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그림의 환경에세이] 대청봉에 호텔이라니!

2015년 8월 27일 | 녹색소식

[박그림의 환경에세이] 대청봉에 호텔이라니!

녹색연합 공동대표

“오색-끝청봉 케이블카 설치, 한계령~끝청봉 산악자전거 코스, 오색~처막골~관모능선 ATV 코스, 주전골 일대 산악 승마체험, 도보등산 코스 5개소 신설, 도보등산로 입구 펜션 2개소, 오색 도보등산로 중간에 대피소 신설, 한계 삼거리 대피소 신설, 관모능선 대피소 신설, 중청안부 3성급 호텔과 레스토랑, 끝청봉 산장 신설.”

7월 16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지역 국회의원과 전경련이 주최한 평창동계올림픽을 활용한 강원도 산지관광 활성화 세미나에서 발표된 내용에 들어있는 설악산 산지종합 개발계획이다. 이들의 주장은 자연에 대한 예의와 염치는 뒤로하더라도, 자연에 대한 엄청난 폭력이 도를 넘어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 어지럽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2/3 가량이 산지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산림정책이 녹화 위주로 집중되어 산지를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부분은 부족했습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이하여 우리나라의 제1의 산림도인 강원도에 대한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먹거리 산업인 산지관광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친환경적 산림개발을 통해 훼손은 최소화하면서 노약자, 장애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는 방법들을 함께 고민할 때입니다. 후손에게 남겨줄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 산지관광을 해외 사례를 통해 조사하고 국내 적용 방안들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이것이 이들이 내세우는 주장이다. 그러나 꼼꼼히 들여다보면 동계 올림픽에 발맞춰 대규모 산지 개발을 하겠다는 것이다. 친환경적 산림개발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으며, 개발 계획에 늘 볼모로 잡히는 노약자와 장애인들의 이야기는 삶 속에서 보편적인 이동권 조차 확보되지 않은 그들의 현실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더 나아가 후손에게 남겨줄 성장동력은 아름다운 자연을 누리면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임을 모르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러면서 강원도에 대한 세 가지 강점을 꼽았다.
“강원도는 풍부한 산림자원, 우수한 관광자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라는 세 가지 강점을 가짐. 첫째, 풍부한 산림자원, 설악산, 오대산 등 명산을 보유한 강원도는 국토 산림 면적의 21%를 차지하며 전체 면적 81%가 산림으로 된 전국 제1의 산림도로 세계적인 산지관광국인 스위스보다 면적이 넓음. 둘째, 우수한 관광자원. 연간 1억 명이 방문할 만큼 대표적 관광지로 최근 외국인 방문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 중국에 비해 공기가 맑고 자연환경이 수려하여 대기오염에 시달리는 중국 관광객에게 매력적인 관광지임. 셋째,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대회 시설 및 교통 인프라 건설 등에 총 13.5조 원이 소요되는 대규모 국가사업으로 강원도에게 큰 기회 제공.”
풍부한 산림자원은 강원도의 미래를 약속하는 재산이다. 특히 국립공원지역은 우수한 생태계의 다양성을 갖추고 있는 곳으로서 절대 보존지구에 속한다.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으며 함부로 해서도 안되는 곳이다. 동계올림픽은 굳이 3번에 걸친 도전 끝에 얻어낸 값진 결과가 아니라 강원도가 적자의 구렁텅이에 스스로 빠져든 것일 뿐이다.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강원도는 빚더미에 올라앉을 것이 분명하다. 빚은 도민들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 강원도민의 자긍심이자 모든 국민이 사랑하는 명산 설악산에 대규모 산악관광 개발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7월 16일 지역국회의원과 전경련이 주최한 ‘평창동계올림픽을 활용한 강원도 산지관광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발표된 설악산 종합관광 조감도.

설악산 종합관광 계획에 따르면 설악산에 스위스 체르마트 마을과 같이 숙박시설 및 케이블카 등을 확충하여 다양한 즐길거리를 보다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해외 벤치마킹 모델로 스위스 체르마트 마을에 있는 산악열차, 케이블카, 산장 등을 도입하고 산악자전거 여행, ATV, 산악 승마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금의 설악산 산지관광 현황이 “일반적인 숙박시설이 아닌 대피소를 숙박 시설로 제공하여 공간이 협소하고 시설이 열악하여 여성 및 외국인의 이용이 어려우며 쾌적한 휴식이 불가능하다. 또한 이용 수요 대비 공급이 크게 못 미쳐 불법 비박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숙박권을 기존 가격의 5~6배에 불법 판매하는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탐방로 16개중 15개가 도보로만 이용 가능하여 노인, 장애인, 어린이, 짧은 일정으로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등반이 어렵다는 얘기다. 풍부한 산림자원에도 불구하고 산지 대부분이 규제 지대로 지정되어 산을 즐길 수 있는 방식이 정상 등반 위주의 산행밖에 없어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설악산 산지관광개발의 모델인 체르마트는 어떤 곳인가. 먼저 알프스는 동서가 1,500km가 넘고 최고봉인 몽블랑이 4,000m가 넘는 만년설을 지니고 있는 산맥이다. 설악산의 경우는 남쪽 백두대간의 위쪽에 자리한 산으로 높이가 2,000m에도 미치지 못하는 푸른 산이어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 곳에 알프스와 같은 시설을 하겠다는 것은 설악산을 유원지로 만들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국립공원은 다양한 생태계의 보고로서 보존을 위주로 관리하고 미래세대에게 되돌려 주어야할 자연유산이다. 인공시설물을 최소화해 당연히 위험과 불편이 뒤따르는 공간이다. 노인과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의 이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케이블카는 핑계일 뿐이다. 국립공원에서 산을 오른다는 것은 걷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것이 문제라고 하면 유원지에서 놀이기구를 타고 놀 일이 아닌가. 설악산 산지관광 현황의 많은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번 세미나에서는 다음과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설악산 정상부에 2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4성급 관광호텔 수준의 숙박시설을 조성하고 개벽 객실, 레스토랑을 친환경적으로 완비한다. 30분 내 정상 부근까지 이동할 수 있는 관광 케이블카를 설치하여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하되, 적정 방문객 수를 유지하여 환경훼손을 최소화 한다. 일본의 산림 테라피, 독일 구연동화숲과 같은 체험 코스를 조성하여 다양한 즐길거리를 마련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숙박시설, 케이블카의 관광시설 확충은 기존 관광객 증대는 물론 노약자, 외국인 등 새로운 관광객을 유입하고 숙박, 식사, 체험활동 등 기존에 할 수 없었던 고부가 가치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들에게는 꿈의 궁전이 될 것이지만 설악산은 국립공원으로서의 가치를 잃고 유원지로 전락할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계획들 중 친환경적인 시설이 어디에 있으며 지역경제에는 어떻게 기여한다는 것인가. 지역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공동화 될 것이며 경제사정도 나빠질 것이다. 지역이 사는 길은 생태마을을 조성하고 생태관광을 통해서 자연을 보존하는 것이다. 오색 케이블카는 대대적으로 이루어질 산지관광개발의 신호탄에 불과하다.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  hjhj@emountain.co.kr

* 출처 : http://www.emount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8300 월간 마운틴