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녹색극장 후기] 핵의 귀환, 그리고 후쿠시마의 아이들

2011년 4월 21일 | 녹색회원모임 (녹색경험 공유)

[핵의 귀환, 그리고 후쿠시마의 아이들]

김진아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방사능 낙진의 위험성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니, 인간의 상상력이 도저히 미칠 수 없는 것이다. 만일 인간이 신에 의해 창조된 생물이라면, 마땅히 신이 창조한 세계의 현상에 대해서 자연적으로 인식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사고는 신이 창조한 세계의 현상이 아니었다. 바로, 가장 신비한 신의 창조물인 원자를 파괴하는, 즉 신이 창조한 세계를 파괴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 '체르노빌의 아이들'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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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였다. ‘체르노빌의 아이들’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그 안에 묘사된 모습들이 너무 슬퍼서 ‘소설이란 허구의 이야기야.’라고 수없이 되뇌었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찾아본 체르노빌의 모습은 소설보다 훨씬 더 끔찍하고 참혹했다. 그 때의 충격은 핵이라는 물질에 대해 경각심은 물론이고 거부감까지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핵은 어느새 ‘원자력’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생활 곳곳에 자리 잡았고 사람들은 원자력이 없는 세상은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생각하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핵의 귀환’에서는 핵발전소에 대한 찬, 반 입장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제작자는 핵발전소를 완전히 옹호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참을성 있게 보여주다가도 반대하는 사람의 우려 섞인 얼굴을 보여주며 균형을 맞힌다. 다시 인류에게 핵발전소가 있어야만 하는 이유를 들려주다가도 높은 위험성과 폐연료봉 처리 비용을 상기시키며 의문을 제시한다. 이렇게 상반된 주장을 끊임없이 번갈아 보여주지만 결국 무게는 핵발전의 반대에 쏠리게 되어 있다. 핵발전으로 인해 인류가 감내해야할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체르노빌 사태가 일어난 지 올 해로 25년이다. 그 때의 상흔으로 여기저기 피를 흘리고 있는 생명들이 그 날의 공포를 채 잊기도 전에 또 다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해서 얼마나 괴로울지 겪어보지 않은 이들은 모르리라. 앞으로 후쿠시마에는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이 괴로워하게 될까? 그 끝을 가늠하기 힘들어서 더 두렵다. 그리고 슬픔과 고통이 체르노빌의 아이들로부터 후쿠시마의 아이들에게 이어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