든 요리는 기름떡이었다. 예전에 제주도에 먹을 것이 아주 없을 때 제사상에 올렸던 요리였다.

단순하게 밀가루를 기름에 겁나 대쳐서 먹는거였는데 의외로 맛있었다. 처음에는 정상적으로 만들다가 나중에는 우리들의 예술적 본능이 폭발해서 사람, 하트 뭐 여러 가지 것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맛도 맛대로 좋았다!

어쩌다가 잠깐 축구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축구였는데 하다보니까 열정적으로 막 뛰게 되었다. 왠지 이기고 싶기도 했고 엄청 열심히 뛰게 되었다.

그래도 실력은 실력. 3-1로 지고 허탈한 마음으로 밥을 먹으러 들어갔다. 너무 열심히 뛰어서 그런지 밥을 씹을 힘이 없었다. 축구를 뛴 우리 팀은 다들 기운이 쭉 빠져서 물만 벌컥벌컥 들이키고 있었다. 다음에 축구할 기회가 생긴다면 꼭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쑥쑥 싹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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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가파도라는 섬에 가는 날이었다. 사실 섬에 간다고 해서 기대도 많이 했고 뭔가 배를 타서 재미있을 것 같긴 했다.

근데 너무 더워서 사실 설명하는게 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제주도에 남아 있었던 오래된 돌 같은 것들이 파괴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안타깝긴 했다. 풍력발전기가 있는데도 고장났다는 이유로 잘 쓰지 않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화가 나기도 했다.

더운 날씨에 엄청 걸어서 그런지 점심은 진짜 꿀맛이었다. 미역국에다가 밥만 말아 먹어도 5

그릇은 족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제주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여러 가지 해산물들이 있는 아주 맛나는 밥이었다. 너무너무 맛있어서 집에서도 또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래는 끝나고 축구를 하려고 했지만 군대에서도 훈련을 하지 않을 정도로 더운 날씨가 되자 축구 금지령이 떨어졌다. 어제의 패배를 설욕해주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날씨는 우리 편이 아니었다.

다시 배를 타고 돌아갸야 했다. 하지만 축구를 못한다고 너무 아쉬워하지 마라. 우리한테는 바다가 있다. 바다는 생각보다 좁고 바로 훅 깊어지는 바다이기는 했지만 매의 눈으로 바다에 안빠진 선생님을 찾아다니면서 막 빠트리고 다녔다. 이슬쌤은 진짜 물로만 삼시새끼를 다 먹은 기분일 것이다.

바다에서 논 다음 노을샘이 야심차게(?) 준비했다는 ‘나에게 편지쓰기’ 시간을 가졌다. 노을을 보면서 오름을 오르려고 했으나 역시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아서 노을보다는 안개를 보면서 생각했다. 배에서 노을샘하고 이야기도 하고 생각도 많이 하면서 나에게 할 이야기들은 꽤 많았다.

장문의 편지를 쓴 다음에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많이 갔다는게 너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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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한라산을 올라가는 날이다. 약간 몸이 지치기는 했지만 차례차례 우리들은 한라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예전에 나는 산을 자의던 타의던 많이 갔다. 산에 갈 때 꼴찌로 갈 때가 너무 많았다. 항상 앞에 가는 형들을 기다리게 하고 뒤에서 따라가는 뚱뚱한 아이였다. 이번에는 빨리 앞으로 가고 싶었다. 먼지형과 미리내누나하고 함께 엄청 빠르게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언제나 뒤에 있던 내가 위에서 뒷 무리들을 지켜볼 수 있다니! 기분이 왠지 모르게 좋아졌다.

먼저 올라와서 잠깐 쉬면서 보는 제주도의 경치는 아름다웠다. 오랜만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사실 엄청 힘들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힘들지 않어서 좀 맥이 빠졌다. 도착하자마자 ‘벌써 다 온거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냥 살짝 힘든 정도랄까? 너무 금방 도착해서 선생님들도 놀라셨다고 하셨다. 진짜 완전 한라산 꼭대기까지 갔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다시 한라산을 내려가면서 완전 우연히 들레를 만나기도 하고, 노을샘과 같이 먼지형의 LG를 까면서 내려와서 벌써 내려왔어? 하는 기분이었다.

다 내려온 다음에는 잠깐 해변에 갈 수 있었는데 갈아입을 옷을 안가져온게 한이 되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바다로 걸어들어가기도 했고 분수로 뛰어들기도 했다. 노을샘이 분수로 들어갔는데 이슬샘이 너무너무 좋아하셔서 좀 웃기긴 했다.

신나고 재미있게 놀다가 물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상황극을 만들었다. 이 때 내가 똥쟁이 역할을 해서 이미지가 좀 더렵혀지긴 했다. 신기한건 다음날이 벌써 마지막 날이라는 거다. 제주도에서 이렇게 생활을 함께 하다 보니까 점점 정이 많이 들어서, 서울에 가면 많이 보고 싶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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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만의 자유시간이었다. 우리조끼리 미션을 풀고 우리조끼리 행동을 하는 시간이었다. 우린 어떤 마을에 들어가서 돌하르방을 조사해야 했다. 하르방이 좀 멀리 떨어져있어서 고생을 하긴 했지만 결국 다 찾아서 미션을 수행하고, 우리끼리 밥도 먹고 팥빙수도 먹었다. 주물럭을 먹었는데 마지막 볶음밥이 너무 맛있었다. 우리끼리 정자에 올라가기도 했다. 우리가 쉬었던 정자는 실제로 여기 마을 사람들이 쉬는 곳이기도 했다.

팥빙수를 먹으면서 어쩌다가 춤을 추게 되었고 우리들의 장기자랑이 결국은 춤으로 결정되기까지 했다. 마지막 날이다보니 굉장히 프리했고, 쉬는 시간도 많아서 좋았다. 제주도의 자연도 더 편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대망의! 환경문화제-그러니까 장기자랑 시간이었다. 장기자랑 시간도 너무 기대되는 시간이었고, 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걸스데이의 ‘기대해’하고 포미닛의 ‘이름이 뭐예요’를 춘 누나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에 못지않게 엄청났다. 완전 이쁘고, 귀엽고, 재미있는 장기자랑이 많아서 소리도 목이 터져라 질렀다. 그전에 몰랐던 아이들의 매력이 완전 터졌다.

나는 기린하고 먼지형하고 오피셜리 미싱 유를 불렀고, 기타를 쳤다. 아이들이 내 기타실력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ㅎㅎ 애들한테 ‘기타맨’으로 인식되는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 날이니까 밤을 세워 놀고 싶었지만 샘들 때문에 그게 쉽진 않았다. 다들 3시즈음에 잠이 들었는데 나는 잠이 안 왔다. 마지막 날이라는게 서운해서 그런 걸까? 이 사람들, 이렇게 좋은 선생님들, 그리고 이 제주도의 맑은 공기, 아름다운 밤. 그런 것들이 사뭇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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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마지막 날. 아침에 바로 밥을 먹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잠깐 천에 들린 것 빼고는 계속 공항으로 이동했다. 먼저 가는 사람들을 보내고 우리들은 롤링 티셔츠라는 걸 했다. 서로의 티에다가 하고싶은 말을 적었다. 서로 장난이던, 진지하던, 하지 못했던 말들을 많이 적었다. 같이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하면서, 티는 어느새 글씨로 꽉 차 있었다. 이렇게 빨리 친해질 줄 몰랐고, 티에다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애들이 이렇게 많을지,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받을지 몰랐고, 그게 너무 고마웠다.

왠지 서울보다 제주도가 더 익숙한 그런 기분이랄까? 후속캠프는 언제오려나. 쩝.

글을 썼는데 한번 날라가서 글이 약간 부실하네요.

캠프 같이 갔던 친구들 선생님들 많이많이 보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